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정권 X파일’ 들춰내 주춧돌 뺀다
‘구 정권 X파일’ 들춰내 주춧돌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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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發 태풍 ‘9월 쓰나미’ 예고

▲ “내 세상 만들거야”이명박 대통령이 전 정권 숙청 작업에 들어갔다. ‘참여정부 X파일’이라 칭해지는 각종 비리와 실책으로 전 정권과 구 여권을 사정거리 안에 두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잃어버린 10년’ 청산에 나섰다. 참여정부를 향한 사정의 칼바람이 매섭게 휘몰아치고 있다. 공기업 수사 등으로 이미 노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는 가닥을 잡았다는 말도 공공연하다. 측근 비리부터 시작해 참여정부를 뒤흔들 태풍을 불러들인다는 계산이다. 전 정권에 대한 각 세우기도 여전하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한번에 ‘실패한 과거’로 몰 패도 고르고 있다. 이 대통령의 ‘목줄 죄기’가 강도를 더해가자 노무현 전 대통령도 반격에 나섰다. ‘청와대 문건’에 대한 고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설거지론’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맞받아쳤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도 ‘공격수’들이 배치되는 등 격돌이 잦아지고 있다. 여의도에 상륙한 청와대발 태풍, ‘9월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기록물 전쟁 불붙이고 몸통에 기름 붓기 ‘다 태워버린다’
참여정부 ‘측근’으로 흔들고 ‘10년 정권’은 대북으로 겨냥


참여정부를 향한 이명박 정부의 눈길이 매섭다. ‘청와대 문건’ 반환으로 시작된 이들의 갈등은 전·현 청와대 주인들의 신경전을 넘어 여의도까지 강타할 태세다.

깃털로 시작해 몸통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이명박 정부의 공격이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싸움의 시작은 ‘청와대 문건’ 반환 요구지만 그 속내는 그리 간단치 않다. 정권 교체와 함께 시작된 전 정권에 대한 ‘숙청’이라는 것이 정가의 전언이다.

실제 청와대 문건은 반환됐지만 국가기록원은 노 전 대통령 측의 대통령 기록물 반출과 관련해 이에 관여한 당시 대통령비서실 업무혁신비서관 등 10명을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강무현 전 해양수산부 장관 사건의 경우 검찰이 해운업체들이 강 전 장관은 물론, 참여정부 시절 해양부 고위 공무원들과 청와대 비서관들까지 정기적으로 관리한 정황과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L의원과 전 국세청 고위 간부 L씨 등 참여정부 핵심 관계자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이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다른 중견 해운사로부터 로비를 받아온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바 있어 이번 사건의 파장이 커질 경우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이 해운업체들이 부산·경남 지역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말이 나오며 ‘부산 파급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지역은 노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그의 인맥이 세세하게 얽혀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에서 문제가 터져도 번지기 쉬운 곳이라는 것.

참여정부 말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발을 담근 부산지역 건설업자 ‘김상진 사건’이 검찰조사로 진행되며 굵직굵직한 비리가 딸려 나온 것이 대표적인 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던 최측근 인사의 비리는 노 전 대통령의 권력누수로 이어졌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측근들을 흔들면 자연스럽게 노 전 대통령까지 상처 입힐 수 있지 않겠냐”며 이명박 정부의 속내를 가늠하고 있다.

지난 10년 다 뒤엎어?

칼날은 노 전 대통령만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정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대통령의 ‘숙청’이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만 타깃이 맞춰져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 전 대통령을 넘어 국민의 정부,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노리고 있다는 것. ‘잃어버린 10년’의 잔재를 모조리 걷어내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것이다.

10년 정권을 ‘싸잡아’ 정리할 패로 ‘대북사업’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 정부에서 시작돼 참여정부까지 이어지는 동안 ‘대북사업’은 수많은 논란을 낳았었다. 박지원 의원은 대북 불법송금 혐의로 옥살이를 살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의 비호 아래, 참여정부의 묵인 하에 이뤄지며 여전히 의혹투성인 것이 사실이다. 이 대통령이 이 점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권의 ‘압력’이 사라진 검찰도 부담없이 수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격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는 ‘정부 카지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대북사업’과 구여권을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초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카지노업체 그랜드코리아레저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중 카지노 영업장 임대업체인 한무컨벤션측이 노 전 대통령 측근에게 로비해 영업장 임대권을 따 냈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에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 측근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지만 ‘정부 카지노’에 대한 부분까지 파고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대북지원자금’ 문제가 터져 나올 수 있다.

