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높은 곳에 돈다발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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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국회의원 후원금 뜯어보기

▲ “돈, 권력이 좋아라”중앙선관위가 공개한 고액기부자 명단에는 돈이 ‘권력’을 따라 움직이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과 유력 정치인인 박근혜 전 대표 등에 대한 ‘짝사랑’이 애절하다.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의 ‘돈봉투’ 사건이 여의도로 번지면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김 의장이 같은 당 일부 국회의원에게도 후원금 명목의 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 정치를 돈정치·부패정치로 만드는 한나라당은 사과 가지고는 안 된다”며 “전면 수사하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시의회와 부산시의회에서 잇따라 돈봉투 문제가 불거지면서 비리 이미지가 덧씌워질까 우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의원 및 국회의원 후보자를 상대로 한 ‘300만원 초과 후원금 기부자 명단’을 공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18대 당선자 후원금 상위 20명 중 18명 한나라당, 역시 ‘실세여당’
박근혜·김무성·이상득…당 내 입지 따라 고액 후원금 쌓여간다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 뇌물사건으로 터진 정치후원금 논란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7월21일 국회의원 및 국회의원 후보자를 상대로 한 ‘300만원 초과 후원금 기부자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 4월9일 실시된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전후해 국회의원 및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기부된 300만원 이상 고액 정치후원금은 총 142억6547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자료는 지난 4월29일까지의 고액 후원금 현황을 집계한 것인 만큼 지난 4·9 총선을 염두에 둔 후원금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선거 공천을 이유로 국회의원의 눈치 보기가 불가피한 지방의회의원들의 후원금 기부도 상당수 눈에 띠었다.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 뇌물사건 또한 이와 유사한 경우였던 탓에 지방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곱지 않은 시선이 보내지고 있다.

후원금, 한나라당 쏠림현상

정당별로는 대선 및 총선 승리에 힘입어 집권여당이 된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과 4·9총선 의원 후보자에게 기부된 고액 정치후원금(300만원 이상)은 79억6325만원으로 전체의 55.8%를 차지했다.

이는 민주당 소속 의원과 의원 후보자의 고액 정치후원금(35억567만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여당인 한나라당 실세 의원이나 유력 정치인들로의 ‘쏠림’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7월21일 공개한 ‘300만원 초과 후원금 기부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같은 기간 국회의원 및 국회의원 후보자의 고액 정치후원금은 총 142억6547만원으로 나타났다.

1인당 고액 후원액을 살펴보면 한나라당 소속 의원·후보자들이 1인당 평균 4083만7190원을 받아 가장 많았고, 민주당 2550만8478원, 무소속 의원 및 후보자 2523만4283원 등을 기록했다. 민주노동당의 1인당 평균 후원금은 432만8571원으로 그 액수가 가장 작았다.

고액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 및 후보자 수는 △한나라당 195명 △민주당 139명 △평화통일가정당 57명 △무소속 53명 △자유선진당 18명 △친박연대 9명 △진보신당 8명 △민주노동당 7명 △창조한국당 5명 등이었다.

국회의원 및 후보자별로는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1억7600만원으로 가장 많은 후원금을 거뒀고, 현재는 한나라당에 복당한 당시 무소속 김무성 의원이 1억5000만원으로 2위에 올랐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순위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올 들어 4개월간 1억원 이상의 고액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들은 김무성 의원(당시 무소속)을 제외하고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1억29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아 3위를 차지했으며, 남경필, 박 진(각 1억2800만원), 나경원(1억2500만원), 정두언(1억1499만원), 안상수(1억1200만원), 김영선(1억1000만원), 이주영(1억900만원), 허태열(1억300만원), 김학송(1억원) 의원 등의 순서로 뒤를 이었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의 경우 1억원 이상을 후원받은 경우는 1명도 없었다. 민주당에선 4·9총선에서 낙선한 임종석 전 의원이 935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 결과 고액 후원금 평균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후보자들이 4083만7190원인 데 반해 민주당은 2550만8478원으로 거의 반토막에 불과했다.

