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리한 사업추진 논란에 각종 소송, 환경평가 ‘가시밭길’
최근 세계 크루즈선 시장 2위인 아커야즈를 인수하며 승승장구하는 STX그룹에도 쉽게 풀리지 않는 시름이 있다. 계열사 STX중공업의 경상남도 마산 수정지구 선박용 블록공장 설립 논란이 그것이다.
STX조선에 납품하게 될 블록을 생산할 이곳은 지난해 STX조선은 수주 물량이 늘면서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수개월째 이어져 온 이 논란은 진화는커녕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현재까지 평행선을 걷고 있다. 심지어 지난 2월에는 공유수면 목적변경 무효 소송, 6월에는 반대 주민들에 의해 STX중공업의 수정지구 개발협약 무효 소송이 제기된 상황이다.
생산규모 확대 “힘드네”
이번 STX중공업 수정지구 블록공장 설립은 STX조선의 급격한 성장과 맞물려 있다. STX그룹의 핵심 기업 STX조선은 지난해 수주량이 전년보다 100% 급성장하면서 선박 건조에 필요한 블록 등 기자재 공급 비상이 걸렸다. 최소한 지난해 공급하던 생산량의 2배 정도 되는 규모의 블록공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미 경쟁사인 삼성중공업은 중국 저장성 닝보 블록 생산기지를 2배로 확장했으며 2010년까지 닝보와 산둥성 룽청 생산기지에서 총 50만t의 블록을 생산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중국 산둥성 옌타이에서 선박 블록공장 준공식을 갖고 2010년까지 연간 22만t으로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STX중공업의 블록공장 설립도 이런 조선업계 블록생산 확대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STX중공업은 지난 2006년 5월 블록공장 설립을 위해 경남 구산면 수정리 일대 23만㎡의 매립시공권을 인수했다.
동시에 이를 위해 마산시와 협약을 맺어 주택용지로 계획된 수정리 일대를 공업용지로 전환, 조선기자재 공장 유치를 위한 약정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사업성과는 순탄치 못했다.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수차례 공장설립이 지연됐던 것이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지난 4월 한·중 재계회의에서 마산지역에서 꼬여가는 공장 건립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당시 강 회장은 “기업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한국에서는 투자를 하려고 해도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기회를 놓치기 십상”이라면서 “공장 설립을 위해 이미 3년 전 확보한 마산 부지는 환경문제 등을 내세운 지역주민의 반대로 지금까지 손도 못 대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런 위기감 때문이었을까.
재계 일각에서는 “STX중공업과 마산시가 블록공장 설립을 추진하는데 있어 지나치게 성급한 방법으로 반발 여론을 키운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STX중공업이 주먹구구식으로 공장설립을 추구하려는 탓에 오히려 반대여론이 더 거세게 일게 됐다는 인근 주민들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현재 외관상 STX중공업 블록 공장에 대해 수정지구 주민투표로 압도적 찬성표를 얻어내며 사업진행이 확정된 상태지만 그 내부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팽배해 있다.
공장 설립 반대를 주장하는 주민대책위원회는 관계자는 “STX중공업이 무리한 사업진행을 하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마을발전기금’으로 무마하려는 등 부도덕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STX중공업은 찬성 주민 단체인 수정뉴타운추진위원회에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40억원을 위탁하고 그 용처를 위원회에 일임했다.
문제는 이 자금이 주민투표 찬성자에게 ‘200만원을 지급’ 하는 등의 용도로 쓰였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부 세대에게 가구당 1000만원이 위로금 형식으로 지급 되면서 ‘돈으로 찬성을 샀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반대 측인 주민대책위원회에서는 수정뉴타운추진위를 마을발전기금 횡령 및 배임으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이 주민투표에 금품이 개입됐다는 이유 등으로 무효를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갈길 먼 공장 설립
STX그룹 측은 이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소송 결과가 나오면 아무 문제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에는 STX중공업과 마산시의 ‘블록공장 설립에 따른 경제적 효과’ 또한 과장됐다는 주장이 경남고용포럼에서 제기됐다. 소송이 아니더라도 논란이 당장 수그러들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쌍용그룹 평사원에서 시작해 STX그룹 최고봉에 오른 ‘셀러리맨의 신화’ 강 회장은 이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까. 만약 공장설립이 무산된다면 STX조선의 선박 건조에도 어려움이 불가피할 전망. 하지만 무리한 사업 추진이 그에 못지않은 반발을 이끌어 낸 것도 사실이다.
특히 내년 건설에 앞서 사업단지 승인, 환경영향평가 등을 앞둔 만큼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숙제를 안게 된 STX중공업에 강 회장이 어떤 선택을 내놓을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