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떠오르는 차기 대통령
말없이 떠오르는 차기 대통령
  • 민철
  • 승인 2005.02.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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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1위... 고건 전 총리의 소리없는 움직임
- 차기 대권주자 1위 고 건 전총리, 2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3위 정동영 통일부장관·이명박 서울시장·이회창 전 한나라당총재 각축전- 차기 대권주자를 놓고 각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고 건(高建) 전 국무총리가 1위, 다음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이어 3위는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이명박 서울시장, 이회창 전 한나라당총재가 각축전을 벌였다. 이처럼 국민들이 고 건 전 총리를 차기 대권 후보자로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편 고 전 총리는 지난 31일 ‘장학회’를 설립과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의 ‘대권주자 고 전 총리 영입’ 발언 등을 두고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 행보 신호탄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는 누구? 조선일보가 지난 27일 한국갤럽에 의뢰, 전국 성인 남여 1천48명에 대한 전화조사를 시작으로 세계일보도 28,29일 ‘리서치 앤 리서치’와 1천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인터넷 신문인 프론티어타임즈도 세계일보와 같은 기간에 1천15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였다. 각 여론조사 항목 중 주목되는 것은 차기 대권 후보이다. 국민들이 과연 누구를 가장 선호했을까.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후보 1위는 고건 전총리(49.9%)이며 박근혜 대표(32.5%), 이명박 서울시장(29.4%), 이회창 전 총재(25.9%)로 나타났다. 세계일보는 고전 전 총리가 20.3%로 조선일보와 동일한 1위로 선두를 달렸고, 2위 박근혜 대표(11.4%)에 이어 이명박 서울시장(9.5%)이 3위로 부상했다. 다음은 정동영 통일부장관(8.5%),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7.3%),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2.2%), 손학규 경기지사(1.3%), 이해찬 총리(0.6%) 순이었다. 고건 전 총리가 차기 대권 여론조사 1위(27.7%)로 나타난 프론티어타임즈도 박근혜 대표(16.0%)가 2위 정동영 통일부장관 과 이병박 서울시장이 각각 11.0%와 10.6%의 근소한 차이로 3,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히고 있는 고 전 총리는 조선일보의 여론조사에서 남·녀 30대 이상 연령층, 서울·인천·경기·충청·호남 지역에서 각각 1위로 나타났다. 그를 뒤쫓고 있는 박근혜 대표는 강원·부산경남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지역에선 이회창 전 총재에 밀려 2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 중 이명박 시장이 3위로 올라온 것에 대해 조선일보는 “이 시장이 최근 행정수도문제 등에서 강하게 자기 주장을 하면서 대권주자로서 확실한 인식을 심은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 건 전 총리의 신호탄인가? 이처럼 차기대권 지지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 고건 총리는 지난해 5월 국무총리에서 물러나 다른 대권 후보들 가운데 조용한 행보를 보내고 있다. 퇴임 이후 언론의 인터뷰도 응하지 않은 채 개인 사무실에서 독서를 하거나 친구를 만나면 지낸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고 전 총리의 이러한 행보에 신호탄이 감지가 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고 전 총리는 선친인 고형곤 전 전북대 총장의 고향인 전북 군산에 ‘청송장학회’를 설립했다. ‘청송장학회’는 작년 6월 작고한 선친의 호에서 장학회 이름을 딴 것으로, 장학회측은 “총리가 1985년 12대 국회의원 시절 사재 2억원을 쾌척해 ‘군산개발장학회’를 발족,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벌여오다 이번에 남은 기금 1억원에 사재 1억원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장학회 측은 또 “고 전 총리가 ‘국가 발전을 위해 올바른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는 선친의 뜻을 받들어 자신이 설립한 장학회를 재편해 ‘청송장학회’를 설립하게 됐다”고 정치적 경계의 선을 긋는 설립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청송장학회’의 설립으로 고 전 총리의 차기대권 지지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에서 “이대론 2007년 대선은 없다”는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대권 후보에 고전 총리, 정몽준 의원 등 외부인사를 밖에서 데려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했다. 남경필 원내 수석부대표는 “지금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 외에 다른 대선주자가 활동하기 힘든 분위기”라며 “대권주자로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뿐 아니라 고건 전 총리와 정몽준 의원 등 외부 인사들도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과 인물에서 시야를 획기적으로 넓히지 않으면 또 진다”는 게 대다수 소장파 의원들의 인식이기도 하다. 또 영남 보수파인 이방호 의원은 “호남과 충청권의 당 지지도가 바닥인 상황에서 대선을 치러봐야 백전백패”라며 당 문호 개방을 역설한 바 있다. 남 수석처럼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대선후보 영입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당 안팎에는 이미 “차기 대선에 임박해 외부 인사 영입이나 당내 일부 주자와 외부 세력의 연계 등에 따라 당이 분열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는 것. 이러한 상황들이 고 전 총리의 미세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 아님을 추측해 볼 수 있다. 고 전 총리의 인기배경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작용의 성격이 짙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안정희구 심리’와 ‘노 대통령의 장관제청 요청 거부’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경제상황이 호전되면 고 전 총리의 인기가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인기의 비결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고 전 총리의 안정감이 가장 먼저 꼽힌다. 둘째 ‘장외(場外)효과’다. 정치권 밖에 머물고 있어 여야의 갈등에서 벗어나 있고, 욕먹을 경우도 상대적으로 적다. 셋째 노무현 대통령과의 ‘갈등 효과’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고 전 총리는 지난해 총리직을 물러나면서 각료 제청 문제를 놓고 노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것이다. 앞으로 대선을 앞두고 정당 간의 이합집산 과정에서 고 전 총리를 대선 후보로 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세력이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되지 않으면 고 전 총리는 이에 가세하지 않을 것이며, 정치권의 이변이 없는 한 지금의 강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한편, 박근혜 대표는 최근의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들에 대해 “그냥 보고 있다”는 쪽이다. 자신의 향후 거취에 관해서도 “당 대표로서 임기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만 한다. 과거사 규명작업에 맞물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과오가 다방면에서 조명되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내에서 “과거사를 정리하라”는 압박을 받는 이유다. 박대표는 3일 있을 의원연찬회에서 과거사 진상조사 움직임에 대해 “당당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를 선언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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