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협중앙회의 감사시스템이 시선을 끌고 있다.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사업부문 대표의 비리가 드러나며 감사시스템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탓이다. 이는 농협의 비리가 감사위원회의 구조적 한계를 지녔다는 세간의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감사위원회는 회장의 입김이 작용 할 수밖에 없는 인선구조와 감독기관 이해당사자들이 감시위원을 선출한다는 모순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시사신문>이 농협의 감사시스템을 짚어봤다.
감사위원회 회장 추천받은 인사로 감사 대상이 선출
최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수뇌부 인사 등 개혁에 대한 행보가 구체화 되며 농협 개혁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농협의 개혁은 목소리만 높았지, 사실상 고질적인 비리 문제 등은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 초기에서부터 개혁을 표방했던 최 회장의 행보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계 명백한 시스템
최근 농협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하나는 농협의 감사시스템이다. 최근 농협의 축산경제 사업부문 대표의 비리가 드러나며 농협의 감사기능에 대한 의구심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농협의 비리가 감사위원회의 구조적 한계를 지녔다는 농협 안팎의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이미 농협은 민선으로 뽑힌 역대 회장이 모두 비리로 법정에 서면서 감사시스템의 무력함을 증명 한 바 있다. 감사시스템의 중요성이 꾸준히 거론돼 온 것도 비리를 자체적으로 바로잡지 못한 농협의 현 상황에서 비롯된 셈이다.
그렇다면 최 회장 취임 이후 7개월이 지난 지금 농협 감사시스템은 어떻게 풀리고 있을까.
지역 조합장 출신인 최 회장은 취임 이전부터 “이사회의 감시 기능의 부제로 인한 비리와 부실문제”를 언급하며 ‘농협중앙회 대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하지만 실제 감사에 있어서는 썩 발전이 없다는 것이 조합 전반의 평가다. 아직까지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농림부장관과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감독권 일부를 위탁받은 지역농협의 지도 및 감독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문제는 바로 선임 방식이다. 농협 감사위원회는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은 조합대표 이사들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임명된다. 위원 6명 가운데 적어도 3명은 조합장 출신 이사가, 나머지는 사외이사가 맡도록 비율이 정해져있다. 하지만 감사위원회의 절반을 맡게 되는 사외이사는 회장의 추천을 받아 대의원회에서 뽑힌 인사다. 결국 회장의 목소리가 감사위원회에 직·간접적으로라도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결국 감사시스템이 회장의 영향력 아래 놓이고, 감사위원회는 조합장에 의해 선출되는 ‘감독기관=이해당사자’인 현행 구조가 감사시스템의 한계를 가져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조합장들이 투표로 감사위원회를 뽑는다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자신을 감독할 사람을 직접 뽑는 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위농협의 불법 및 부실대출 문제 등이 계속 묵인돼 왔다.
개혁은 감사시스템부터
농민단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농협중앙회장의 비리 및 각종 농협의 비리 문제가 불거졌던 배경에는 감사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일어왔다”면서 “최 회장에게 개혁 의지가 있다면 감사시스템부터 손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협비리 문제의 핵심은 농협중앙회장의 권한과 이를 견제할 감사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역대 농협 회장들은 출범 초 예외 없이 농업개혁을 다짐해 왔다. 물론 성과도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데기도 쉽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 “농협이 센가, 내가 센가 보자”면서 농협개혁의 전의를 불태웠지만 이조차도 잘 이뤄지지 못했다. 막강한 농협중앙회의 힘 앞에 무기력하게 백기를 든 것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의지는 최 회장이 짊어지는 셈이다. 그의 ‘개혁 의지’가 말로 그칠지 행동으로 옮겨질지 시선이 집중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