재계 ‘비리 척결’ 칼바람 부는 사연
재계 ‘비리 척결’ 칼바람 부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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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없는 양반! 암행어사 출두야~

최근 재계에 칼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잇따른 내부 비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대내외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내부 부패와 비리를 근절하지 못하면 대외신인도 추락은 물론 기업의 생존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현재 웬만한 대기업들은 이미 감사위원회와 같은 내부 감찰시스템을 두고 있다. 중견기업들도 비슷한 시스템을 내부적으로 가동하면서 비리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시사신문>이 재계의 신(新)암행어사 출두를 쫓았다.

▲ 재계 주요 기업들이 내부 부폐, 비리척결에 팔을 걷어 붙였다.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재계, 내부 부패·비리 근절 노력…감찰시스템 풀가동
공든 탑 무너질라…대내외 투명성 높여 경쟁력 강화

사실 재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윤리경영을 강화하면서 기업 내부적인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윤리적이지 못한 기업은 당연히 여론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고, 기업의 근간인 경영활동은 자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엘론이나 월드컴, SK글로벌 등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의 부정한 사건으로 파산의 아픔을 겪었던 것만 봐도 부패와 비리의 근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리 소문 없이 옷 벗어”

이미 분식회계 등 내부 비리가 기업의 존폐여부를 결정짓는다는 것을 깨달은 재계 주요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내부 비리 근절에 힘을 쏟고 있다. 한때 내부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던 기업도 여럿이다.

정부의 시스템과 더불어 시민단체 등과 같은 외부의 눈초가 매섭게 기업들을 향해 있는 상황에서 자칫 내부적인 문제가 불거지면 오랜 시간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한방에 무너질 수도 있는 문제다.
당연히 기업의 투명성은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고, 투자자들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내부 감사시스템과 함께 직원 개개인에 대한 암행어사(?) 제도를 강화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추세라는 게 재계 인사들의 설명이고 보면 기업들이 비리 근절에 얼마만큼 빠른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내부 비리 척결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A그룹과 B그룹이다. 가장 투명한 기업이란 평가를 받고 있던 A그룹은 대형 사건에 직면하면서 내부통제가 부쩍 강화됐다. A그룹은 오너 일가와 회사의 핵심층이 얽히고설킨 문제점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고, B그룹은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위기에 놓이면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A그룹은 이미 수년전부터 직원들에게 상사의 직무유기나 부당한 지시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부하직원이 이를 묵과할 경우 부정행위로 간주하는 ‘부정 판단기준’을 신설했을 정도다. 선진기업들의 내부고발자 제도를 우리 실정에 맞게 개정한 것이라는 게 그룹 내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직원 개개인에 대한 암행어사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공식 명칭은 없지만 문제가 있는 직원에 대해 상시 감시체제를 가동하고, 불시에 개인 파일까지 압수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그룹 한 관계자는 “감사시스템 때문에 소리 소문 없이 옷을 벗고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업무와 연관된 부패와 비리는 물론 임원급의 경우 사생활 문제까지도 감사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단적으로 A그룹은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비리 감사를 벌이면서 문제점이 포착된 한 계열사의 경우 직원 개개인에 대한 ‘1:1’ 조사까지 감사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후문이다. 외부 접대와 관련해서는 접대를 받은 상대방까지 조사 대상이었다고 하니, 감사의 강도가 짐작되는 부분이다.
B그룹 역시 내부 비리와의 전쟁 선포는 이미 수년전부터 이어져온 사안이다. 예컨대, 정도경영TF팀을 만들어 감시활동을 강화해 왔다. 직원들 사이에선 이곳 팀에서 활동하는 인원들을 신(新)암행어사로 부른다는 전언이다.

B그룹이 이처럼 내부 비리 척결에 힘을 쏟는 이유는 오너의 경영철학과 더불어 내부적인 문제로 한때 투자자들로부터 신뢰가 떨어지는 위기에 직면했던 것이 한 몫 한다. 평소 B그룹 오너는 정도경영을 대내외에 줄곧 주창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무튼 현재 B그룹은 전체 계열사는 물론 협력회사와의 관계까지도 감사 대상에 포함해 구석구석 부패와 비리를 척결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재계에선 B그룹의 노력을 두고 대외 신뢰도가 많이 좋아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불철주야 부패비리 단속 중!

C그룹도 내부 비리 근절에선 적극적이다. 국내 재계에서 협력업체와의 거래 물량이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대외적인 업무가 많다보니 간간이 내부 비리 문제가 부상한 탓이다. 지난해에는 협력업체들이 입찰 등과 관련된 민원을 제기해 내부적으로 특별 감사를 벌여야 했을 정도다.
D그룹도 사정의 칼날이 매섭다. 20여명의 암행어사(?)가 불철주야 내부 비리 단속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이들의 주된 업무 포커스는 대외 불공정거래행위 포착. 한때 이들의 칼날에 적잖은 임직원이 옷을 벗어야 했다는 후문이다.

중견기업인 E그룹도 대기업의 감사시스템을 받아들여 감찰 활동이 활발한 곳 중 하나다. 중견이긴 하지만 적잖은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는 탓에 한동안 내부 부패와 비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곳이다.
중견인 F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건설부문의 협력업체 입찰 비리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일벌백계의 원칙을 세우고 있다. 본보기를 보여서라도 비리 문제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F그룹은 한때 현장의 비리 문제로 경영의 근간이 휘청거릴 정도로 뼈아픈 교훈을 가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내부 비리 문제는 기업의 뿌리를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면서 “재계 주요 기업 대부분이 내부적인 감사시스템과 상시 감찰 활동을 통해 대외 신뢰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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