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정부행정부처 이전 범위 관철 . 충청권 민심 동시 잡기?
- 중앙행정부처 이전 범위에 대한 여야간의 의견차로 위헌성 여부까지 확대돼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 특별법’ 난항 예상 -
- 한나라당, 공주·연기를 다기능 복합도시로 7개 부처를 옮기자는 당초 입장 고수 -
- 충청권, 행정수도 후속대책 조속히 처리 촉구 -
[사진설명 : 과천종합청사]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17일 연기·공주 지역에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건설키로 합의해 그간 논란이 되던 행정수도 후속대안 추진이 가속화에 힘을 붙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행정부처 이전범위와 위헌성 여부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특별법의 임시국회 처리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충청권 시민단체와 지방자체단체는 행정수도 후속대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등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부처이전 범위와 특별법 합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입장으로 자칫 행정수도 후속대안 처리가 지연되면 충청 여론의 질타는 자명한 일이다.
이에 당의 원칙을 관철시키고 동시에 차기 대선을 위해 충정권 민심을 잡아야 하는 한나라당에서는 행정수도 후속대책 합의를 앞으로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 위원장, ‘올해 토지매입과 공사착수 시작 가능’
여야는 17일 국회 신행정수도후속대책특위 소위원회를 열어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건설한다는데 서로의 의견을 절충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합의된 사항 중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에 투입되는 정부재정부담 상한액을 당초 10조원에서 8조5천억원으로 낮추는 대신 도시광역기반시설 중 철도건설비(8천910억원) 등 일부 건설비용을 민간으로 돌려 개발이익부담금으로 충당키로 했다.
또 ‘행정도시건설청’을 설치해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하는 전담조직을 정비하고 청장을 차관급 정무직으로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으며, 특별법안의 명칭은 ‘신행정수도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으로 정했다.
여야는 아울러 지난 5일 열린우리당이 단독발의한 특별법안에 이날 합의내용을 반영한 뒤 특위 대안 또는 수정안을 만들어 임시국회에서 법안처리를 위해 최대한 노력키로 한 것.
박병석 소위 위원장은 “연기·공주 지역에 인구 30~40만명 규모의 자족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은 이미 이전부터 합의된 사항”이라며 “올해부터 토지매입과 공사착수가 시작된다고 봐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여야 합의에 따라 올해 안에 연기·공주 지역 예정부지 2천210만평에 대한 토지매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나라, 정부부처 이전 범위 축소 주장 여당과 대립각 세워
그러나 이날 발표로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중앙행정부처 이전 범위에 대한 여야간의 의견차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위헌성 여부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논란의 핵심인 부처이전 범위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수도권 집중완화 및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청와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외교통상부,국방부를 제외한 16부4처3청을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재경부,법무부,통일부,감사원을 이전할 경우 행정비효율화 및 과천청사 ‘공동화’ 문제가 대두된다며 규모축소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어 또다시 위헌시비가 불거졌다.
특위가 16일 자문을 받기 위해 초청한 전문가 이헌환(서원대)교수는 회의에서 “정부 여당이 낸 ‘16부4처3청’ 이전 방안은 위헌 시비가 일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 했지만, 전기성(한양대)교수는 “교육·과학 기능 외에 경제 중추 기능까지 포함시켜 16부처를 옮길 경우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과천 정부청사를 완전히 비우는 것은 국정 비효율을 초래하고 과천시의회와 주민들도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국무회의를 화상회의로 하고, 국회 출석빈도를 줄이면 된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여야가 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재경부가 갖는 상징성과 경제 총괄기능 때문이다. 여당은 “재경부만 서울에 남으면 다른 경제 부처와 업무 협조 및 조정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했다. “그럴 경우 충청권이 반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외교·안보와 함께 국정의 두 축 중의 하나인 경제 중추기능은 서울에 남아 대통령을 보좌해야 한다”라는 논리로 반박하고 나섰다.
