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대 국회가 개원을 했지만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띈다. 18대 총선 공직선거법 위반자들 상당수가 자신들의 의원직 박탈여부에 온 신경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금배지를 단 기쁨도 잠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당선자들에게는 좌불안석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는 것. 현재 본인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나 고발을 당해 검찰에 입건된 18대 총선 당선자는 모두 66명이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선자가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당선자의 배우자·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가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취소된다.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의원직을 상실하지는 않을까 가슴 조리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몇 명이 살아남을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창 국회의원으로 일할 시기에 선거법위반 시비에 휘말려 선거구민들에게 죄송하고 부끄럽다.” 한 초선 의원의 최후 변론이 18대 국회의원 선거법위반 수사 여부에 따른 금배지의 위기를 실감하게 했다.
18대 국회가 공전을 거듭한 끝에 어렵사리 문을 열었지만 일부 ‘금배지’들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기보다 자신의 신변을 걱정해야 하는 궁색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난 4·9 총선 과정에서 선거법을 위반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5월30일 ‘18대 국회의원’ 91명 입건·12명 기소됐다. 하지만 7월21일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의 수사대상 의원은 66명으로 압축됐고 검찰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한 국회의원은 모두 16명에 이른다.
의원직 잃을까 ‘벌벌’
이로써 18대 국회가 지난 달 30일 개원해 새롭게 의정 활동이 시작됐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66명은 향후 자신의 운명에 전전긍긍하며 위기를 맞게 됐다. 특히 현재 기소된 국회의원16명 중 7~8명이 의원직 상실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수사의뢰와 총선 후보 간 고소고발로 인해 수사선상에 오른 국회의원만 50명. 수치상으로 보면 18대 전체 총선 사범은 17대에 비해 상당히 줄었지만 국회의원 재선거 예상 지역구는 오히려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기소된 국회의원 16명 중 7~8명이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구형 또는 선고를 받았다”면서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수사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이 50명에 이르기 때문에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건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직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의원은 모두 16명인 것으로 보인다. 경주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친박연대 김노식 의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김 의원 측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 측은 무엇보다 재판 과정에서 신분이 뚜렷한 국회의원 당선자에 대한 구속 기소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창조한국당의 이한정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와 공·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로 구속됐다. 선관위에 제출한 학력 및 경력 서류가 허위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 역시 보석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한정 의원 측은 김노식 친박연대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나온 예를 들어 구속 기소는 형평성의 논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정국교 의원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정 의원 측은 1심 재판에 대해 “우리 쪽에서는 당연히 무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불법·부정선거 특별대책위원회(위원장 박주선 의원)의 한 관계자는 “주가 조작은 선거법에 해당되지 않지만 출마자였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받게 된 것”이라면서 “당에서는 초기 상황에서 구속수사는 무리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여당은 구속 기소가 한 건도 없는 데 반해 야당 후보자는 일단 구속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증거 인멸과 도피 우려가 없는 전직 의원을 구속했다는 점에서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수사대상 66명으로 압축, 향후 수사과정 통한 존재여부 불안 확산
18대 선거법위반 수사 대상 66명, 검찰 구속·불구속 기소만 16명
친박연대의 서청원·양정례 의원 관련 공천비리 사건은 재판 중이다. 쟁점은 친박연대 통장으로 입금된 돈이 공천 대가성이냐는 부분이다. 서 대표 측은 “공천 대가가 아니며, 대표가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 친박연대 통장으로 들어온 만큼 무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심에서 서청원 대표와 양정례 의원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 대표는 징역 1년6개월을, 양 의원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김노식 의원까지 포함하면 친박연대에서 기소된 의원 모두가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음으로써 의원직을 잃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친박연대의 존속 여부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미 7월10일 한나라당이 친박연대의 일괄 복당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현재 수사 중인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정양석·홍정욱·박순자 의원으로 허위학력·경력에 대해 수사를 받고 있으며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허위사실 유포와 공·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로 구속된 이한정 의원도 공천헌금 관련 기소 가능성이 엿보인다. 또한 검찰이 기소 전 단계에서 수사를 진행 중인 선거법위반 사건도 상당하다. 수사선상에 직접 올라있는 국회의원도 50명이나 된다.
검찰과 선관위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연루된 사안은 허위 사실 유포, 금품·음식물 제공, 허위 학력·경력 기재 등이 대부분이며, 선관위 등 사정기관에서 인지한 사안보다 정당 또는 후보 간 고소고발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측근 단속도 의원 몫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일반 형사사건 등에 연루돼 기준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한다. 물론 기준은 모두 다르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했을 경우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또 정치자금법 45조 ‘정치자금부정수수죄’, 49조 ‘선거비용 관련 위반 행위에 관한 벌칙’을 위반했을 경우에도 100만원 이상 벌금을 받으면 의원직을 자동 상실한다.
국회의원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선거사무소장, 회계책임자, 부인과 직계 존·비속이 선거법위반 혐의로 3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이 박탈된다. 선거법이 아닌 명예훼손 등 일반 형사 사건의 경우에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의원직을 잃게 된다. 17대 국회에선 선거법위반 등으로 인해 모두 11명의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했다.
한나라당 허범도 의원과 자유선진당 김낙성 의원은 선거사무장이 유권자에게 금품 및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로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했다. 허 의원의 선거사무장과 회계책임자 등이 공모해 자원봉사자를 모집, 이들에게 일당 6만원씩을 지급했다가 선관위에 적발됐다.
총선 사범은 17대보다 줄었지만 ‘그냥 못넘기는’ 사안 오히려 늘어
7~8명 의원직 상실 해당하는 구형 또는 선고, 조사는 현재진행형
이에 앞서 검찰은 총선 선거일인 지난 4월9일까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773명 중 당선자는 37명이라며 이 가운데 20명(54.1%)이 상대편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 등 거짓말을 한 혐의를 받고 있고 8명은 금품을 유권자에게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특히 검찰 관계자는 “선거가 끝난 지금도 당선자 및 선거 관계자에 대한 고소 고발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당선자 중 수사대상자가 늘어날 것”임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당선자나 선거 관계자가 다른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확인될 경우 원칙적으로 징역형을 구형할 방침을 세우며 수사의지를 밝혔다.
그렇다면 공소시효와 재판 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는 6개월이다. 검찰은 18대 총선일 이전에 불거진 선거법위반 사안에 대해 오는 10월9일까지 기소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재판은 1, 2, 3심 각각 2개월 내에 처리한다는 원칙을 법원이 밝힌 바 있다. 기소가 되면 늦어도 6개월 내에 대법원 판결까지 내려진다고 보면 된다.
그 동안 법원은 ‘선거사범 처리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에 올해부터 최대한 ‘속전속결’로 처리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4월 심판론’ 불붙나
이제 관심은 재선거가 어떻게 치러 질 지의 여부다. 재선거는 1년에 2차례 실시된다. 선거법위반 등으로 국회의원직이 박탈된 지역구의 경우 4월 또는 10월에 재선거를 치른다. 국회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이 확정된 날짜가 10월1일~3월31일 사이면 4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4월1일~9월30일 사이면 10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재선거가 실시된다. 하지만 지난 4월 총선처럼 중요 선거가 겹치게 되면 선거를 함께 치르기 위해 일정이 다소 늦춰질 수 있다.
한편 내년 4월 재보선에서도 당선 예상을 뛰어넘는 지역구에서 재보선이 치러질 것이란 전망도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내년 4월이 이명박 정권이 정치적 심판대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