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에이치앤티 주주 970명 손배소송 건 속사정
(주)에이치앤티 주주 970명 손배소송 건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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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군단, “주가조작 손해액 꼭 받아내겠다”

(주)에이치앤티(이하H&T)와 정국교 H&T 전 사장에 대한 주주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970명을 돌파했다. 이 규모는 주가조작 관련 된 손배소송 중 국내 최대규모다. 이들 주주는 정 전 사장이 허위공시를 통한 주가조작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한 주가하락에 막대한 피해를 호소하는 것. 이미 정 전 사장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상황이다. <시사신문>이 국내 최대 주가조작 사건 소송으로 비화된 H&T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 주가조작 등 증권거래법 위번 혐의를 받고 있는 정국교 H&T 전 사장. 그가 H&T에서 얻은 시세차익은 약 400억원에 이른다.
반년도 안돼 사라진 주가급등 사유, 태양광전지 규사개발 사업
정국교 전 사장이 남긴 차익 343억원에 소액주주 “어이없네!”

코스닥 상장사인 (주)H&T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집단 소송이 역대 주가조작 사건 소송 기록을 갱신해 증권가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H&T는 지난 7월15일 공시를 통해 359명이 회사를 상대로 160억583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 6월 한누리법무법인, 한결법무법인을 통해 접수된 것에 이어진 세 번째 소송이다. 단체소송 규모만 총 970여명으로 소송가액은 4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가조작과 관련해 개인투자자들이 낸 손배소송 중 최대 규모다. 그동안 국내에서 상장사 주가조작에 대한 손배 소송은 현대전자와 세종하이테크 관련 소송이 꼽히지만 손배 청구액은 100억원이 되지 못했다.

주가 2000% 급등의 비밀

H&T는 지난해 매출 905억원의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컴퓨터 하드웨어 등을 주 업종으로 하고 있다. 특히 창업주인 정국교 전 사장은 지난 4월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 인사이기도 하다.
이들이 별안간 960여명에 육박하는 집단소송을 겪게 된 것은 어떻게 된 것일까.
이 같은 H&T를 향한 소송의 조짐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정 전 사장이 지난해 2월27일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양전지 원료인 규소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언론발표를 했다. 이후 4월 공시 등을 통해 밝히면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2월27일 발표 당시 H&T의 주가는 3880원. 이후 H&T의 주가는 반년 만에 약 2000%에 육박하는 8만1000원(지난해 10월9일 기준)에 이르렀다. H&T주는 태양전지 테마주로 주목을 받으면서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정 전 사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H&T의 우즈베키스탄 태양전지 원료 규사 개발사업과 관련해 개발 대상 광산에 산화규소 순도 99%의 규사가 1000만톤 가량 매장돼 있고 돈으로 환산하면 100억달러 가량이 된다”라고 밝혀 투자자의 흥미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H&T 소유 광산의 규소 매장량은 8만톤 정도. 실제 가치는 120만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매장량을 125배, 환산가치를 66배 이상 부풀려진 셈이다.

정 전 사장이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한 것은 장중 사상 최고점으로 꼽히는 지난해 10월10일이었다. 40만주를 매각해 343억원을 현금화한 것이다. 임원들 까지 포함해 약 40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주식이 대량으로 풀리면서 H&T 주가는 곤두박질 쳐서 이틀만에 하한가를 기록, 6만원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주가폭락을 더욱 부채질 한 것은 지난해 정 전 대표가 주식을 내다판 후 한달 뒤인 11월 중순 우즈베키스탄 규소 개발이 무산됐다는 공시가 발표되면서였다. 이후 H&T의 주가는 4000원 까지 곤두박질 쳤다. 순식간에 5% 이하로 폭락해버린 셈이다. 현재 H&T의 주가는 3220원(7월18일 종가기준)이다.
개미주주 사이에서 주가조작 의혹이 빗발친 것은 두말할 것 없다. 실제 이 과정에 가장 수익을 본 사람은 전 전 사장과 몇몇 임원들뿐이다.

이런 주가조작에도 불구하고 이후 정 전 사장은 지난 4월 민주당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됐지만 지난 5월 구속 기소됐다. 당선 된지 한달만이었다. 지난 5월 구속된 이후 두 차례 보석을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된 상황. 현재 정 전 사장은 주가조작 등 증권거래법위반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받고 있지만 모든 혐의점을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자는 H&T측에 수차례 취재를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한편 정 전 사장 의원실은 참담한 분위기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사실 보석만 됐어도 입장을 듣고 뭐라고 말을 하겠는데 지금 접촉할 방법도 없고 뭐라 할만한 입장이 아니다”라며 “난감한 상황이다”라고 한숨을 토했다.

뿔난 개미의 반격

이 단체소송을 주도한 인터넷 증권 포털에 만들어진 피해주주 카페의 한 관계자는 “이 소송은 기업 대표가 차익을 먹기 위해 주주들을 기망한 것을 바로잡기 위한 과정이다”라며 “부도덕한 기업으로 인한 손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한다는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투자자 관계자들은 승소 가능성을 높게 점치며 한껏 고양된 분위기다.

하지만 판결은 아직 속단하기 일러 보인다. 민사재판이 형사재판의 승소여부에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또 민사 승소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피해 투자자들이 얼마나 보상 받을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이들 개미군단의 변호인 측은 검찰 측에 증거를 제출하는 등 최대한 협조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약 1000명 주주의 소송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 주가조작 신고하면 5000만원 줘요

다음달부터 주가조작 신고자는 최고 5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소소한 신고라도 10만원은 받는다.
지난 7월13일 증권선물거래소는 불공정거래 신고건수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기존 포상금의 한도를 5배 높이고 소액포상금제를 신설해 8월25일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세조종이나 내부자거래 등 불공정거래 의혹을 신고해 증권선물위원회나 검찰 등에서 사실로 확인될 경우 포상금 최고액은 1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아진다. 또 경미한 신고라도 사안의 경중에 따라 50만∼1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불공정거래를 먼저 알 가능성이 높은 증권사와 선물사가 신고할 경우 매년 연말 우수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회원사를 선정할 때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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