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금융그룹으로 미래에셋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미래에셋그룹의 이면에는 적잖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총수일가 지분이 90.96%에 이르는 부동산개발업체 케이알아이에이(주)(이하 KRIA)가 총수일가와 알쏭달쏭한 거래를 하고 있는 탓이다. 계열사로부터 자본을 차입해, 이를 총수일가에 빌려주고 있는 것. 업계 일각에서는 비상자사를 이용해 박 회장이 제 사금고처럼 쓰고 있다는 뒷말까지 나돈다.
총수 가족기업 KRIA, 단기차입 부채 절반은 계열사 통해서
재계에서 박현주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일개 펀트메니저에서 시작해 맨손으로 미래에셋그룹을 일군 그의 대박신화는 미래에셋 브랜드의 상징이기도 하다. 실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결코 작지 않다. 주요 투자 방향이나 굵직한 사안은 모두 박 회장 선에서 결정된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상식이다.
하지만 이런 박 회장의 대박신화가 요즘 이상하다. 이미 해외펀드는 올해 들어 20%의 손실을 보고 있고, 이외에도 금감원 내사 등 각종 악성루머가 금융시장에 퍼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박 회장의 최근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재계 곳곳에서 들려온다. 박 회장이 미래에셋 계열사 KRIA를 사금고처럼 이용한다는 것이 이 뒷말의 골자다.
아리송한 박 회장의 대출?
사실 KRIA라는 이름은 생소하게 들린다. 미래에셋 계열사 치곤 금융상품을 취급하지 않아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KRIA가 비상장사여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도 주효했다. 부동산개발업체인 KRIA는 사실상 총수일가의 가족기업이라는 평을 받는다. 박 회장이 KRIA의 지분 43.68%를 가지고 있고 부인인 김미경 이사가 10.24%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친인척 및 임원이 주요 주주로 올라와 있다. 이들의 지분은 90.96%에 달한다.
이 KRIA가 석연찮은 시선을 받는 이유는 미래에셋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박 회장에게 대여해주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공시에 따르면 KRIA는 지금까지 주주에게 550억원을 대여해줬다. 이때 제공된 담보는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 주식 312만4000주. 이 담보는 박 회장이 보유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분 54.33% 중에서 제공됐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총 자산 1447억원, 영업이익 102억원 수준의 KRIA가 왜 이런 거액의 대여금을 준 것일까. KRIA는 총 부채만 해도 현재 769억원에 이른다.
주목할 것은 KRIA의 단기차입금의 적잖은 부분을 미래에셋계열사인 미래에셋캐피탈에서 끌어왔다는 점이다. KRIA는 454억원의 단기차입 부채를 가지고 있는데, 이중 미래에셋캐피탈에서 차입된 대금이 절반가량인 215억원에 해당된다. KRIA에 영업이익의 배가 넘는 금액을 빌려준 셈이다.
재계 일각에서 “미래에셋캐피탈의 자금이 가족기업 KRIA를 통해 박 회장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갸웃하는 이유도 이런 배경이다.
그렇다고 미래에세셋캐피탈의 자금 사정이 여유로운 것도 아니다.
현재 미래에셋캐피탈의 재무상황은 양호하지 않다. 단기차입과 회사채 발행을 적잖게 해댄 까닭이다. 최근까지 미래에셋캐피탈은 금융권으로부터 꾸준한 단기차입을 받아들여왔다. 지난 8월5일에는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까지 발행했을 정도. 이는 미래에셋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압박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보유한 자회사 주식가액이 총 자산의 50% 이상이 되면 지주회사 전환을 해야만 한다. 지난 3월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가액은 총자산의 49%에 해당하는 8372억원이다. 특히 2006년 상장한 미래에셋증권이 상장되면서 보유주식의 가치는 급속도로 상승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단기차입금을 끌어 쓰고,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도 이런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단기차입금으로 총자산을 늘려 자산대비 자회사 주식가액의 비율을 낮추는 것. 49%인 자회사 주식가액은 단기차입금을 제외하면 80%에 이른다.
캐피탈이 꾼 돈은 총수에게
문제는 지주회사 회피를 위해 미래에셋캐피탈로 들어온 자금이 고스란히 박 회장에게 갔다는 점이다. 재계 일각에서 가족회사 KRIA가 박 회장의 사금고가 됐다는 핀찬을 받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하지만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KRIA의 대여자금은 박 회장의 해외 사업을 위한 비즈니스 자금으로 쓰이고 있다”면서 “이는 경영전략상의 선택이지 편법이나 위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박 회장의 자금은 해외법인 설립으로 주로 활용된다는 것. 하지만 해외법인에 대한 박 회장의 지분은 현재까지 뚜렷이 드러난 것이 없다.
무엇보다 미래에셋캐피탈에서 해외법인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이 있음에도 박 회장을 통했고, 그 자금이 미래에셋캐피탈의 여유자금이라기 보단 적잖은 이자를 동반하는 금융비용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미래에셋캐피탈의 차입금으로 회장의 지배력만 공고히 해주는 경우가 아니겠느냐”면서 “지주회사 전환을 피하기 위해 자산을 무리해서 늘려가고, 또 그 자산으로 회장의 영향력을 공고히 해준다는 것은 그룹 규모에 비춰서 납득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숨겨진 미래에셋그룹 핵심 지주회사 KRIA
지배구조의 진짜 핵 따로 있다?
재계에서 KRIA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KRIA가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에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현재 미래에셋그룹의 가장 핵심역할을 하는 사실상 지주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을 지배하는 미래에셋캐피탈이다. 하지만 이 지배구조에는 KRIA라는 기업의 이름이 보태진다.
KRIA는 미래에셋그룹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분 9.95%를 보유하면서 2대주주로 올라있다. KRIA 자회사의 지분을 포함하면 이 영향력은 더욱 확대 된다.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분 8.63%는 KRIA의 100% 자회사인 KFAC가 가지고 있다. 또 KFAC와 KRIA가 같이 보유하고 있는 인슈코리아를 통해서도 4.19%를 소유하고 있다.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간접 지분이 22%에 육박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KRIA는 미래에셋펀드서비스의 지분 100%, 브랜드무브, KFAC, 인슈코리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동산114의 지분 14.76%를 가지고 있다. 또 다른 핵심기업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분도 37.71% 보유중이다.
사실상 미래에셋그룹 지배에 있어 박 회장 다음 가는 2대 주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RIA가 상장하게 된다면 총수 가족에게 막대한 차익을 제공할 수 있고, 무엇보다 승계작업에 있어서도 활용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