민주당에 이어 평화통일가정당 6억9035만7169원, 자유선진당 3억3463만원, 친박연대 1억9473만2206원, 창조한국당 7710만원, 민주노동당 3030만원의 순이었다.

지방의원, 눈도장용 후원 눈총

총선 출마자에 대한 정치후원금 기부에는 지방의원이 적잖은 기여를 했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지방선거 공천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후원금을 기부한 것 아니냐는 것은 논란의 화두가 되고 있는 부분이다.

광역·기초의원 등 지방의원은 전체 2475건 가운데 2%인 50건을 후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2475건 중 50건, 총 142억6546만6873원 가운데 1억521만7000원을 후원해 전체의 2%를 차지했다. 건수와 액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 파문이 휩쓸고 간 자리라서 2%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김춘생 울산시의원은 한나라당 최병국(울산 남구갑), 김기현(남구을) 의원과 이채익 후보에게 500만원씩을 전달했다. 오정섭, 송윤원 경기도의원은 한나라당 박종운 후보에게 각각 260만원과 360만원을 후원했으며, 박노설, 박동학, 정영태 시의원 등 3명도 박종운 후보에게 1000만원을 후원했다. 부산 연제구에서는 한나라당 안재권, 이삼렬 구의원이 김희정 전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과 480만원을 후원했다.

이밖에 기초단체장인 전갑길 광주 광산구청장도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김영진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씩 후원했다.

지방선거 공천서 국회의원 눈도장? 후원금부터 미리 자리깔기
‘우리 식구는 내가’…같은 당 후보자에게 후원금 ‘품앗이 후원’


같은 당 국회의원과 후보자에게 후원금을 내는 ‘품앗이 후원’도 눈에 띄었다.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인 양정례 의원은 홍사덕 의원과 이규택 전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씩을 후원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인 대구 서구에 출마한 이종현 후보에게 500만원을 냈고, 친박(친박근혜)계인 허태열 의원과 김재원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각각 500만원씩 후원금을 기부했다. 한나라당 정화원 전 의원은 이상득, 주호영, 진수희 의원과 박형준 전 의원 등 같은 당 친이(친이명박)계 실세 4명에게 500만원씩 총 20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민주당 신계륜 전 의원에게, 민주당 조배숙 의원도 같은 당 이인영 전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씩을 기부했다.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당시 부패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그나마 유권자들이 극소수의 잘못으로 봐주고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과반수를 준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으로서 국민신뢰를 잃으면 안되는만큼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에 대해 더욱 엄격한 도덕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 중앙선거관리위


후원금제도 손질 필요

한편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현행 정치후원금 제도를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고 밝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원금이란 정치자금 중 후원회의 회원이 후원회에 납입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 물건을 말한다. 개인은 하나 이상의 후원회에 가입하여 후원금을 기부할 수 있으며, 법인이나 단체는 일절 정치자금을 기부나 기탁을 할 수 없다.

후원인이 하나의 후원회에 납입 또는 기부할 수 있는 연간한도액은 법률로 정해져있다. 정치자금법상의 합법적인 정치자금 이외의 일체의 음성 정치자금 수수는 처벌을 받게 된다.

합법적인 ‘정치자금’이란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 후원회의 모집금품과 정당의 당헌·당규 등에서 정한 부대수입 기타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물건을 말한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의원들의 정치후원금 계좌로 들어온 돈을 정치자금 계좌로 이체한 뒤에는 중앙선관위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선관위 통제 하에서 정치자금을 집행하는 게 맞다”며 정치후원금 제도 폐지 또는 개선을 주장하고 나선 것.

특히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이 제기한 서울시의회 금품수수 사건 연루 의혹과 관련해 만일 자신이 받은 자금이 불법이라면 정계를 은퇴하고 형사처벌을 받겠지만 합법적인 자금이라면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감옥에 가야 한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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