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구 경찰서장 “성매매특별법 따라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 엄포
불꺼진 장안동 ‘환락의 거리’ 상인, “성상납리스트 공개하겠다” 반발
일명 ‘집창촌’ 업소 수는 줄었지만, ‘신종’ 성매매업소 수는 여전 많아
시민단체 “장안동 없어져도 또다른 ‘성 특화 구역’ 나올 것이다” 우려

지난 수세기 동안 성매매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져 왔다.
나라와 시대를 불문하고 성매매업소가 없었던 적은 없다. 그런데 최근 그 뿌리 깊은 ‘성매매’ 업소를 잘라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 주인공은 서울 동대문경찰서의 이중구 서장이다.
‘제2의 김강자’라고 불릴 만큼 이 서장의 단속 의지는 강력하다. 과연 이 서장의 ‘장안동 잡기’가 성공할 수 있을지, 과거 김강자 전 서장이 펼친 단속처럼 문제는 없을지 ‘장안동 성매매 단속’을 긴급진단했다.
지금 서울 장안동 성매매거리는 경찰과 업주간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단속이 시작된지 한 달 보름이 지난 현재(9월5일), 화려한 간판들이 수놓았던 장안동 ‘환락의 거리’는 암흑가로 변한지 오래다.
더욱이 경찰의 강력한 단속에 궁지로 몰렸던 업주들은 “단속을 계속하면 성상납 경찰리스트를 공개하겠다”고까지 말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경찰과 업주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나돌고 있다.
이중구 서장의 ‘장안동 잡기’
장안동 성매매 단속은 지난 7월 중순, 동대문경찰서 서장으로 새로 부임한 이중구 서장이 장안동 일대 성매매 업소에 대한 문제를 임기 중 가장 중요한 해결과제로 제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서장은 지난 7월말부터 단속 경찰관과 업소 사이의 유착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단속 부서 경찰관까지 대폭 교체하며 대대적인 집중 단속을 펼쳤다.
그 결과 이 서장의 단속으로 업주 6명이 구속되고, 종업원 등 손님 163명이 불구속 입건됐으며 침대 50여개와 욕조 35개가 압수조치 됐다.
이 서장의 대대적인 단속 소식은 큰 이슈가 됐고,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장안동을 찾는 손님들도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업주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단속에 대한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던 지난 8월29일 경찰의 단속으로 영업이 어려워지자, 거액의 금액을 대출받아 업소를 차렸던 업주 A씨(49)가 빚 독촉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A씨의 자살 소식을 접한 주변 업주 등과 일반 상인들 100여명은 지난 9월1일 A씨의 유서를 복사해 장안동 일대에 뿌리면서 경찰에게 강하게 항의해 충돌이 일어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서장은 “불법 업소들에 대해서는 성매매특별법에 따라 분명한 원칙을 갖고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이라며 확고한 의지를 꺽지 않고 있다.
지난 9월2일 동대문경찰서는 동대문구청과 ‘합동작전’을 펼쳐 “장안동 성매매업소 밀집지역에 CCTV를 설치키로해 했다”며 성매매 단속이 이뤄진 곳도 꾸준히 관리할 계획임을 나타냈다.

역사속으로…‘미아리텍사스’
과거 이 서장에 앞서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도 뿌리 깊은 성매매업소 근절을 위해 대대적인 단속을 펼쳤었다.
지난 2000년 서울 성북구의 종암경찰서 서장으로 부임한 첫 여성 경찰서장인 김 전 서장은 지금까지도 ‘성매매 단속’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특히 자신의 관할하고 있는 ‘미아리 텍사스촌’에 대해 대대적이고 지속적인 단속을 벌여, 지난 2004년에 ‘성매매특별법’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일명 ‘집창촌’에서 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업주들에게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난 2004년 9월23일이 ‘9·23테러’라고 불릴 만큼,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부터 성매매업소는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조사에 따르면 미아리 텍사스촌의 업소의 수가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2002년 270여개 업소, 1000여명의 여성이 일하다가 특별법이 시행된 직후인 지난 2004년 9월 이후에는 230여개 업소, 700여명으로 줄었다. 지금은 120여개 업소에서 420여명의 여성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대부분의 집성촌이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듯, 미아리 텍사스촌도 썰렁하기만 하다.
더욱이 미아리 일대는 서울시의 재개발계획으로 인해 이 중 1지역은 재개발이 끝나 주민들이 입주하고 있고, 2지역 역시 재개발을 위한 터파기 공사가 진행중이다. 3지역까지 공사가 시작되는 약 2년 후면 미아리 텍사스촌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결국 미아리 텍사스촌도 서울 종로의 ‘종삼’과 같이 재개발이라는 칼날 앞에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종암경찰서는 곧 사라질 곳이라해도 미아리 텍사스촌에 대한 단속을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종암경찰서 성매매 단속팀은 “지금도 여전히 하루에 한 번씩 순찰을 돌고 있고 과거 김 강자 전 서장 때만큼 강력한 단속을 펼치고 있다”며 “재개발이 마무리될때까지 지속적인 단속을 펴나가겠다”고 말했다.
‘풍선효과’ 일뿐이다
통계치를 보면 미아리 텍사스촌에 대한 단속은 대단히 성공적인 수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는 ‘집창촌’이라 불리는 성매매업소가 밀집되어 있는 곳에 대한 수치일 뿐, 성매매업소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일명 ‘풍선효과’라 불리는 현상일 뿐 집창촌을 떠난 성매매업소는 다른 신종변태업소인 ‘안마시술소’, ‘대딸방’, ‘출장안마’ 등으로 변해 전국 곳곳으로 흩어지고 있다.
결국엔 성매매업소가 더 음성적으로 더 불법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다.
성매매 근절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특별법이후 전국의 집창촌의 수는 줄었지만 신종업소인 스포츠 마사지 업소는 2~3배가 늘었고, 안마시술소도 전국적으로 1000개 넘을 정도로 늘었다”며 “그 결과 장안동과 같은 ‘퇴폐 이발소’와 ‘안마휴게텔’ 등이 특화된 거리가 형성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미아리 텍사스촌이 단속 받으면서 장안동 성매매거리와 같은 신종업소들이 생겨났듯, 장안동이 단속을 받으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를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이번 장안동 성매매 단속으로 인해 전국의 성매매 단속이 ‘붐’처럼 일어나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서울의 경우 관할 경찰서장의 의지에 따라 천차만별로 성매매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려 잠시 잠깐 이뤄지는 형식적인 단속이 아닌 지속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