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폰 홍등가’ - 그들의 ‘핫라인’엔 욕정이 흐른다
‘텔레폰 홍등가’ - 그들의 ‘핫라인’엔 욕정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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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가에 ‘텔레폰 홍등가’라는 신종 조어가 탄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성매매가 더욱 은밀하게 변하고 있는 가운데 전화를 통해 만나는 일대일 성매매 형식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는 것. 이러한 성매매에서는 전화 한통이면 ‘바로 바로’ 성매매 여성을 구할 수 있고 심지어 성매매 약속을 잡는 데도 5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일단 3만 원만 입금을 하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성매매 약속이 잡히고 멀지 않은 거리라면 1시간 이내에 여성을 만나 바로 모텔로 직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종류도 많다. 기존의 전화방은 물론이고 060 음란전화, 성매매 연결 전화 등 소비자의 ‘선택’(?)도 매우 다양해진 것이다. 지하철의 스티커에서 지역정보지의 ‘이성교제’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재탄생하고 있는 ‘텔레폰 홍등가’의 실체를 취재했다.



전화방, 아직까지 명맥 유지

직장인 H 씨. 그에게는 남들은 잘 모르는 ‘은밀한 즐거움’이 있다. 남들은 ‘그곳’에 뭐하러 가느냐고 말하지만 H 씨에게만큼은 나만의 즐거움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주 찾는 곳이다. ‘그곳’은 바로 전화방.

한참 인기를 끌었던 전화방이 사그라든지도 몇 년. 하지만 아직도 전화방은 살아있고 여전히 성매매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그 수요가 꾸준히 있는 만큼 오히려 업소는 더욱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칙칙하고 음침한 분위기가 아니라 보다 세련되고 깔끔한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가 가는 전화방은 경기도 부천의 변두리에 있는 업소.

“사실 말이 ‘변두리’지 전화방 같은 곳을 가려면 도심의 북적이는 곳보다는 차라리 변두리가 더 낫다. 여자들이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다가올 뿐만 아니라 조금만 노하우가 생기면 웬만한 성매매 업소에 가는 것보다 훨씬 메리트가 있다.

사람들은 이제 전화방이 한물 갔다고 말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눈길을 주지 않을 뿐이지 그곳에서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아가는 남성들이 있다. 못 믿겠으면 경험해보라. 한 시간만 있으면 아마 10명 이상의 여자들의 전화번호를 딸 수 있을 것이다. 돈이 문제지 여자가 부족해서 성매매를 할 수 없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전화방에 전화를 거는 여성은 두 부류라고 할 수 있다. 한 부류는 전화 통화만을 해서 돈을 버는 여성들이고 다른 한 부류는 남성과의 통화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2차를 유도하는 여성들이다. 전자는 대개 생활고 때문에 이러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화되는 불황으로 남편이 실직한 상황에서 그 자신 역시 딱히 취직을 할 만한 곳이 없어 자의반 타의반 떠밀려 전화방에 온 여성들이다. 후자의 경우는 본격적인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로서 대부분 화류계 출신이거나 아니면 전화방 업소와의 계약을 통해서 그간에는 통화만 하다가 ‘본격적으로’ 성매매에 나선 여성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한 달에 얼마를 벌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하루에 8시간 정도 전화 통화만 할 경우에 그녀들이 벌 수 있는 돈은 대략 월 100만 원 선. 물론 8시간 동안 통화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무직도 8시간 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편하게 대화만 하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이라고는 볼 수도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성매매에 나설 경우에 그 수입은 200만 원까지 치솟는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특별한 기술이나 캐리어가 없는 여성들 입장에선 결코 적은 돈이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취재진은 전화방 통화를 통해 일을 한 지 10개월째라는 가정주부 박 아무개 씨(36)를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그나마 전화방이 있어서 근근이 먹고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막말로 우리 같은 평범한 주부가 어디 가서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의 돈을 벌 수 있겠는가. 우유배달 같은 것을 할 수는 있겠지만 나로서는 힘도 부치고 수입도 적어 포기했다. 그래서 결국 선택한 것이 전화방의 음란 통화였다. 처음에는 딱 3개월만 하고 그만두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일을 시작하면서 더욱 강하게 들었다. 남성들과 하루 종일 음란한 통화를 한다는 것이 도대체 쉬운 일이겠는가. 그런데 그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서 점점 익숙해졌다. 이제 나름대로 스킬도 생기고 남자를 다루는 법도 알게 됐다. 지금은 어쨌든 일을 할 수 있을 동안에는 계속하려고 한다. 아이가 대학가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다.”


선불금만 받고 도주하기도

박 아무개 씨는 남성들과 통화만 할 뿐 성매매는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여성들은 오히려 전화방을 이용해 ‘영업’을 뛰면서 성매매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여성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기존의 전화방 고객을 다시 자신의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다.

일단 통화를 하면서 남성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다시 전화를 걸어 ‘2차를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상당수의 남성들이 그 요구에 응하게 되고 여성의 입장에서는 안전하게 성매매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전화방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아예 ‘본격 성매매 창구’를 자처하는 전화 서비스가 생기기 시작한 것. 한때 정부의 단속으로 움츠러들었던 060 서비스가 새로운 형태로 부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전화를 걸면 회비 명목으로 3만 원을 입금하라고 한다. 입금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성매매를 할 수 있는 여성과 연결된다.

이곳에서는 오히려 음란한 대화들이 별로 없다. 거의 대부분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성매매를 위한 금액만 제시될 뿐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등록되어 있는 여성들의 직업은 천차만별. 가정주부는 물론이고 대학생, 다방 종업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알바를 뛰고 있다. 060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해보면 알 것이다. 이보다 빠르게 여성을 찾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3만 원만 내면 바로 연결되는 세상이다. 아마 전 세계에 이런 나라를 찾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로 만나는 여성은 대학생들이다. 돈 15만 원만 주면 어떤 여성도 성매매를 거절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전화기 안에 홍등가가 있는 셈이고 신천지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런 식의 성매매는 단속에 대한 걱정이 별로 없다. 어차피 입금도 가명으로 하고 업주들이 가지고 있는 통장도 대포통장이다. 경찰이 직접 증거를 잡고 단속을 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이런 식으로 여성과 1:1로 연결이 되어 성매매를 하는 것은 경찰로서는 별로 단속할 방법이 없다. 개개인의 통화를 도청할 수도 없고, 설사 이렇게 만난 사람들을 잡는다 해도 ‘애인사이다’라고 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난잡한 성관계를 맺다보니 성병의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집창촌에서는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성병 검사도 했고 여성들 스스로도 자신들은 ‘직업여성’이라는 인식이 있어 조심을 하며 콘돔을 철저하게 착용했지만 이른바 ‘일반 아마추어 성매매’ 여성들은 남성의 끈질긴 요구에 때로 콘돔을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텔레폰 홍등가’가 인기를 끌다보니 이를 이용한 사기도 판을 치고 있다. 인터넷에 번듯한 폰팅업체를 만들어 놓고 선불금으로 3만 원에서 5만 원을 받은 뒤 별도의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이다.

부산 영도 경찰서는 지난해 말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남성을 유인한 뒤 이 같은 수법으로 수천만 원대의 선불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5명의 남녀 일당을 검거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이 사기 수법에 속아 넘어간 거의 대부분의 남성들은 별도의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단 자기 스스로가 ‘성매매’라는 불법을 저지르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성들이 신고를 하지 않고 있는 동안 피해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모두들 쉬쉬 하는 사이에 다른 남성들이 이런 사기수법에 계속해서 걸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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