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수사관 10여명 명단 공개로 '정형근 의원' 고문논란 가중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의 국회간첩조작 비상대책위원회’ 간사인 유기홍 의원은 ‘정형근에 의한 고문피해자 모임’의 심진구, 서경원, 양홍관씨 3인과 함께 15일 국회 기자회견실에서 당시 안기부 조사 시 작성했던 ‘사법경찰관피의자심문조서’에 기재된 고문 수사관 10여명의 명단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게다가 16일 방영될 KBS 추적60분은 ‘정형근 고문 논란, 누가 거짓을 말하나’ 편을 통해 정 의원의 고문 가담 여부를 정면을 다루게 됨으로써 정 의원의 고문 가담 논란은 한층 수위를 높이게 됐다.
유 의원, 역사적 진실이 밝혀지는 첫 단추가 될 것
이날 ‘정형근에 의한 고문 피해자 합동 기자회견’에는 88년 국회의원 밀입북 사건의 주인공인 서경원 전 의원과 86년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의 심진구 씨, 92년 민족해방애국전선 사건의 양홍관 씨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열린우리당 한나당의 국회간첩조사 비상대책 위원회 책임간사인 유기홍 의원은 “이번 고문 수사관들의 실명이 확인된 것은 이제까지 고문수사 실체 논란에 대한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며 “향후 중부지역당 사건외에 국가폭력에 의한 고문 피해 및 용공조작과 관련한 역사적 진실이 밝혀지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어 “고문 수사의 실질적 책임자로 피해자들에 의해 지목되고 있는 정형근 의원은 피해자들과의 공개토론 등 고문의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한 책임 있는 정치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며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파이프 담배 문 정형근 정확히 기억한다
‘86년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으로 고문을 받았다고 증언에 나선 심진구씨는 당시 기억을 되살려 제작한 남산 안기부 조사실의 측면도와 정형근 의원과 고문 수사관 5명의 몽타주를 제시해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사진설명 : 심진구 씨가 제시한 고문 수사관 몽타주]
심씨는 “1986년 12월 10일 영장도 없이 불법 체포된 직후 남산 안기부 지하실로 끌려가 13일간의 고문을 받아왔고 12월 22일 정형근 의원을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정형근 의원이 '간첩도 15분이면 다 분다' 라며 직접 간첩협의를 강요하고 고문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본인이 애연가였다고 밝히는 심 씨는 “고문당시 2주 동안 담배를 못 피웠기 때문에 파이프담배를 물고 있는 정 의원을 본 순간 간절히 담배를 피우고 싶었었다”며 “그 순간의 (파이프 담배를 문)를 정 의원을 20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도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당시 정 의원에 대해 설명했다.
심 씨는 또 “정형근 의원의 고문 사실을 밝히지 않고 그냥 넘어가게 되면 참혹한 역사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며 “반드시 진실을 가려서 심판할 때가 왔다”고 거듭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심 씨는 “정형근 씨가 국회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우리 국가나 역사가 진짜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잠도 못자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성토했다.
명단을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워...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양홍관 씨는 “92년 민족해방애국전선 사건’으로 정형근 의원으로부터 ‘성고문’을 받았다고 주장. 그는 "고문피해와 관련해 검찰에 고소한 적이 있지만 검찰은 특정인을 지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며 "정형근 의원이 저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는데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피의자 신문조서를 만들었던 사람의 명단을 공개하게 됐다"고 명단의 공개 배경을 밝혔다.
양 씨는 또 “정 의원에게 고문 사실을 인정·참회하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는데, 정 의원이 끝내 자가 자신을 위해 이를 거부하고 명예훼손으로 저를 고소했기 때문에 상처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양홍관 씨는 이어 “개인적으로 고문 수사관들도 피해자이며 수사에 가담한 명단을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온 것이 안타깝다”며 심경을 피력한 뒤, “고문 수사관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에, 법적 대응은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의 이름 전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양심선언을 촉구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다”고 밝히고 “(정 의원)고문 사실이 없었다면 역사와 국민 앞에 제 목숨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이밖에 유기홍 의원은 “국정원이 과거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증언을 청취해 진실이 가려지는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국정원의 자체 조사에 기대를 걸었다.
이들은 고문행위 등에 대한 진위를 가리기 위해 정형근 의원에게 TV 공개토론을 재차 촉구했다. 유기홍 의원은 자신도 정형근 의원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하고 이철우 의원도 공개 토론을 제안했지만 정형근 의원이 거부했다고 밝히며, “본인(정 의원)이 수락하면 언제라도 공개 토론 주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KBS 추적60분 고문 논란 집중 조명
이와 함께 KBS 추적60분은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재직 당시 고문에 가담했는지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이를 정면으로 다룰 예정이다.
‘추적60분’은 오는 16일 방송되는 ‘정형근 고문 논란, 누가 거짓을 말하나’를 통해 이번 사건을 집중 조명한다.
안기부 수사차장보와 제1차장 등을 지낸 정 의원은 최근 국정원 과거사진실위원회가 자신이 수사 책임자 등으로 참여했던 ‘KAL 858기 폭파사건’과 ‘중부지역당 사건’ 등의 수사에 본격 착수하자, “만약 조사를 통해 해당 사건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조사 과정에서 고문이 없었다는 점이 확인될 경우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한 사람들은 법적·역사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제기되고 있는 고문 직접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편, 정형근 의원은 “12년씩 징역살고 김일성·정일을 칭송한 빨갱이 하수인들이랑 무슨 공개토론이냐”며 “양홍관 심진구 모두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놓은 상태이니 조사결과를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사진 : 최민하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