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 각계전투 “그땐 올챙이였지만…이젠 달라”
물밑 각계전투 “그땐 올챙이였지만…이젠 달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2 시동거는 민주당 대권주자

▲ “우리가 킹 or 킹메이커”야권 잠재 대선후보군이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고만고만한’ 이들이 ‘대선주자’ 자를 놓고 싸웠다면 이번에는 남은 기간 ‘체급’을 키워 다른 이들과 확실한 차이를 둔다는 계산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반에 국민지지를 상실하면서 민주당에 2012년 대선을 준비하는 차기 대선 후보들의 물밑 움직임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현재 상태에서 가장 힘이 있는 수권 대안세력은 민주당이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반에 국민지지율이 너무 낮아 민주당으로서는 조기에 대선후보 경쟁 바람이 불 수 있다. ‘보수 무능’이 지속될 경우, 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됐을 시 재집권에 유리하겠지만, 실패한 정부가 된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차기 대선의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야당의 존재감을 느끼기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쇠고기 파동, 정부 인사 난맥, 금품 비리, 금강산 피격 사망 사건 등 여권에 대형 악재가 속출했지만 민주당은 전혀 반사이익을 못 누리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드리서치(R&R)의 정기조사에 따르면 5~8월 한나라당 지지율은 33~34%대를, 민주당은 15~17%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 기간 동안 10만여 명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로 몰려가는 ‘사변’이 벌어졌지만 신기할 정도로 민주당의 지지율은 꼼짝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유권자들에게 이명박 정부의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권 탈환이 지상 과제인 야당으로선 이보다 큰 위기가 없다.

강력한 지도자 절대적

정치 전문가들은 민주당 위기의 원인을 유력한 차기 후보군이 없어 국민의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손학규 전 대표, 이해찬 전 총리 등 지난해 대선 주자들이 떠난 자리를 메울 만한 인물이 아직 안 보인다는 것이다.

또 ‘반이명박’ 구호는 넘쳐나지만 ‘무엇을 하면 안 된다’가 아니라 ‘무엇을 하자’는 독자적 콘텐트가 없다는 지적이다.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임을 자처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대표적 ‘정책 상품’은 안 보인다는 것.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대선에 대비해 ‘탈호남’과 수도권 공략을 위한 전략적 비전이 안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울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10% 초반대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도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면서 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당 안팎의 시선이 따갑다. 당 지도부, 특히 ‘투톱’인 정세균 대표와 원내사령탑인 원혜영 원내대표의 상황 인식에 긴장감이 덜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KBS 사장을 해임했던 지난 8월11일 한나라당과 원구성을 덜컥 합의했다가 같은 당 의원들로부터 성토를 당한 끝에 사과, 번복하는 일을 겪었다.

특히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장관임명 강행과 한승수 총리의 특위 불출석 등에 대한 여권의 사과를 원구성과 연계하며 요구했던 터라 원 원내대표의 결정은 독단적이고 경솔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선주자 각개약진…손학규·정동영 “시간은 걸리지만 어차피 갈 길”
김근태 ‘진보개혁정치포럼’으로 당 내 개혁세력 주도 “이젠 안 물러나”

민주당 안팎에서는 지도부가 자초한 이런저런 ‘악재’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의 위기가 바로 리더십의 위기라고 진단받는 이유는 최근 5년 동안 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민주당(현재)으로 이합집산한 결과로 보고 있다. 민주당 구성원들의 정치적 뿌리는 과거 어느 야당 시절보다 여러 갈래다.

지난해의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 올해의 당 대표 경선도 한 원인이다. 그때마다 리더가 달랐다. 이러다 보니 지금의 민주당에는 “강력한 보스가 없이 골목대장들만 올망졸망 모여 있다”는 탄식이 나온다.

