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드에 서니 정치 시야 넓어졌다”
“아웃사이드에 서니 정치 시야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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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원 전 의원

▲ 로펌과 법원을 오가며 변호사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김학원 전 의원. 그러나 정치현실을 말하는 그의 모습에는 여전히 ‘정치인 김학원’이 자리하고 있다.
15대 총선, 서울 성동을에서 야당중진인 국민회의 조세형 부총재를 꺾고 여의도에 입문한 뒤 16대·17대 국회 정쟁의 중심에 섰던 김학원 전 의원. 그는 지난 4·9 총선에서 자유선진당의 충청권 돌풍에 밀려 낙선한 후 14년 만에 정치인에서 본업인 변호사로 컴백,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 대한 거침없는 입담에서 정치에 대한 애정과 열의가 배어난다. 오히려 아웃사이드에 서게 되니 정치를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데다 시야도 넓어졌다고 말한다. 긴 세월, 정치권에서의 거친 풍랑을 이겨냈었던 만큼 그의 조언 하나하나에는 관록이 묻어난다. 한동안 휴식기를 보내며 재충전을 통해 정치력을 키우겠다는 김 전 의원. 아직은 ‘변호사’라는 직책이 낯설게 다가오는 그를 지난 10일 <시사신문>이 만났다.

늦여름 따가운 햇살이 채 가시지 않은 오후. 로펌 ‘법무법인 아시아’에서 만난 김학원 전 의원은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16·17대까지 14년을 정치 일선에서 보내는 동안 겪어야 했던 모진 풍파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파란만장했던 여의도 일기

밝고 넉넉한 웃음을 짓는 그에게 14년간의 여의도 정치를 떠나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다.
김 전 의원은 “‘법무법인 아시아’의 대표 변호사로 돌아왔다”며 “고객들의 법률상담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한다. 대표변호사라는 직책에 있지만 이는 직책일 뿐 일선에서 뛰고 있다는 것.
달라진 일상에 대한 질문에 그는 “정치를 할 때는 집사람이 도왔었는데 내가 정치를 안하니 집사람이 좀 편해졌다”며 자신은 ‘전화’와 ‘만나는 사람’을 가장 큰 변화로 꼽는다. 국회의원 때 각계에서 쏟아지던 전화가 좀 줄었다는 것과 주로 만나는 이들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하는 중간 중간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면서 “정치 아웃사이드에 서게 되니 정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더라”, “시야가 넓어졌다”, “경제 문제도 답답하고 정치하는 모습도 시원치 않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여전한 ‘정치인’의 면모가 느껴진다.
15·16·17대 국회를 지내며 당 대변인, 원내대표, 당대표, 전국위의장, 최고위원 등 요직에서 활약했던 만큼 그간의 소회도 적지 않을 그에게 뒤돌아본 시간들을 물었다.
김 전 의원은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내 정치활동 14년은 매우 파란만장했다”며 “쉴 틈 없이 정치의 중심에서 휘둘리며 살았다”고 회고한다.
실제 그의 정치인생은 시작부터 떠들썩했다. 정치 입문을 결심하고 서울 성동을 지구당위원장을 맡은 지 2년 만에 치른 총선에서 그는 당시 거물급 야당주자였던 조세형 국민회의 부총재를 압승으로 꺾고 15대 국회에 진출했다.
주변 사람들은 “무모한 짓”이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이왕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니 제대로 한번 해 보자”는 그의 도전이 빛을 발한 것이다.
이후 그는 자유민주연합(자민련) 대변인, 원내총무, 당 대표 등을 역임했으며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이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내리 3선을 해 ‘혜성같은 신인’에서 ‘역량있는 중진’이 됐고 국회 월드컵 등 국제경기대회 지원특위 위원장, 자유민주연합 행정수도이전특별위원회 위원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정치테러 진상조사단장, KBS 정연주사태 진상조사단장, 한나라당 태안 기름유출사고 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굵직한 사안들을 맡았었다.
김 전 의원은 “월드컵, 행정수도 이전, 박근혜 전 대표 테러 등 그 시기 가장 대표적인 사안들의 중심에 있었다”며 “아쉬움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좋은 성과를 낸 것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는 것.
‘박근혜 대표 정치테러’는 야당이라는 한계로 진상조사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태안 기름유출 사고 특별위’는 당시 국회에서 발의했던 법안 중 한나라당이 낸 것이 태안 주민들의 현실에 가장 적절했다는 평을 받았다.
정치현장에서 3번의 대선을 치른 김 전 의원. 지난 대선에서 그는 한나라당 전국위원회 의장 겸 상임전국위원회 의장, 전당대회 의장을 맡아 경선과 대선에 대한 수많은 고민들을 해야 했다. 김 전 의원은 2번의 실패를 딛고 성공한 정권교체에 대해 “이명박 정권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말로 남은 상념을 떨어낸다.
다음은 김학원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 김학원 전 의원 하면 ‘친박’이라는 말이 먼저 생각난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으며 김 전 의원의 정치철학과 ‘친박’은 어떻게 이어지게 되었나.
▶ 김종필 전 대표에 이어 자민련 대표가 돼 당을 이끌 때 같은 야당인 한나라당과 노선과 이념·정책을 함께 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을 이끌 때였는데 정치적 협력을 위해 당 대표끼리 자주 만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상당히 깊은 신뢰를 갖게 됐다.
박 전 대표는 정치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갖춘 이다. 이번에야말로 잃어버린 10년, 좌파 정권이 집권하며 어려워진 나라를 살리는데 의기투합하자, 힘을 합치자고 해서 통합을 하게 됐다.
한나라당이 충청권에서는 약했는데 자민련과 통합 후 지지율이 17%나 수직상승했다. 또한 이어진 지방선거에서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중 대전·충북·충남에서 승리했으며 33곳의 충남권 기초단체장 중 절반 이상에서 이겼다. 이 기세는 대선까지 뻗어나갔다.
박 전 대표의 외가가 충청도라 자민련과의 통합 후 지지율 상승에 박 전 대표의 영향력도 있지 않았겠냐고 생각한다. 박 전 대표와는 가깝게 지내며 정치적 협력관계에 있었으며 경선 후에는 당 후보를 밀어 대통령 당선으로 정권 창출에 기여 했다고 생각한다.

