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영화 - 에비에이터
이주의 영화 - 에비에이터
  • 오공훈
  • 승인 2005.02.1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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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프리오, 진정한 연기세계에 올인하다!
영화 '에비에이터'는 실로 오랜만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맡아보는 본격 주연작이다. 신비한 백만장자이며 혁신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제작자이자 항공기 제작·운영자인 하워드 휴즈는, 디카프리오에게 대단히 어울려 보인다. 대인기피·완벽주의·세균공포증 시달린 하워드 휴즈 그러나 사실 하워드 휴즈는 디카프리오에게 친숙한 듯 낯선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는 두 가지 측면으로부터 비롯된다. 첫 번째는 실존인물인 하워드 휴즈가 대단한 플레이보이라는 것. 캐서린 헵번(케이트 블란쳇)이나 에바 가드너(케이트 베킨세일)를 중심으로 할리우드 여배우들과 숱한 염문을 뿌린 하워드 휴즈는, 그동안 주로 헌신적인 연인의 모습을 보였던 디카프리오의 출연작을 볼 때 퍽 낯설다. 더욱 흥미로운 두 번 째 요소는, 하워드 휴즈가 지닌 선천적인 성격결함. 그의 대인기피와 창조적인 완벽주의 그리고 세균공포증은 하워드 휴즈를 서서히 몰락의 길로 빠지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에비에이터'의 묘미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주된 갈등이 외부가 아닌 주인공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이다. 그의 괴팍한 성격과 과도한 모험심은 숱한 적을 만들고, 결코 가고싶지 않은 최악의 상황까지 내몬다. (재미있는 건 하워드 휴즈와 강력한 갈등관계를 이루는 항공사가 팬암인데,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디카프리오가 연기했던 주인공 프랭크가 사기행각을 벌이는 주요 밑천 중 하나가 바로 팬암이라는 점) 당당함과 나약함을 절묘하게 섞은 디카프리오 사실 이런 캐릭터는 '에비에이터'의 감독이 마틴 스콜세지라는 점이라는 걸 보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택시 드라이버'(1976)나 '성난 황소'(1980) 등 스콜세지의 대표작 모두, 인물의 괴팍함을 주요 동력으로 삼는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에비에이터'는 주인공의 성격적인 결함으로 인해 주변과 괴리되어 고립으로 치닫는 면에서는 분명 '성난 황소'와 흡사하지만, '어찌 됐든' 주요갈등을 해결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결말은 '택시 드라이버'와 닮아있다. 포인트는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하면 제 격일 '에비에이터'의 하워드 휴즈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맡은 게 과연 성공적인가 하는 점이다. 상당히 성공적인 것 같다. 로버트 드 니로처럼 강력한 내공을 발휘하기엔 그는 너무나 스타답지만, 최소한 마틴 스콜세지가 요구하는 복합적이며 분열적인 내면연기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이다. 이는 그동안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보여준 당당함과 나약함이 절묘한 비율로 섞인 결과이기도 하다. 이것은 디카프리오의 재능이 무르익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슬슬 호흡이 맞아가는 스콜세지의 탁월한 역량의 결과일 수도 있다. 비로소 소년은 어른이 되었고, 참된 성인은 신뢰를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에비에이터'에서 하워드 휴즈의 얼굴 가득한 주름살이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던 것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성인선언'이 이젠 제대로 우리의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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