재경부가 이전 하면 수도기능이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부처이전 범위에 대해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또다시 파행으로 치받게 된다면 임시국회에서는 특별법 처리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위 소속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특별법 내용 가운데 쟁점사항은 합의를 이뤄냈지만 부처이전 범위에 대해 여야가 합의를 해야만이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다”고 여야 합의 원칙을 강조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특별법에 대해 합의처리가 불가할 경우 단독처리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우리당은 늦어도 차기대선 해인 2007년에는 도시건설 착공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고, 따라서 토지매입 등의 작업이 늦어도 올해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소위위원은 "특별법은 절차법인 만큼 부처이전 범위가 법안 내용에 반영되지 않더라도 특별법만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면 얼마든지 연기.공주 예정부지에 대한 토지매입이 가능하다"며 합의 불가시 단독 처리를 시사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대선일정 등을 고려한 착공시기에 얽매여 우리당이 특별법의 임시국회 처리를 강조하는 것은 당리당략적인 행동이라며 특별법의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어 특별법 처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충청권, 행정수도 후속대책 조속히 처리 한나라 압박
이와 같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부처이전 범위 합의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신행정수도 범대전시민연대(상임공동대표 이창기 대전대 교수)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번 임시국회 내에 납득할 만한 새 행정수도 후속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단식’과‘탈당’이라는 ‘카드’로 여야를 압박하고 나섰다.
범대전시민연대는 16일 대전시청에서 염홍철 대전시장, 황진산 대전시의회 의장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새 행정수도 후속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촉구하며 앞으로의 투쟁 일정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국회 신행정수도 특위에서 여야 간 대화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충심 어린 기대를 보낸다”며 “하지만 후속 대책이 지체되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과 국토 균형발전 등은 심각한 차질을 빚는 만큼 새 행정수도 건설의 지속적인 추진과 후속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여야 정치권에 대해 범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고 후속대책에 대한 국민투표 주장 등 소모적인 국론 분열을 중단하고 납득할 만한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
또 이창기 상임공동대표는 임시국회 기간에 범충청권협의회가 △여야 정당대표 항의 방문 및 국회청원 서명서 전달 △대표단 단식농성 △주요 도로 차량시위 전개 등의 활동을 벌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한나라당 소속인 염 시장과 황 의장은 “새 행정수도 후속 대책 추진 과정에서 당이 대의명분이나 지역정서에 어긋나는 정책을 고집해 후속 대책에 차질이 생기면 탈당을 포함한 특단의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염 시장의 이러한 발언은 합의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겨냥한 것으로 충청권 시민도 가세해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 입장은 변함이 없다. 외교부,국방부를 제외한 전 부처이전 범위의 여당안은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공주·연기를 다기능 복합도시로 만들고 교육·과기부 등 7개 부처를 옮기자는 당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 대표 충청민심 잡을 수 있을까?
한편 박 대표는 다음달 8일경 대전을 방문하기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여권과 시민단체 등 수도이전 후속대책 공세가 거세지자 박 대표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어차피 정면돌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이런 추측에 힘을 실었다.
특히 여의도연구소도 "최근 충청권이 친여 성향을 보이며 ‘호남’, ‘영남’ 지역의 포위구도로 바뀌어 당이 지역적으로 포위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 함에 따라 충청권 민심을 배제하고 대선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박 대표가 조만간 수도이전 후속대책에 대한 당론을 결정하고 직접 충청권 민심잡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표측은 “임시국회가 끝난 뒤 박 대표가 충청과 호남지역을 방문하기로 계획을 잡고 있다”며 “이번 방문이 연초부터 펼쳐온 민생투어의 연장”이라고 설명해 충청권 민심잡기라는 일각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경우 해당 지역 특정행사 참석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탐방에 나선 반면에 이번 대전 방문은 특별한 계기 없이 수도이전 후속대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박 대표가 대전 방문시 당 소속 지역발전위원들은 물론, 지역언론인들과 간담회를 갖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수도이전 후속대책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전달하고 충청권 민심을 설득하기 위한 방문이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 대표는 후속대책 관련, 외교·국방을 제외한 전 행정부처를 옮기는 여당안에 대해 위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폭넓게 논의돼야 한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박 대표가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육·과기부 등 7개 부처 이전안'을 최종당론으로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반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충청권의 민심을 어떠한 방법으로 선회시킬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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