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달아 터진 부패 사건으로 한나라당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귀환 스캔들에서 언니 게이트, 국방부 납품 청탁 로비까지 한달새 연달아 3건의 친인척, 권력형 비리 사건이 터지며 여권은 쑥대밭이 되어가고 있는 것. 특히 이번 사안들은 조사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초대형 비리 사건으로 번질 수 있는 것이어서 ‘자칫하면 횃불이 들불로 번질 수 있다’는 말이 한나라당을 불안하게 뒤흔든다. 또한 이와 관련된 각종 괴담도 무수히 떠돌고 있다. 누가 입을 열면 끝이라는 이야기에서 총선의 후유증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 청와대의 은혜갑기만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조급해지면 공세로 전환, 핵폭탄을 터뜨릴 수 있다는 분석까지 줄을 잇는다. 그러나 야권은 정권 초부터 터지는 이러한 비리를 ‘5공의 부활’이라 지적하며 날선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았으니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국방부 납품 청탁 명목으로 돈이 오가는 과정에 나온 말이다. ‘절대적 권력’의 강조, 정권 핵심의 전화 한통이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5공’을 추억하게 한다.
시작부터 비리로 내달려
‘5공식 비리’ 사건들이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정권 초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사안들은 당 내 의장후보 선출을 위해 동료 의원들에게 돈을 뿌린 금품살포부터 영부인의 사촌언니가 당 공천을 둔 사기행각을 한 ‘언니 게이트’, 국방부 납품 청탁을 위해 여권 인사들에게 돈을 준 ‘국방부 납품 청탁 로비’까지 다양하다.
당 내 의장후보 선출을 위해 동료 의원들에게 돈을 뿌린 김귀환 서울시의장은 당의 징계를 받고 탈당했으나 의장직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명했다. 탈당을 했으면 됐지 의장직만은 놓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시의장측은 이와 함께 ‘김 의장이 임시회를 앞두고 의회 정상화를 위해 사퇴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왜 이렇게 엉뚱한 곳에만 관심을 갖느냐”면서 “누가 고발했는지, 누가 이 내부분열을 일으켰는지 제발 좀 찾아 달라. 우리는 물증이 없어서 못 잡고 있다”며 사태의 책임을 내부 고발인에게 돌리기까지 했다.
‘김귀환 스캔들’ ‘언니 게이트’ 이어 국방부 납품 청탁 권력형 비리?
국방부 납품 청탁, 유한열 상임고문 중심으로 여권 핵심으로 이어져
‘언니 게이트’의 주인공인 김옥희씨는 자신을 김윤옥 여사의 친언니인양 속여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돈을 챙겼다.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조합 이사장과 지난 총선 당시 친박연대 후보로 경기도 남양주시 갑(와부·화도·호평·평내) 지역구에 출마했던 박상대씨, 서울시의원 이모씨, 전직 국회의원 오모씨 등 4명을 상대로 한 국회의원 비례대표 공천 말고도 취업을 미끼로 주변 사람에게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며 발견한 이력서 3~4통과 계좌추적 결과 그녀가 대통령 인척임을 내세워 취업을 시켜주겠다며 A씨로부터 3~4000만원을 받아 챙긴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김씨에 대한 수사는 아직까지 전방위적인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 수사로까지 번지지는 않고 있다.
국방부 납품 청탁의 경우 청탁의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은 유한열 한나라당 상임고문은 구속됐으며 당에서도 제명됐다. 그러나 유 고문과 함께 돈을 받은 한덕영 전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직능정책본부 유관단체위원회 수석부단장, 김재현 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정책특보, 이승준 아시아태평양 환경NGO 한국본부 상임부총재 뿐 아니라 청탁 로비를 위해 접촉한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 공성진 최고위원 등 거물급 정치인등이 거론되며 파문을 더해가고 있다.
