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경제 위기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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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때보다 더하다"

불안한 경기 등으로 ‘소비심리’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크게 위축 중
‘소비자태도지수’, ‘고통지수’ 국민 불경기 체감 지수 IMF때와 근접
흔들리는 외환보유고, ‘한 달만에 106억8000만 달러 해외로 빠졌다’
‘9월 금융위기설’ 외국인 만기도래 채권 대규모로 팔고 해외 나간다

▲ “제2의 IMF?” 세간에 ‘제2의 외환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설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쩍 오른 물가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국민들은 위기설까지 나돌자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IMF때 이미 겪어 본 상황을 또 되풀이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악재와 함께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고’까지 겹치며 국내 경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국민이 불경기를 체감하는 각종 지수도 과거 IMF 때만큼 어렵다는 발표도 이어지고 있어 우리 경기가 얼마만큼 침체되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9월 만기 채권 시장에도 ‘위기설’이 나돌며 국내 경기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국내 경기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세간에 ‘제2의 외환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설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쩍 오른 물가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국민들은 위기설까지 나돌자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IMF때 이미 겪어 본 상황을 또 되풀이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미 대부분의 국민들은 “IMF때 보다 더 생활하기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또 일부는 “‘제2의 IMF’가 불가능한 것은 아닌거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피부로 느끼는 위기

최근 국민들이 불경기를 체감하는 각종 지수들도 지난 IMF때에 근접해 가고 있어 세간의 근심을 낳고 있다.

불안한 경기 때문에 소비심리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다.

실제 지난 8월26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2008년 3·4분기 소비자태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소비자태도지수’는 37.7로 전 분기보다 10.1포인트 하락해, 지난 1998년 1·4분기(33.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태도지수는 기준치 50보다 낮게 나타나면 경기나 생활형편에 대해 비관적인 소비자가 많다는 뜻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음을 의미한다. 이 지수는 지난해 4·4분기 53.4를 고점으로 올해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같은 날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한 ‘고통지수’도 지난달 9.0을 기록해, 지난 2001년 초(9.1)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통지수는 경제적 고통을 안겨주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것으로, ‘비참지수’라고도 불린다. 다소 엄밀성은 떨어지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을 살펴보는 척도로 자주 이용되는 지수다.

고통지수는 지난 2002년 이후 줄곧 지수 7 아래에서 유지돼 오다 올 들어 물가 급등과 함께 치솟고 있다.

이밖에도 1년 이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미래경기예상지수’는 41.7로 전 분기에 비해 14.0포인트 떨어졌고,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지수’도 17.8포인트 급락했다.

경제관련 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유가는 떨어지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 급등으로 물가 상승세는 꺽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고통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갈피 못 잡는 환율

국민들이 느끼는 불경기 지수뿐만 아니라 실제 IMF 때만큼 외환보유고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8월28일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미디어스’에 기고를 통해 외환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지난 7월 말을 기준으로 2475억2000만 달러로 수치상은 세계 6위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작년 말에 비해 146억8000만 달러가 줄어든 수취로 10대 보유국 중에 유일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7월 한 달만에 106억8000만 달러나 해외로 빠졌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IMF 사태가 터진 지난 1997년 11월 61억 달러가 감소한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환율방어를 한다며 시장에 개입한 탓이다”이라며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다. 외환자산 운용수익 등을 포함하면 매각규모가 210억달러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문제는 현재 우리의 외채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지난 3월말 대외채권은 4274달러이나 대외채무는 4125억달러이다. 차액이 149억달러에 불과하다는 소리다.

대외채무 중에서 1년내에 갚아야할 유동채무가 2155억달러나 된다. 단순히 7월말 외환보유고와 비교하면 차이는 고작 320억달러이다. 여기에 정부가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한 기업의 해외채무가 화약고처럼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김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의 보유외환이 유사시 즉각 동원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한지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김 대표가 지적하고 있듯이 최근 국내 시장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것으로 원·달러 환율을 잡기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문제를 손꼽을 수 있다.

지난 7월 초 정부는 하루 최대 80억달러, 한 달간 200억달러(시장 추정)를 시장에 내다팔면서까지 환율을 끌어내리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정부가 대량으로 달러를 풀면서 잠시 안정세를 보이던 환율은 이달 들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난 28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3원 하락한 1081.8원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8월 중순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 관리에 나섰던 정부의 대응이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쓸데없이 외환 보유액만 낭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도 “정부가 수출을 증대하기 위해 지난 7월 환율에 손을 뻗쳤을 때만해도 큰 문제는 없었지만, 문제는 그 이후 너무 느슨해져버린 정책 때문에 환율이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서둘러 시장에 개입하기보다는 큰 흐름을 두고 급등락만 막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대로 환율이 급등하면 결국은 8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선을 돌파해 지난 IMF때(6.8%)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9월 금융위기설’까지

엎친데 덮친격으로 금융시장에는 공공연하게 ‘9월 금융위기설’까지 나돌고 있어 ‘경제 위기설’에 힘을 싣고 있다.

금융시장에 떠돌고 있는 ‘9월 금융위기설’은 외국인이 만기 도래한 채권을 대규모로 팔고 해외로 나간다면 우리 경기에 엄청난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설이다.

9월 중 만기도래하는 채권의 총 규모는 49조원으로, 이중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 규모는 8조원이다. 그런데 이미 2조원은 매도해 6조원어치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들이 만기도래한 채권을 모두 매도한다면 금융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위기설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채권시장은 별 영향을 받지 않지만 외환시장에는 막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올라 가뜩이나 달러가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인이 6조원에 달하는 만기채권을 자금으로 상환을 받아 해외로 송금하게 되면 우리 경제는 ‘달러 부족 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 IMF때도 외환보유고가 모자라 우리가 금융위기를 맡았듯이 ‘9월 금융위기설’도 만약 시나리오대로 상황이 진행된다면 우리나라는 또한번 큰 위기를 맡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인 것이다.

지난 28일 한국은행은 이처럼 시중에 돌고 있는 ‘9월 금융위기설’에 대해 “외국인이 채권을 일시에 팔고나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외국인이 9월 만기도래하는 채권을 상환해서 빠져나갈 생각이었다면 만기 이전이라도 얼마든지 팔수 있다는 논리다. 그런데도 외국인들은 8월에 매도를 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이나마 순매수를 하고 있어 ‘9월 금융위기설’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9월에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은 크진 않지만, 다만 외환시장 쪽에서 크게 흔들리면 금융시장 전체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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