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금강산 관광 중단 등의 대북사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다.
현대아산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를 비롯해 적통을 이은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등의 숙원이라고 일컬어지던 기업. 때문에 이 유지를 이어받은 현 회장에게 ‘적통’의 상처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뒷말이 나돌고 있다. 현대아산 위기에 대해 범 현대가의 시선이 곱지 않으리란 예상이 감도는 탓이다. <시사신문>이 속사정을 짚어봤다,
금강산관광 10주년 위기에 현정은 회장 적통성에 타격받나
끝나지 않은 범현대가 경영권분쟁, 대북사업 책임론 부상
현정은회장‘현대아산위기극복’으로난국 돌파할 수있나
현대그룹의 숙원인 대북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7월11일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객 박모씨가 북측 총격에 의해 사망하면서 대북관계가 급속도로 싸늘해진 것이다. 현재 금강산관광은 성사된 이후 불과 10년 동안 세 번째 관광 중단사태를 맞았다. 북측이 우리 정부의 진상조사를 거부하면서 남북간 냉각기류는 보다 장기화될 전망이다.
고인의 유지, 어디로
이에 따라 재계의 우려는 현대그룹에 쏠리고 있다. 현대아산이 상대적으로 대북사업에 비중이 큰 만큼 타격도 불가피한 탓이다. 현대아산은 현재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최대 400억원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아산 매출의 45%를 차지하는 관광사업에서 금강산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 70%가 고스란히 중단 될 상황이다. 업계는 중단이 장기화되면 현대아산의 적자전환이 불가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관광객이 피격 당했다는 것은 향후 사업에서도 쉽게 치유되지 않을 상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대아산의 사정은 현대아산 회장을 겸임하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이 단순한 현대그룹의 계열사가 아닌 탓이다.
현대아산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평생을 추진해온 대북사업이자 고(故) 정몽헌 회장의 숙원 사업으로 일컬어진다. 이북에 고향을 둔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이북 고향에서 훔쳐온 소 한 마리를 갚겠다는 의미였다.
이런 대북 사업에 대한 열정은 고스란히 아들 정몽헌 회장에게도 이어졌다. 정몽헌 회장은 자살로 생을 마치는 순간에도 유서에 김윤규 당시 현대아산 부회장에게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라”고 언급하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정몽헌 회장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줬던 것이 ‘대북 송금사건’임을 감안하면 현 회장에게 현대아산이 각별한 의미일 수밖에 없다. 재계 일각에서 현대아산을 곧 현 회장의 ‘적통성’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아버지와 남편의 유지를 이어받아 경영한다는 점은 곧 현 회장 체제의 명분이었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는 현대아산의 경영난이 곧 현 회장의 ‘적통성’에도 상처가 되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우려의 배경에는 범현대가와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신경전이 오가는 정황이 존재한다. 현 회장은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범 현대가와 수차례 대치해온 전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화두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적통성’이다.
범현대가의 시선은?
1998년 ‘왕자의 난’으로 흩어진 범현대가는 현대그룹을 향해 수차례 공격적 M&A를 시도해왔다. 2003년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시숙의 난’을 시작으로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와 ‘시동생의 난’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명분이었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정씨가 아닌 현씨가 현대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며 반발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른바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은 ‘적통성’이 없는 현 회장으로부터 ‘정씨’에게 돌려주기 위한 움직임이었던 셈이다. 현재는 소강상태 접어들었지만 범 현대가의 현대상선의 지분은 아직 건재하다. 불씨는 고스란히 살아있는 것이다.
때문에 차후 예고된 현대그룹 분쟁에서는 ‘고인의 숙원’이라는 대북사업 위기에 따른 ‘책임론’이 대두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현대아산의 위기는 정씨가문의 숙원의 달성과도 밀접하다는 점에서 이런 추측이 나오는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범 현대가가 현대그룹과 적대하게 된다면 그 당위성을 위해서 적통성을 공격하리라는 것이 일반예상이다”고 설명했다. 이 책임론의 실효성이야 어떻든 범현대가 결집에 하나의 동기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범 현대가에서 호시탐탐 현대그룹을 엿보고 있다는 것은 재계의 공공연한 이야기. 이 상황에서 현대아산의 위기는 범현대가에게 빌미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난국돌파는 과제로
지금까지 현 회장은 현대그룹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대북사업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 고인이 된 남편의 유지를 받든다는 점에서 사업성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컸음은 두말할 것 없다. 2003년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시숙의 난’을 통해 “수익이 없는 대북사업을 추구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의에도 “절대 놓을 수 없다”고 맞섰던 현 회장이었다. 향배는 현대아산의 위기 극복에 달린 셈이다.
이에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현대아산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서 사실상 대북사업과의 관계를 끊었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도 ‘시숙의 난’에서 ‘수익 없는 대북사업을 철수하라’고 주장했었다”고 밝혔다. 예컨대 대북사업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이어 관계자는 “현 회장은 적통성이라는 단어를 아주 싫어한다”면서 “적통은 장자에게 있는 법이고 현대그룹은 적통성과 무관하게 고인의 사업을 이어갈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범 현대가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드릴 지는 미지수다.
범 현대가와 현대그룹의 적통성 논란은 연말 M&A시장에서 매물로 나올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의 지분 8.3%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탓이다. 적통성 논란에 경영권 분쟁에 시달린 현 회장이 현대아산의 위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남북경협 업체들 “이게 뭔 일이래!”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지난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박모씨의 사망은 정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의 이슈로 불거지는 상황이다. 재계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피격사건이 재계에 안겨준 충격도 적지 않았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남북경제협력사업(이하 남북경협)의 가장 상징적인 사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 북한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며 투자를 해온 업체들이 두통을 유발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범 현대가와 현대그룹의 결전이 예상되는 시간은 연말로 예상되고 있다. 연말 M&A시장에서 매물로 나올 현대건설이 그것이다. 현대건설은 현대상선의 지분 8.3%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범 현대가로 넘어가게 되면 현대상선의 지분에 근접하게 된다.
가 막대한 자금을 빌어 투자를 해왔건만 이번 피격사건으로 사업성은 물론 사업 진행도 차질을 피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지난 5월 이후 온천과 골프장을 개장했지만 사실상 금강산관광이 막힌 A업체도 고스란히 고심을 앓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 계획 된 대응방안은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가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1300여명, 72개사가 입주해 있는 개성공단은 당장 문제는 없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B업체 관계자는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향후 어떤 사태가 닥칠지 불안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대북사업은 10여년간 뜬금없이 중지되기도 하고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면서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감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북한 측은 경협자체에는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업계는 언제 북측이 말을 뒤집을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남북한이 지난 2월 금강산에 관광관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 2월 말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에서다. 시름이 깊어가는 남북경협이 어떤 결론을 맺을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