천리가는 ‘한나라당 괴담’

“더한 것도 있다더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도는 가운데 ‘돈 공천’에 대한 부분은 수많은 여지를 남기고 있어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총선부터 ‘비례대표 특별당비는 30억’이라는 말이 은연중 흘러나왔으며 실제 한나라당 몇 몇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정가는 ‘공천 리스트’를 찾는데 혈안이 됐으며 한나라당은 근원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성한 ‘괴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우리가 10년만에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국민의 90%가 정권교체가 될 것이라고 봤고 그렇기 때문에 소위 이권집단의 사람들이 한나라당 쪽으로 많이 움직였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사건이 터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는 당으로서 즉각적으로 대처해 밝힐 것은 밝히고 처단할 것은 처단하는 게 최고다”라고 말해 또 다른 사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공성진 최고위원도 “지난 2년간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만들어 내면서 그 과정에 정권 수립에 기여했다고 자칭타칭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실상 사업하는 사람들 말고는 명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모종의 일을 도모하거나 사고를 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유려를 표했다.
부정부패 연루자에 대한 일벌백계 방침을 밝힌 최병국 당 윤리위원장은 “부정부패와 관련한 그런 얘기가 있으면 내게 가르쳐달라. 괴담은 들어보지 못했지만 정치판을 보니 상호간에 무슨 음해도 하고 없는 말도 가져다 넣기도 하더라”라면서도 “다소 그런 괴담 가운데는 저질스러운 것도 있다. 괴담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일벌백계가 아니라 백벌백계라도 할 참이다. 엄히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한달새 비리 3건, 초점은 여권 중심으로 흘러간 ‘검은 돈’의 행방
정치권 여권 비리 관련 각종 ‘괴담’ 만연 “폭탄은 연달아 터진다”
당 지도부조차 추가로 나올 비리 사안에 신경이 곤두선 만큼 그에 따른 하소연도 적지 않다.
박희태 대표는 각종 스캔들에 대해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며 “그 많은 식구들이 어디 가서 무엇을 하느냐를 일일이 감독하기 어렵다”고 관리감독의 한계를 토로했다.
박 대표는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미고, 정부가 자성하고 조심하는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앞으로도 일벌백계차원에서 부정부패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 최고위원도 “떠도는 괴담들은 정말 괴담에 지나지 않고 만약 부정부패 행위가 있다면 당 차원의 응징뿐 아니라 사정당국에 고발하는 등 즉각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는 것이 지도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먼저 알았으니 ‘됐다’?
그러나 정작 이명박 대통령에게서는 여유가 엿보인다. 이 대통령은 여권의 비리 의혹과 관련 “비리 사건에 대해서는 앞으로 관련자의 지위고하와 소속 여부를 막론하고 사정기관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면서도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과거처럼 언론이나 야당이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여권은 수비에 몰두하다가 드러난 형식이 아니라 청와대나 정부가 먼저 비리에 단서를 포착해 사정기관에 철저한 수사를 의뢰한 사건들”이라며 “우리가 먼저 발견해서 사정기관에 일렀으니 권력형 비리가 아니다”고 사안을 축소했다.

‘언니 게이트’의 경우 청와대가 지난 6월 첩보를 입수하고 한달 여가 지난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며 국방부 납품 청탁의 경우도 유한열 상임고문이 지난 1월 청탁로비를 위해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조정위원회 간사)와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당시 국회 국방위원)을 찾았지만 수사의뢰는 언론취재가 시작 된 후 이뤄졌기 때문이다.
야권은 “청와대에서 먼저 수사의뢰를 했다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권력형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한 ‘특검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친인척 비리나 권력형 비리는 모두 정권교체 후 일정 시일이 지난 후 나오는 것인데 정권 초부터 이런 사안들이 발생한다는 것은 앞으로 어떤 검은 뒷거래가 밝혀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며 “때문에 ‘괴담’이 괴담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패권력에 대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여권의 핵심부로 다가가고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를 대처하는 정부의 권위주의적 면모는 자칫 이러한 비리 사건이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를 금치 못하게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