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윤우 체제 부담 높은 속사정
삼성그룹, 이윤우 체제 부담 높은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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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에 공판에 ‘바쁘다 바빠~’

삼성그룹의 이건희 전 회장이 사퇴하고, 전략기획실이 해체 된 이후 우려의 시선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사장단회의를 통한 독립경영에 나섰지만 세부 조율에 있어서는 여전한 ‘리더십’의 부재가 걸림돌로 작용하리라는 평가 때문이다. 현재 삼성 측에서는 사장단회의 외에 투자조율위원회를 설립해, 사실상 전략기획실의 공백을 메꾼다는 계획이지만 이재용 전무의 승계, 이 전 회장의 특검공판 등의 과제는 이윤우 체제의 여전한 부담거리로 다가오고 있다.

이건희 전 회장 사퇴이후 2개월, 평온하지만 갈 길은 구만리
이윤우리더십 우려…삼성특검·국정감사·삼성쇄신 버텨낼까
삼성그룹 새로운 핵심기관 투자조율위원회에 시선 집중
베이징에 나타난 이재용 전무 차기 회장 자리 닦기 돌입

삼성그룹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사퇴 이후 2개월을 지나고 있다. 재계를 놀라게 한 이 전 회장의 사퇴는 전략기획실의 해체와 더불어 삼성에게 있어서 유례없는 큰 변화를 안겨줬다. 삼성은 스스로 초유의 실험이라고 표현할 정도인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를 운용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삼성은 이런 리더십의 공백에 대한 우려를 좀처럼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그룹 전반 의사결정이 힘들어졌다는 평이 나돌고 있고, 특히 이 과정에서 전기실의 역할을 사실상 분담하게 된 투자조정위원회의 역할이 불안하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리더십 공백 우려 가중

삼성은 이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이수빈 삼성생명 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해 사장단협의회를 이끌고 있다. 현재 삼성의 사장단협의회가 운영된 2개월은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사장단협의회의 능력을 시험하는 ‘중대 사안’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있다.
시급한 결정과 대처가 필요한 ‘위기’에는 어떤 대응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것. 특히 계열사 간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걸리는 사안이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대규모 투자 등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지적이다.

이런 우려의 핵심은 새로운 체제에서 돋보이는 투자조정위원회다. 사장단협의회를 보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투자조정위는 사실상 전기실의 역할을 분담해 ‘그룹간의 조율’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의 신규투자의 우선순위 조정하고 배정하는 것은 각 계열사의 미래가 좌우되는 만큼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현 삼성경영 체제에서 가장 큰 힘을 받고 있는 것이 투자조정위라는 평가는 이런 배경에 근거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현재 투자조정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은 이윤우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윤종용 전 부회장의 뒤를 이어 사실상 삼성그룹의 중심 회사인 삼성전자를 총괄하는 수장으로 선임돼 그야말로 삼성그룹의 주요 핵심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투자조정위는 이윤우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김순택 삼성SDI 사장, 김장완 삼성 중공업 사장,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이상대 삼성물산 사장, 임형규 삼성전자 사장, 고홍식 삼성토탈 사장 등 7명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윤우 체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적지 않다. 옛 전기실 만큼의 중앙통제기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삼성그룹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했다는 점에서 더욱 무게감을 갖는다. 특히 가장 시급한 것은 다가오는 국정감사다. 이미 이 전 회장이 탈세혐의로 유죄를 받았고, 그 외의 각종 로비 의혹도 제기됐었던 만큼 국감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 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 전기실은 국정감사를 대비해 각 계열사에 있는 담당 직원에게 지시를 내려 정보를 수집, 분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 업무를 짊어지게 될 투자조율위는 원활하게 국감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재계 일각에서 계열사간의 손발을 잘 맞출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투자조율위의 리더십과 맥을 함께한다. 이에 대한 결과가 이윤우 체제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는 것이다.

황태자 승계 향방은?

국감 외에도 이윤우 체제의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이 전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의 대상에 채택되지 않은 상태로 항소심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어 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에버랜드CB사건도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평가다. 항소심에서 자칫 황태자 이재용 전무의 입지에도 상처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삼성 쇄신안에서 발표한 지주회사 전환 및 순환출자 해소, 사외이사 개선 방안, 이 전 회장의 차명재산 처리 등의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도 숙제로 남아 있다.

결국 이윤우 체제에 대한 우려의 핵심은 이 전 회장, 전기실 부재에 따른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의 문제다. 특히 이 전무의 경영권 승계는 이윤우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이윤우 체제의 리더십 문제가 곧 이재용 전무 복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그런 이유로 이윤우 체제를 ‘과도기 체제’라는 평가하도 한다.
현재 이 전무는 경영수업은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이 전무는 최근 베이징 올림픽에서 삼성특검 이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맞아 이 전문가 중국에 간 것은 부친인 이 전 회장을 대신해 국제무대에서 상징적으로 ‘삼성회장’의 역할을 맡게 된 것을 상징한다는 해석이 많다. 이 전무는 베이징 체류 기간 동안 삼성전자가 펼치고 있는 올림픽 마케팅을 근접 지원했다. 중국 내 주요 파트너들과 접촉하고 박근희 중국 삼성 사장 등 현지 법인장들을 소집해 점검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회장으로써 위상으로 볼 때 국제 스포츠 인맥을 구축하기엔 올림픽만큼 적절한 곳이 없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고위층에선 지난해 CCO(최고고객책임자)로 부임할 때부터 이 전무와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한 역할을 조율을 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무의 베이징 올림픽 참관을 시작으로 그의 경영능력을 안팎에 증명할 수 있는 시험 무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 전 회장은 이 전무가 향후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이후에야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한바 있다. 이 전무의 승계에 있어서 이윤우 체제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국외 사업 지원은 경영수업의 일환인 셈. 이 사이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추스르고, 무리 없이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이윤우 체제가 안정적인 성과를 내야만 이재용 전무 또한 부담을 덜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결국 이 부회장으로서는 삼성 연착륙을 서둘러야 하면서도, 연착륙 이후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도 준비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 전 회장과 전기실이 해체되면서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일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지만 이런 리더십의 부재는 5년, 10년 이후에나 문제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이라고 밝혔다. 이윤우 체제가 막 출범한 만큼 크고 작은 불안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윤우 체제의 ‘두 마리 토끼’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신성장동력 찾기를 비롯해 내부정비, 그룹간의 조정 등이 그에게 안겨진 탓이다. 삼성을 50여년간 지탱시켜온 총수와 전기실의 부재에 이윤우 체제가 어떤 결과를 안겨줄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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