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 각 사안에서 소수야당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장외 친박까지 포섭한 한나라당이 사안마다 몰아치는 데 반해 민주당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장외투쟁뿐이라는 게 정치권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열쇠는 지지층 복원
소수야당의 한계를 극복할 열쇠는 지지율. 그러나 민주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한나라당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당 지지율 조사를 보면 7월 첫 주 10%대에 머물렀던 민주당의 지지율은 8.8% 상승한 22.3%로 상승했다. 국회 등원을 거부해오던 민주당이 42일 만에 국회 개원에 합의하자 한데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반영된 것이다.
이후 민주당은 7월 셋째 주 지지율이 7.3% 상승, 27.3%를 기록했다. 민주당이 27% 이상을 기록한 건 열린우리당 시절인 2006년 4월말에 27.9%를 기록한 이래 2년 3개월만이다. 한나라당과의 격차도 한층 줄어들었다.
그러나 8월 첫째 주 한나라당이 전주 대비 5% 상승한 37.8%를 기록해 40%대에 근접했으나 민주당은 23.6%로 큰 변동이 없는 지지율을 보임에 따라 양 당의 지지율은 다시 줄어들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의 독도 표기 원상복귀 지시에 이어 한미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이어지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고 이것이 한나라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당 지지율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비슷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데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친다고 해도 이 지지층이 민주당을 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자리하고 있다. 결국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을 위해서는 박차고 오를 땅을 단단히 하는 게 선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민주당이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지층 복원”이라며 “과거 김대중, 노무현을 지지했던 지지층을 하늘같이 모시고 다시 이분들을 지지층으로 복원할 수 있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DJ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지지층 복원은 민주당의 당면과제가 됐다.
호남, 노사모로 지원사격
이를 위해 민주당이 선택한 것이 지난 10년 정권을 끌어안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는 달리 DJ와 노 전 대통령에게는 강력한 지지층이 존재한다. 호남이라는 지역과 노사모다.
민주당은 지지층 복원을 위해 DJ에게 손을 내밀었다. DJ는 “그동안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등 ‘민주정부’ 10년 동안 굉장히 많은 사회·문화, 남북관계 등에서 성과를 냈다. 투명한 시장경제, 생산적 복지, 남북관계의 불신을 불식시키고 평화공존에 진입하는 등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등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민주당이 갖고 있는 정통성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노 전 대통령을 찾은 자리에서 김민석·박주선 최고위원 등 구민주계와 노 전 대통령이 화해하기도 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을 방문하는 것은 지난 10년이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되찾은 10년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라고 민주당에서의 ‘노무현 복원’을 강조했으며 정세균 대표는 “민주개혁세력이 이합집산을 해 신뢰를 얻지 못했고 양대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못 얻었다”며 “이제 민주개혁 진영의 대동단결로 힘을 모아야겠다”고 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오늘이 당내 화학적 결합, 영호남의 지역적 결합, 중도개혁세력의 결합 등 모두가 통합하는 역사적인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지난 5년간 한나라당이 정말 부러웠다. 참 단결을 잘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도 그들만의 통합, 우리만의 통합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통합이 돼야 한다”며 “경상도를 빼고 자기들끼리 통합이 안 됐으면 좋겠다”고 영남 끌어안기를 당부했다.
민주당 전통성 ‘저력’ 찾기…盧·DJ 계승 당 내 설전 ‘모락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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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친노와 구민주계도 힘을 키우고 있다.
친노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을 이은 안희정 최고위원이 친노의 중심에 서 있는 만큼 당 내 세력 규합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 정치권 한 관계자는 “친노 직계와 방계를 포함하면 20여 명에 이른다”며 “일각에서는 노사모를 복원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귀뜸한다.
이와 함께 친노 탈당파의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장관 등의 복당을 점치는 것. 단기간에 성사될 것이라 말하는 이들은 없지만 이들이 돌아 왔을 때의 파급효과를 고려, 복귀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DJ도 발언을 늘리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가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층의 복원을 주문한 데 이어 ‘역사비평’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이명박 정권의 가장 큰 문제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생각에 있는 것 같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그 전에 한 걸 잃어버렸으니 다시 옛날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국민들이 볼 때는 위기의식이 생긴다. 우리가 떠올리기도 싫은 그런 권위주의시대가 다시 오는 거 아니냐, 이거 민주주의의 위기 아니냐”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에는 남북관계에 대한 견해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의 텃밭인 호남 인사들의 복당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박지원(전남 목포), 강운태(광주 남구), 김영록(해남·완도·진도), 유성엽(정읍), 이무영(전북 전주 완산갑), 이윤석(전남 무안·신안) 등 6명이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탈당했던 ‘호남 무소속’ 의원들은 총선에서 민주당 복당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들은 이미경 사무총장을 심사위원장으로 하는 당원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복당이 진행되고 있다.
누굴 더 밀어야 하나

대선에서 국민들의 ‘참여정부 반대’ 기치에 구여권도 참여정부를 부정하는 언사를 서슴없이 했기 때문이다. 주요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화해를 했다고 해도 껄끄러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서 나타났듯 이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측을 경계한다는 분위기를 많이 나타내고 있어 선뜻 밀어주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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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내 친노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안희정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호남당’ 한계를 지적하며 “인구의 30%가 넘는 영남지역에서 5% 정도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는 절대로 집권이 안 된다. 민주당의 현재의 과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어떻게 안을 것이냐”라고 영남지지 세력 회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영남의 출발선은 노 전 대통령으로 표현되는 영남의 민주당 정통세력을 현재의 민주당이 어떻게 껴안느냐, 어떻게 노력할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때가 되면 (민주당내에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어차피 필연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민주개혁세력의 장터라고 봐야 한다”며 “이 장터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노가 민주당과 노 전 대통령의 화해를 중장기적으로 보고 있는 것과는 달리 구민주계는 막바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DJ의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의원의 복당은 의미가 크다. 박 의원은 DJ의 ‘복심’으로 불렸던 만큼 DJ와의 관계나 전통적 지지기반 복원 등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당도 이미 지난달 전대를 앞두고 지역위원장을 선출할 때도 박 의원 지역구인 목포를 ‘사고 지구당’으로 분류, 지역위원장을 비워놓는 정치적 배려를 해 박 의원의 행보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를 두고 야권 일각에서는 박 의원의 복당을 계기로 당 내 구민주계와의 연합전선 구축 등 세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는 등 향후 민주당 내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