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의 계열사인 동원택배가 지난해 택배업체 두 곳을 인수해 택배업계로 진출했지만 최근 유가상승과 택배단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또, 영업소와 일부 협력사와의 불화로 인하여 끝내 택배사업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작 동원택배 측은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KT로지스와 아주택배를 인수, 계열사로 ‘동원택배’를 출범시키며 택배업계로 야심차게 뛰어들었다. 이 당시 만해도 국내 대기업들이 택배업계로 속속들이 진출함에 따라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불과 1년만에 업계에 불어닥친 유가 인상과 택배단가 하락 등으로 인하여 기존 업체들은 물론이거니와 신생 업체들은 하나같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원택배 역시 진출 1년만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동원택배의 경우에는 기존 택배업체가 처한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그동안 덩치를 키우는 데 주력했을 뿐 내실 다지기에는 미흡했기 때문이다.
동원, 택배사업 포기 배경

이번 소문의 핵심은 동원그룹의 택배사업부분을 포기한다는 것인데, 그 배경에는 최근 택배업계가 처한 환경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본사와 영업소간의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동원택배는 지난달 18일 이후 충남 옥천 허브터미널의 분류작업을 중단했다. 수익성 악화로 인한 적자폭 확대와 영업소간 불신이 커지면서 영업소들이 속속 이탈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서비스 중단 사태는 옥천터미널 분류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G조업사가 야간 택배화물 분류 작업비 인상을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유가상승, 택배단가 인하로 수익성 악화 탓
본사와 영업소 간 불화가 발단돼 끝내 ‘정리’
G조업사는 그간 분류 작업비로 택배 1개당 150원의 비용을 받았으나 최근 인건비 상승에 따른 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을 들어 개당 단가를 10원 인상해 줄 것을 동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본사는 비용 인상을 빌미로 G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입찰을 통해 원래 G사의 가격보다는 낮은 133원의 가격에 D사를 선정,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업체가 조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분류난업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택배 이용 고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동원택배를 이용하는 한 고객은 “‘배달증명 확인, 수탁물 접수, 전국 익일(24)시간 배송’이란 로엑스 택배의 영업방침이 그야말로 전시용에 불과하다”며 “지난 2일 접수한 물건이 7일 현재에도 오지 않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동원택배가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 고려한 결과 정리수순을 밟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동원, 아직은 ‘글쎄’
그러나 업계의 이같은 분석과 달리 동원그룹 측은 택배사업 포기에 대해 이렇다 할 공식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황을 살펴보면 정리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터미널 작업 중단으로 3일간 택배서비스가 멈추자 동원택배 김선호 대표와 김병수 상무가 퇴사하면서 사업 포기 논의는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지난달 22일 일부 직원들에게는 사내 메일을 통해 8월 말까지 다른 일자리를 찾으라는 내용과 더 이상의 그룹지원은 없을 것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원그룹의 택배사업 포기가 소리소문없이 퍼지면서 관련업계에서는 요동치고 있다. 불과 1년전만해도 지난해부터 중견 택배사들은 인수한 후발 택배 대기업들이 갈수록 커지는 적자와 더불어 당분간 수익 확대가 불투명해 지면서 시장 퇴출설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어느 그룹이던 사업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동원그룹의 경우 동원F&B등 기존 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물량과 튼튼한 자본력을 갖추고, 시장 공략도 공격적이었던 만큼 이번 사업 포기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원택배가 수익성 악화로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동원그룹의 튼튼한 자본력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 몰랐다”며 “동원택배 뿐만 아니라 다른 택배사들도 수익성이 악화되어 많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M&A가 아닌 사업정리절차를 밟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향후 택배시장은 새로운 시장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동원그룹 외에도 일부 그룹 택배사들의 운영상황 악화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