현재 민주당의 위기에 대해 20년 가까이 민주당(옛 민주당 포함) 생활을 한 당직자는 “당내의 복잡한 세력 분포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기대선주자 움직임 포착

이대로 가다간 2010년 지방선거는 물론 2012년 대선에서도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2012년 나올 대선 주자들의 물밑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우선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큰 표차로 고배를 마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재출마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미국 유학 중에 있는 정 전 장관은 지난 총선에서 낙마함으로써 지지 세력의 한계를 노출시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재오의 맞수로 정동영이 급부상 한다는 ‘정동영 복귀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통합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한 손학규 전 대표의 대선 후보 출진도 예상된다. 당 경선에서 정동영에게 패했으나 그 후 당 대표까지 지냄으로써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취약점을 세탁했다. 손학규가 차기 대선에 또다시 도전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김근태 전 의원도 총선 패배의 아픔을 딛고 재기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대선 경선을 앞두고 ‘통합의 밀알’을 자처하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그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한반도재단을 통해 외부 활동을 준비하는 한편, 민주평화연대 모임에도 꾸준히 참석하면서 정치적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민평련은 대선과 총선을 치르며 흐트러진 진영을 재정비, 향후 당내 영향력 확대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8월15일과 16일 이틀 일정으로 속리산에서 정기총회를 열었다. 민평련은 대선 가도에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대선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뿔뿔이 흩어졌던 바 있다.

김근태 전 의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공안정국을 조성해 국민을 탄압하는 권력과는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한 투쟁의지를 밝혔다.

특히 김 전 의장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여권에 대한 여론 지지가 이렇게 보잘 것 없는데도 민주당은 반사이득도 충분히 얻고 있지 못하다”면서 “이슈 주도력이 부족하고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정체성인 개혁과 진보 노선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정세균 체제에 대해 정면 비판했다.

심상치 않은 친노인사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을 뜻하는 ‘좌(左) 희정’으로 불리며 국민과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안희정 최고위원 역시 당내 차기 주자로 인정받기 위한 당 내외 보폭 넓히기에 돌입했다.

안 최고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6개월을 맞은 지난 8월25일 친노인사들은 정례모임인 ‘청정회’를 구성, 참여정부의 공과를 평가하는 연구나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한 참여인사는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분들이 친목도모를 위해 모이는 자리”라며 “당연히 현안에 대한 정보 교류는 있겠지만 큰 의미를 부여할 성격의 모임은 아니다”라고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친노’라는 엄연한 정치세력과 지지기반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한 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 영향력을 지닌 주체가 될 수 밖에 없고,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현실정치에 일정하게 개입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광장 이사장)는 싱크탱크 ‘광장’을 출범시켰다. 재단법인 ‘광장’은 참여정부의 핵심인물인 이 전 국무총리가 주도하는 연구재단으로 진보·개혁 진영의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기 위해 출범하게 된 것.

지난달 관악구 신림9동 주경복 서울교육감 후보 유세장에 나타나 전교조 성향의 주씨를 격려하던 그는 “요즘 연구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광장’을 통해 실력을 다져 ‘킹메이커’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자리매김한 후 당내 차기 주자로서 인정받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안희정 당 내외 보폭 넓히기 친노 대표주자, 당 내 차기주자 인정받기
이해찬 ‘광장’ 실력 다지기, 박지원 ‘호남’ 영향력… ‘킹메이커’ 단 꿈

민주당은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왼쪽)을 입당시켰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 의원은 지난 3월 민주당에 공천 신청서를 냈으나 박재승 당시 공천심사위원장의 ‘부정비리 전력자 일괄 배제’ 기준에 걸려 탈락했다. 이후 박 의원은 탈당해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배지를 달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의 복당은 당내 역학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의원은 “친정으로 돌아와 무척 행복하다”면서 “과거 야당 시절 경험과 국정 경험, 인고의 세월을 보냈던 부분 등을 바탕으로 당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DJ의 입김이 여전히 세기 때문에 DJ 최측근인 박 의원의 행보는 앞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남 정치권은 왕년 실세의 복귀에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그의 ‘킹메이커’ 가능성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 의원은 이러한 시선에 대해 “정치는 생물”이라며 “나의 노력을 국민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문제지 지금 내가 뭐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사람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외부에서 발탁해 데려오기라도 해야 한다. 고건이 그랬고 조순이 그랬지 않나”고 말해 ‘인재양성’을 통한 ‘큰 그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는 중소 후보들의 난립으로 정작 중요한 ‘인물’을 고르지 못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소모적인 기 싸움은 대선 패배의 원인이기도 했다”며 “그러나 2012년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시간은 길지도 않지만 결코 짧은 시간도 아니다”며 “각 계가 대선후보를 내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고 이로 인해 이들의 정치적 성장도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당 차원에서 ‘스타 프로젝트’ 등으로 지원을 하게 된다면 2010년까지의 중간 성적표로 ‘진짜배기’를 추려내지 않겠냐”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