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J그룹의 M&A가 시선을 끌고 있다. CJ투자증권을 매각하며 확보한 자금으로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뛰어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배경에는 현재 협상중인 CJ제일제당의 (주)기린 인수가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 기린을 인수하는 것에 큰 시너지가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음에도 CJ그룹은 기린 인수를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미 국내 계열사를 가진 CJ그룹인 만큼 사업 확장을 벌이는 모양세가 심상치 않다는 평가다. <시사신문>이 CJ그룹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국내 최다 계열사 가진 CJ그룹 ‘문어발 경영’에우려 팽배
최근 CJ그룹의 행보가 재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CJ투자증권을 매각하는가 하면 식품회사인 기린 인수 협상을 진행하는 등 발 빠른 계열사 재편에 들어간 까닭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CJ투자증권을 매각한 이후 총알을 마련, 다시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잇따르고 있다.
기린 무리한 인수 우려
현재 CJ제일제당은 기린과 M&A 최종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으로서는 기린의 제과. 제빵, 빙과를 한데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인수전에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CJ그룹이 인수하는 기린은 국내 양산제빵업계 3위 업체로, 소비자들에겐 ‘쌀과자’와 ‘본젤라또’ 아이스크림 등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기린 지분 27.9%를 370억∼380억원에 인수하는 협상을 기린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주당 매입가격은 2946원으로 지난해 주가순자산비율(PBR) 4.9배에 해당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금액은 높은 수준”이라며 “기린은 최근 3년간 원재료 비용 상승에도 제품가격 인상을 통한 수익성 보전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시장 지배력도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린이 CJ제일제당에 인수되면 원재료 공급 우위가 생기지만 업계 내 점유율이 낮아 판촉경쟁 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 인수 시너지 효과가 낮을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도 CJ그룹의 기린 인수의지는 현재까지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CJ그룹 관계자는 “충분히 사업 구상을 하고 추진하는 M&A”라며 “M&A 결론이 안 난만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CJ그룹의 입장에 업계에서는 CJ그룹이 다소 무리하게라도 몸집 불리기에 돌입한다는 ‘시장정벌’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CJ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재벌기업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보유한 곳이다. CJ그룹이 보유한 계열사는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을 합하면 국내에만 64개사, 해외를 포함하면 131개사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액 9조원으로 자산 기준 재계 서열 25위인 CJ그룹의 계열사가 왜 이렇게 많은 이유는 단연 활발한 M&A 때문이다.
CJ그룹이 1996년 삼성그룹에서 분리했을 때 자회사는 제일제당 등 5개사에 불과했다. 이후 식품 쪽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유통 생명공학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 진출하면서 단촐했던 그룹이 10여년만에 국내 최고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그룹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어발식 경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2006년에서 20007년 사이 CJ그룹은 48개였던 계열사가 66개로 늘면서 자산이 71.2% 증가했으나 부채 증가율은 이보다 높은 79.2%에 이르렀다. 규모 때문일까.
사고도 연이어 터졌다. 밀가루·설탕·세제 등의 담합 문제가 불거지는가 하면 학교급식 식중독 등의 사건도 벌어졌다. ‘돈 된다’ 싶은 사업에 여기저기 진출하다보니 실패사례도 있었다. CJ홈쇼핑에서 운영했던 오픈마켓 엠플(mple)이 대표적인 경우. 2006년 4월 오픈한 엠플은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종료하며 오픈마켓 시장에서 철수했다. 심지어 나이트클럽의 지분을 인수했다가 세간의 눈초리가 따가워지자 사업진출을 철회한 경우도 있었다.
다음은 사업은 어디?
삼성의 반도체, SK그룹의 통신사, 현대기아차 그룹의 자동차 등과 같은 ‘캐시 카우’ 역할을 하는 독보적인 업종이 없다보니 식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미 재계에서 CJ그룹의 위상은 높다. CJ그룹이 진출하지 않은 사업이 드물 정도다. 엔터테인먼트를 위시한 영화사업부터 CJ미디어의 케이블 사업, 각종 식품 사업으로 베이커리 사업 뚜레쥬르, 외식사업 빕스 등 다양한 방면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안착, 선두와 자리를 다투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 CJ의 사업진출에 민감한 반응을 내놓는 것도 CJ의 사업 확장 야욕이 ‘자신의 밥그릇’에 침범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향후 CJ그룹의 몸집 불리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계열사 규모로는 국내 최대가 된 CJ그룹의 다음 행보에 재계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