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자사 주식 매수’ 노림수
재벌가 ‘자사 주식 매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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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 추락 “우리한텐 기회지~”

외국인 매도로 인한 국내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낙관적인 전망을 늘어놓던 증권사조차도 줄줄이 목표를 하향 조정시켰을 정도. 이른바 증시 대위기다. 하지만 이런 악재 속에서 미소를 띠는 곳도 있다. 일부 재벌그룹이 주가하락을 틈타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나아가 후계자들도 주식을 매수하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른바 “싼 값에 주식을 매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시 위기는 곧 승계 및 지배력 강화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시사신문>이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 연일 반복되는 주가폭락에 일부 재벌기업이 활발한 지분이동을 보여 시선을 끈다. 주가하락이 재벌가 지배력 강화의 기회가 됐다는 분석이다.
확보하기 쉽지 않았던 핵심기업 지분 “지금 안사면 바보”
주가 안정, 지배권 강화, 저렴한 상속세로 일석삼조 효과

최근 주가 침체가 재계의 화두다. 코스피지수가 반등 소폭 상승했지만 국제적 악재에 외국인 매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가 저가행진이 불가피해 보이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런 주가폭락의 위기감 속에서도 미소 짓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재벌그룹 총수일가다. 주가침체에 그들이 흐뭇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배력 줄줄이 강화

일부 재벌에 한해서는 주가 폭락이 악재가 아닌 ‘기회’가 되고 있다. 최근 증시 침체를 틈타 계열사 주식 매입에 나서거나 후계자 지분 강화에 나선 것. 그동안 선뜻 확보하기 어려웠던 주식을 이 기회에 마련한다는 계산이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두산일가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총수일가의 지분이동을 보여 왔던 두산그룹은 지난 7월15일과 17일에 걸쳐 지분 이동이 이뤄졌다.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해 그의 형인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까지 두산건설 주식 1만주를 매입한 것이다.

이때 두산 5세의 지분 매입도 같이 이뤄졌다는 점도 시선을 끈다. 박용현 회장의 손녀인 윤서양, 상아양, 상정양 등은 두산건설의 주식 각각 5500주, 4140주, 4140주를 매입했다. 두산 5세들은 지난 2월에 (주)두산의 주식 5000여주를 매입한 바 있다. 또 이들이 이전까지 두산건설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시선을 끈다. 본격적인 승계를 위한 발판이 되리라는 재계의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아들들도 LIG그룹의 핵심인 LIG손해보험 지분을 늘렸다. 구본상 LIG넥스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7월15일부터 24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LIG손해보험 주식 5만5200주를 사들였다. 구본엽 LIG건영 부사장도 18일 3만주를 매입했다. 이로서 구본상 회장의 지분율은 LIG손해보험 지분율은 7.14%로 상승했다.

애경그룹 총수일가도 애경유화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장영신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과 채동석 애경그룹 유통ㆍ부동산개발부문 부문장, 채승석 애경개발 대표이사 사장 등 장영신 회장의 세 자녀가 7월17일 나란히 애경유화 주식을 각각 6만3307주, 4만8354주, 4만2377주 장내 매수한 것이다. 이들은 각각 9.79%, 7.48%, 6.55%의 지분율을 갖게 됐다.

그밖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씨는 7월11일과 17일 동양종금증권 9820주를 사들였고, SK그룹의 방계 최신원 SKC 회장은 7월4일 SKC 주식 1만주와 SK케미칼 주식도 2500주를 매수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도 메리츠화재주식을 지난 7월17, 18일 2만5000주씩 모두 5만주를 샀다.

재벌은 폭락도 좋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사이에서는 이 같은 재벌그룹들의 지분 매집의 이유로 지배권 강화를 위한 포석을 든다. 한 증권가 전문가는 “사실 이런 주가 폭락장에서의 매입은 재벌 총수로서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갖는다”면서 “대량 거래로 인한 주가 안정, 싼 값에 지분 확보, 적은 세금으로 지분 승계가 이뤄진다”고 이유를 들었다. 특히 재벌사의 주식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7월17일 인근이 코스피지수 최저점인 1500선이었다는 점은 이런 해석에 설득력을 높이는 대목이다. 이 전문가는 “이후 주가가 회복된다면 고스란히 시세차익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주식의 매수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야말로 국내 증시 추락이 재벌들에게는 고스란히 자금마련, 지배권 강화 등의 ‘기회’가 된 셈이다.


▶ 상장사 시가총액 192억 증발했다
주가폭락에 대기업도 폭락 직격탄

올해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상장사 시가총액이 연초 대비 약 192조원 정도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1조원을 넘는 상장사는 연초 142개사에서 지난 7월18일 기준 119개사로 23개사가 줄어드는 등 상장사 시가총액이 크게 줄었다.

지난 7월21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18일 종가기준으로 전체 상장사 시가총액을 집계한 결과 총 847조811억원으로 지난 1월2일 기록한 1039조2354억원에 비해 18.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가하락으로 7개월만에 192조1542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앉아서 사라진 셈이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연초보다 7% 증가한 85조7282억원을 기록,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62%에서 11.13%로 상승해 증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커졌다.

반면 2위인 포스코는 연초보다 13.2% 줄어들어 42조5472억원, 3위인 현대중공업은 27.4% 감소해 24조160억원으로 나타났다. 4위 한국전력은 24.7%, 5위 국민은행 21.2%, 6위 신한지주는 19.3% 줄었다.
이어 7위를 차지한 LG전자는 시가총액이 18.3% 증가한 16조4899억원으로 순위가 올랐으며 현대차는 14조9954억원으로 8위를 기록했다. SK텔레콤은 21.9% 감소해 14조4525억원으로 9위, KT&G는 9.5% 상승한 12조1883억원으로 10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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