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12월 7일, 제18대 대통령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현 대통령인 이명박 후보는 자기 전 재산을 사회 헌납 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전격 발표했다. 그것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본인 스스로 결정해서 한 일이다. 물론 그 배경을 놓고 당선을 위한 마지막 카드라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을 테고, 서민에 대한 애정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발표로 인하여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데 결정적으로 도움을 받은 것만은 사실일 것이다. 당시 이 대통령의 그러한 발표 동기는 짐작만 할 뿐, 누구도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단지 우리가 아는 것은 ‘그러한 결정’이 누구든 쉽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에 향후 약속대로 이행만 하면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우리 내외 살아갈 집 한 칸이면 족합니다. 그 외 가진 재산 전부를 내어 놓겠습니다. 어렵고 힘든 이들을 위해서 잘 쓰이도록 하고 그렇게 했으면 싶습니다…….”(이하 생략) 즉, 발표의 요지는 ‘집하나 놔두고 조건 없이 다 내놓겠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그 후 국민들은 이 후보가 재산을 언제, 어떻게 헌납을 할 것인지를 궁금하게 생각해 왔던 게 사실이고, 그러던 차에 지난 6월 22일 천주교 원로인 정의채 신부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린 듯 “전 재산 헌납하겠다는 대선공약을 빨리 이행하라”고 맨 먼저 언론을 통해 내 보내면서 “살 집만 빼고 전 재산을 헌납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고, 최선을 다해도 국민이 믿어주지 않는다면 하야(下野)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라는 충고까지 했다. 또한 정 신부는 "현 정부의 어려움은 단순히 쇠고기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는 매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리고 지난 7월 28일에는 민주당 최철국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재산 헌납 질문에 대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갑작스런 ‘재단 설립 추진 중’이라는 답변에 대하여 “재단설립을 해서 이자를 가지고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 대통령의 재산 헌납 방법에 대하여 맹 비난을 퍼부었다.
또 최근 8월 6일에는 연합뉴스가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지난 6월에 ‘공익재단’을 설립해서 재산을 사회 환원 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했다”는 뉴스를 전하면서 처음으로 공익재단 설립을 공식화 함은 물론 재산헌납위원회도 만들고, 위원장으로는 이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거론되고 있다는 지금까지 전혀 들어보지 못한 발표도 나왔다.
아무튼 재산 헌납은 이 대통령 스스로 국민과의 한 약속이자 공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산 헌납 과 관련하여 무려 8개월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아직도 이 대통령의 재산 헌납 결정이 아니라 헌납이니 환원이니 또 헌납위원회니 하는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그렇다 보니 아니나다를까 국민들(네티즌)의 반응은 이 대통령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고작300억 좀 넘는 돈으로 이름 남기려 재단을 설립해, 감쳐둔 어마한 재산은 고대로 두고 쥐꼬리 돈으로 생색을 내면서 것도 재단을 설립한다고 하여간 쥐박이 야비한 잔대가리는 알아줘야해 사회 봉사 단체한테 알아서 쓰라고 깨끗하게 기부나 할 것이지 고작 300억 내놓고 그러면 다른 수백억 기부자들도 전부 재단 만들면 보기 좋겠다. 국민에게 물어봐라 그게 진정한 기부인지 나중에 간섭 하겠단 거밖에 더 되냐고 나쁜 놈아 ㅋㅋ (나라 여님 |08.08.05 | )."
"그럴 줄 알았어! 이재에 밝은 분 아닌가,그게 헌납인가? 깨끗하게 헌납하면 될 것을 당선될 줄 알았으면 헌납 안해도 되는데 조금 서두른 감이 없지 않아 있네. 그러나 이명박재단이라 하니 관계없지 뭐 ㅎㅎㅎㅎㅎ (솔님 |08.08.05 |)."
"그럼 그렇지 그냥 단순히 기부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환원해서 한자리씩 꿰차서 대통령 임기 끝나고도 미래를 보장받겠다는 거구낭 그래서 이젠 거기서 한 밑천 긁어모을 생각인거쥐~~ 역시 넌 너무 단순해 (로즈마리님 |11:04 |)."
이처럼 “현 정부의 어려움은 단순히 쇠고기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 정 신부의 발언과 국민들의 반응은 분명 시차가 존재함에도 결국 재산을 내 놓는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믿음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노자는 “조직하는 것은 파괴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도의 순리와 덕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새삼 재산헌납에도 또 무슨 조직이 필요한지 다시 한번 곱씹어 보기를 바란다. 과연 그러한 조직으로 재산헌납이든 환원이든 국민들 마음을 얼마나 감동을 줄 수 있을 지, 이 대통령은 또 한 번의 큰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기를 바란다. 리더의 본질은 '말의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진정성'에 있다는 것을...
장자는 “만물에 작용하지만 아무것에도 간여하지 않는 것이 하늘이다.”라고 했다.
대통령은 하늘과 같은 존재다. 국민을 다스리는 하늘이다. 하늘은 모든 것을 다 주되, 모든 것을 다스리고 있지 않는가? 하늘 같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견주고, 조직하고, 쫀쫀하게 작용하게 한다면 국민들은 누굴 믿고 살겠는가?
정말, 우리 국민들이 하늘 한 번 품고 살게 해 주기를 바란다.
국민과의 약속, 재산 헌납에도 무슨 조직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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