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392개에 달하는 양벌규정을 대폭 정비하고 행정형벌 규정 151개를 과태료로 전환하겠다고 보고했다.
정부가 이 같이 형벌규정을 대폭 개선하기로 한 것은 위법행위에 비해 과도한 형사 또는 행정처벌이 난무함에 따라, 상당수 국민들과 기업인들이 전과자로 전락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이다.
2004년 법무부의 ‘법과 규제의 실효성 확보 방안 연구’에 따르면 행정의무 위반시 형벌을 부과하는 ‘처벌형 법률’은 83.1%에 달했으나, 개선ㆍ시정명령 등 ‘설득형 법률’은 2.6%에 불과해 행정의무 위반시 처벌이 우선시 돼 왔음을 알 수 있다.
각각의 법률에 포함된 처벌 규정도 평균 7.6건에 이르는 등 모든 국민이 잠재적 처벌 대상으로 취급됐고 행정법규 위반사범이 일반 형사범의 1.78배(2007년 처벌 기준)에 달할 정도로 행정법규 위반사범도 양산됐다.
각 부처 소관 행정법률 가운데 83%가 처벌규정을 두고 있고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한 제재 수단 중 형벌의 비중이 무려 44%에 달하는 것도 형벌 만능주의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2007년 12월말 현재 전 국민의 21%인 1035만명이 전과자라는 딱지를 달아야 했다.
일상생활의 경미한 행정법규를 위반해도 전과자로 기록돼 취업이나 해외 여행 및 입찰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지키기 어렵거나 모호한 법령은 정비해야 한다는 설문조사 응답도 48.8%에 이르고 있다.

□ 양벌규정 합리화
양벌규정이란 실제 위법행위를 저지른 종업원을 처벌하는 외에 그 업무의 주체인 법인이나 개인 영업주를 함께 처벌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기업활동과 밀접한 분야에 총 424개의 법률에 양벌규정이 포함돼 있는데, 수사기관은 특별한 소명기회를 주지 않은 채 종업원과 영업주를 함께 기소하고 법원도 면책을 인정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 사실상 무과실 책임을 인정한 것과 동일한 결과를 낳고 있다고 법무부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이들 양벌규정 가운데 392개 법률과 관련한 규정을 대폭 정비키로 했다. 우선 종업원의 범죄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법인이나 개인 영업주가 관리 감독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영업주에 형사책임을 묻지 않을 계획이다.
또 양벌규정의 적용범위를 ‘업무에 관한 위반행위’로 한정해 업무뫄 무관한 종업원의 행위에 대해서는 영업주가 책임지지 않도록 하고, 관리 감독상 과실이 있더라도 영업주에게 징역형까지 부과하는 규정을 개선해 징역형을 모두 폐지키로 했다.
□ 행정형별 과태료로 전환
이번에 행정형벌을 과태료로 전환하는 규제안은 총 151건으로, 법무부는 산재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경우나 특정한 섬 안에서 야영한 경우 등 84건에 대해서는 벌금과 동일한 액수의 과태료로 전환키로 했다.
또 자유무역지대 물건 반입신고 위반 등 경미한 의무 위반 32건에 대해서는 행정형벌이 과태료로 바뀌고 과적차량이나 노인복지시설에서 노인 입소를 거부한 경우 등 실효성 확보가 필요한 24건은 과태료로 전환하되 금액은 상향된다.
이밖에도 운전면허증 휴대ㆍ제시 의무 위반 등 시대에 맞지 않는 11건의 행정형벌 규정은 완전 폐지된다.
행정형벌이 과태료로 바뀌는 예로는 운전자가 도로 통행제한 규정에 위반해 화물을 과적하거나 사업주 등이 그 위반을 지시ㆍ요구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졌지만 500만원 이하 과태료로 전환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식품접객업자가 영업신고증을 업소에 비치하지 않거나 유흥접객원의 인적사항 등을 기재한 종업원 명부를 비치하지 아니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됐지만 앞으로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면 된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거나 먹거리 안전성을 침해하는 행위는 형벌이 그대로 유지된다.

행정형벌의 과태료 전환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법인의 벌금 부담 경감 170억원, 과태료 전환에 의한 절차 단축 효과 693억원 등 약 16010억원에 이르고, 전과자도 연간 10만명이 감소할 것이라고 법무부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