정부 카지노는 2000년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던 박지원 의원이 “외국인 카지노를 추가로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카지노 사업에 대한 증명되지 못한 사업성, 사행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 등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정동채 전 장관이 카지노 추가 개설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내세운 카지노 추가 설립의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였지만 금강산관광사업 등 남북협력 사업의 지속적 추진 등을 위한 재원 마련에 쓰였다는 의견도 설득력있게 제기됐었다. 2004년 카지노 사업자 부담금은 1013억원, 2005년에는 1111억원이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전입됐는데 관광공사는 2001년 6월 현대아산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남북협력기금 450억원을 북측에 제공키로 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대북지원자금 규모가 국민의 정부 때와 비교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수출입은행이 작성한 남북협력기금운용현황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기금을 통한 무상 대북지원 규모는 1조2400억원으로 국민의 정부 5년간 5400억원에 비해 2.27배 늘었다. 또 유상지원까지 포함하면 참여정부 들어 대북지원금은 2조3900억원 규모로 국민의 정부 5년간 1조8500억원보다 28% 늘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북 퍼주기’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대규모 ‘대북자금’ 문제가 터져 나오면 불길이 순식간에 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으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대한 반감이 이명박 정부에 득이 됐으면 득이 됐지 실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전 정권을 봐도 정권교체 후 ‘물갈이’는 필연적이다. 전 정권의 그늘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와 함께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참여정부도 전임 김대중 정부에 대북송금 특검의 칼날을 들이대며 ‘반사이익’을 챙겼었다.

허수아비마냥 굴 수야…

▲ “순순히 당하랴”노무현 전 대통령이 뿔났다. 현실정치에 대한 발언을 아껴온 노 전 대통령이지만 계속되는 공격에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현실정치로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전 정권이 ‘호락호락’ 당해줄리 만무하다. 노 전 대통령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 참여정부가 다 해 놓을 것은 이명박 정부가 도장만 찍었다는 이른바 ‘설거지론’을 정면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29일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와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의 비공개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참여정부는 ‘합리’와 ‘균형’이라는 원칙과 기준을 갖고 수입조건 협상을 하려했지만 미국이 거부하는 바람에 해결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주장하고 있는 ‘설거지론’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격노했다.

노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화에 자리를 함께 했던 당시 당선인 비서실장이던 임태희 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조윤선 대변인을 통해 “2월18일 비공개 회동에서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생활을 마감하는 소회를 장시간 얘기했을 뿐 정책 사항에 대한 깊이있고 의미있는 얘기는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전 대통령으로 현실정치에 나서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쇠고기 국정조사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하거나 문재인 전 대통령실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킬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확실한 의사 표시를 한 것이다.

청와대 전 주인들 ‘으르렁’…“앉아서 당하진 않겠다”
현 정권 ‘참여정부 X파일’ 수집 중…9월 기다린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잃어버린 10년론’에 대해 “정권을 맡을 때는 전 정권의 권리와 의무를 다 계승하는 것이다. 현 정부 분들이 좀 더 겸손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대로 인정하고 계승할 것은 계승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의 사람들이 잃어버린 10년이란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이 모든 잘못의 시발점”이라며 “반대파라도 ‘배울 일은 배운다, 계속할 것은 계속 한다’고 하는 것이 건전한 삶의 태도이고 건전한 정치의 태도”라고 말했다.

신·구정권 여의도에서 한판

신·구정권의 갈등은 여의도에도 불을 붙이고 있다.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이 촛불집회의 배후로 사실상 민주당과 김 전 대통령을 지목하며 정부의 구여권 사냥에 가세하고 나선 것.

공 최고위원은 “최근 촛불집회를 보면 생활정치 차원에서의 촛불집회는 끝나고 체제 전복을 원하는 잃어버린 10년 세력들이 총궐기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세균 민주당 대표에게 DJ·노무현 지지층을 복원·결집하고 2010년 지방선거에 이겨야 이후 대선과 총선에서 집권할 수 있다고 주문했는데, 이런 큰 틀 속에 현재 상황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즉각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집권여당 최고위원이 촛불을 산불처럼 보니 급하기는 급했나 보다”고 혀를 찼다. 최 대변인은 “촛불은 촛불이고 산불은 산불인데 이것도 구분 못하는 안목 측은하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면서 “집권세력의 비틀린 생각과 초점 잃은 눈동자에서 독재에 대한 노스텔지아가 서려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도 “촛불의 배후는 국민이다. 국민이 우리가 촛불배후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왜 엉뚱하게 노무현과 DJ 탓으로 돌리냐”며 “마이동풍도 이정도면 중증이고 우이독경도 이정도면 유분수”라며 비꼬았다.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가 실정의 책임을 전 정부에 돌리더니 촛불시위의 배후로 김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5·18 광주항쟁을 김대중 총재 내란 음모 사건으로 연결지은 전두환 신군부의 후예다운 행태”라며 “이런 한나라당을 상대해야 한다는 현실이 매우 비참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가 한 소식통은 “청와대와 구정권의 전쟁은 9월을 전후로 폭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수집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X파일이 추석이나 국감에서 일제히 쏟아질 것이라는 신호가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며 “수세에 몰리기만 했던 이 대통령이 ‘큰 한방’으로 재기의 발판을 노릴 것”이라고 전했다. 바야흐로 ‘9월 전쟁’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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