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쌀한 와인같은, 우리네 인생살이
'어바웃 슈미트'로 찬사를 얻은 감독 알렉산더 페인의 다음 작품이자, 2004년 나온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으로 칭송이 자자한 '사이드웨이'. 더욱 소소해지고 지리멸렬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미니멀 해진 만큼, 감동의 폭 또한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오해와 질투, 불신이 와인의 숙성처럼...
'사이드웨이'의 두 주인공 마일즈(폴 지아매티)와 잭(토마스 헤이든 처치)은 그렇고 그런, 별 볼일 없는 군상이다. 잭의 결혼을 앞두고 떠난 여행 내내, 이들은 끊임없이 충돌한다. 서로의 여행목적이 다르기 때문.
잭은 화려했던 싱글시절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여성편력을 총정리하자는 차원에서, 마일즈는 좋아하는 와인의 생산지를 돌며 그 맛을 음미하려 여행을 떠난 것이다. 이 가운데 일어나는 얼기설기 뒤죽박죽의 상황이, '사이드웨이'의 쌉쌀한 유우머를 구성한다.
그래도 이들에게 여인들은 나타난다. 사려깊고 지적인 이혼녀 마야(버지니아 매드센)와 도발적인 매력으로 가득한 스테파니(샌드라 오). 당연히 마야는 마일즈와, 스테파니는 잭과 어울린다.
마일즈와 마야가 와인이라는 '공통화제'로 감정의 공유를 조용히 이끌어간다면, 잭과 스테파니는 보자마자 불이 붙어 서로의 육체를 태운다. 그리고 거의 모든 남녀관계가 그러하듯 오해와 질투, 불신 등등이 한데 엉켜, 이들 사이엔 돌이키기 쉽지 않은 갈등이 심각하게, 모락모락 피어난다.
'인생 그 자체'의 풍경, '사이드웨이'
'사이드웨이'는 마치 보는 이가 와인을 직접 마시며 취해가는 듯한, 아늑하고 몽롱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주인공들의 마음 속에 침투해 들어간 주관적 분위기. 그것은 언제까지나 깨어나지 않고 싶은 황홀한 감정의 파노라마다.
그리고 영화는 고백한다. '인생이란 와인 한 잔 기울이는 그 순간도 나름대로 매혹적이지만, 결국 어떤 치장과 가식 없이 진실한 마음과 마음 사이의 교류가 중심을 이루어야 하는 것 아닐까.'
사실 여기엔 그 어떤 부연설명은 없지만, 마음 깊이 건드리는 '그 자체'의 풍경이 자리잡는다. 구태여 와인에 인생살이를 비유하지 않더라도, 이미 정신적으로 밝은 햇살 아래 숙성되어 있기에. 어떠한 말로도 형언할 길이 없는, 느낌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진귀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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