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숙, 내 주위에 절대 없었으면 하는 ‘최고의 비호감’이다”
“영화내내 성난 표정 연기 때문에 얼굴에 ‘주름살’ 늘어 걱정”

한국 영화계를 대표할 ‘못난이’가 탄생됐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영화 ‘미쓰 홍당무’의 안면홍조증에 걸린 양미숙 역을 연기한 배우 공효진이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양미숙(공효진 분)은 비호감에 툭하면 삽질을 일삼는 과대망상과 콤플렉스로 똘똘 뭉쳐있는 인물이다. 배우 공효진이 보여 줄 양미숙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9월3일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영화 ‘미쓰 홍당무’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미쓰 홍당무’에서 홍당무(?) ‘양미숙’으로 변신한 배우 공효진은 이날 제작보고회에 영화와는 180도 다른 청순하면서도 화사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옷 잘 입는 연예인’에 손꼽힐 정도로 패션감각이 뛰어난 공효진은 이날 블랙미니 원피스에 보랏빛 팬츠를 입어 세련된 복고풍 의상을 선보였다.
‘출연 망설일 만큼 못났다’
사실 배우 공효진은 기존의 예쁜 여배우들과는 다른 캐릭터를 많이 연기한 개성 강한 연기파 배우다. 하지만 이번 배역만큼은 그도 쉽지 않았다고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고백했다.
공효진은 “귀엽게 망가지는 정도가 아닌 내 주위에도 절대 없었으면 하는 최고의 비호감 여성”이라고 이번 역할을 소개했다. 이어 “배우로서 새로운 작품과 캐릭터에 도전하고픈 의지가 적지 않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망설이기까지 했을 만큼 못나고 못생긴 캐릭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귀엽게 망가지는 게 아니라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수준으로 망가져야 했고,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도 2~3주 넘게 고민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도대체 ‘양미숙’이 어떤 캐릭터길래 공효진이 이토록 고민을 했을까.
영화 ‘미쓰 홍당무’는 양미숙이 짝사랑하는 남자(이종혁 분)의 연애를 막기 위해 벌이는 삽질 로맨스를 그린 코미디 드라마다.
여주인공 양미숙은 안면홍조증에 우울증, 소심증, 홧병, 건강염려증, 공격성을 동시에 지닌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정말 못난 여자로 배우 공효진이 출연을 고민할 만큼 비호감 캐릭터다.

하지만 공효진은 “막상 촬영을 하면서 점점 캐릭터의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촬영하면서 양미숙의 매력을 두세 번 경험하면서 이름만 들어도 ‘큭큭’거리며 웃게 되고 ‘걔가 뭘 할까’, ‘어떻게 할까’ 궁금하게 되더라”며 “관객들도 다르지 않은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정말 자신감이 없고, 스스로 못생기고 못났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조차도 ‘미쓰 홍당무’를 보면 용기화 희망을 얻게 될 것”이라며 은근히 캐릭터를 자랑하기도 했다.
‘미쓰 홍당무’의 감독을 맡은 이경미 감독이 특히 갈팡질팡하는 공효진의 마음을 잡는데 한목했다. 이 감독은 공효진이 ‘미숙이는 이상한 애야’라고 느낄 때마다 “효진씨, 미숙이는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라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팬들도 피해다녔다’
이날 공효진은 양미숙을 연기하면서 겪은 웃지 못할 고충들도 털어놨다.
그는 “미숙이란 인물이 항상 화나 신경질을 내는 캐릭터라 영화 찍는 내내 성난 성격으로 살았다”며 “그렇게 자꾸 화를 내다보니 주름살이 많이 늘어 그 것을 본 친구들이 비웃기까지 해 속상한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또 ‘못난이’로 분장한 모습 때문에 팬들도 피해 다녀야 했다. 특히 그가 꼽은 최대의 굴욕 장면은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수학여행 장면이다. 공효진은 이 장면에서 영화를 통틀어 가장 붉게 얼굴분장을 하고 촬영에 임해야 했다.
공효진은 “분장하고 촬영장을 돌아다니는데 시기상 수학여행 온 학생이 많이 있었다. 평소에는 얼굴도 보여주고 사인도 해줬겠지만, 그 날은 학생을 피해다니기 바빴다”며 “그날 마음 속에는 ‘내가 왜 이 영화를 찍었을까’하는 후회밖에 없었다”라고 고백해 좌중을 웃게 했다.
영화 내내 못난이로 나와야 하고 티저 포스터에서도 무지막지하게 망가져야 했던 것도 공효진의 남모를 고충이다.
공효진은 “사실 내가 정말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가 아니다 보니 이 영화를 보고 ‘역시 공효진은 못생겼구나’할까봐 더 걱정을 했다”며 “아니나 다를까 촬영 마지막 날 카메라 기사님이 ‘너무 안 예쁘게 찍어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말해 주위에 웃음을 전했다.
또 심각한 곱슬머리에 안면홍조증으로 빨갛게 달아오른 못생긴 얼굴로 성난 표정을 짓고 있어 큰 화제를 모았던 ‘미쓰 홍당무’ 티저 포스터에 대해서도 “티저 포스터를 보면서 내 모습에 깜짝 놀랐고 마음이 아팠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번 그의 연기변신은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영화의 공동제작을 맡은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은 “양미숙 캐릭터가 너무 소리만 지르고 화만 내는 모습이 대부분여서 보는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공효진은 화내는 연기를 무척 다양하게 할 줄 안다.
아주 짧은 순간에도 많은 변화를 보여준다. 그 부분에서만도 큰 구경거리가 있는 영화다”라고 소개하며 공효진의 연기를 칭찬했다.
비호감 ‘못난이’ 양미숙으로 변신한 공효진의 연기가 기대되는 영화 ‘미쓰 홍당무’는 오는 10월1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