▲ 김학원 전 의원이 한나라당으로 입당하며 박근혜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한나라당은 1년여 간 친이, 친박의 갈등구조 속에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화합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관계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경선 후 당 내에서 협조관계를 이루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이번 대선 후 최고위원회의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권력을 획득한 이 대통령이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를 감싸고 같이 화합하려는 노력이 상당해야 한다. 대통령이 됐고 자신이 목표로 했던 바를 달성한 것이니 한나라당이 다음 정권을 만들어 정책을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박 전 대표와의 협력·동반자적 관계가 필요하다.

-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을 어떻게 평가하나.
▶ 대통령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는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인재등용을 폭넓게 해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경제 정책을 잘 펼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경제 지식이나 경험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인재를 등용해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폭넓게 수용했으며 나라를 위해 사심없이 헌신·봉사했기에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성장을 이룬 것이다.
이 대통령의 당선은 개인의 도덕성 보다는 경제적 경험과 서울시장을 지내면서 쌓은 치적이 강하게 작용했다. 국민들이 이 대통령을 경제를 키워줄 수 있는 이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겪는 어려움은 폭넓은 인재등용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 너무 자기 사람만 편향적으로 써서는 안된다. 나라의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사회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혼자 사회의 모든 부분을 직접 지휘하기란 힘들다. 각기 분야에 능력있는 이들이 골고루 등용될 필요가 있다.
조선 영·정조시대 찬란한 문화가 탕평책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깊게 새겨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는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인재등용을 폭넓게 해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


- KBS 사태 등 현 정부가 언론장악 기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KBS정연주사태진상조사단장이었는데 ‘언론장악’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 선진외국의 국영방송은 정권차원을 떠나 현 시대를 초월한 장기적 시점으로 운영·구상되고 있다. 국영방송이 마치 정권에 의해 휘둘리는 무기인양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전 정부나 현 정부나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권이 자기 정권에 유리하게 방송을 이용해서는 안된다. 현 정권이 그러면 다음 정권도 방송을 휘두르게 된다.
국영방송은 폭넓은 시청이 이뤄지는 만큼 파급효과가 크다. 방송을 오염시키면 국민을 오염시키는 결과는 낳게 된다. 국영방송은 정권에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된다. 중립적이고 장래를 내다보는 사람이 경영해야하며 한두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게 만들어서도 안된다.
이번 기회에 관계법을 고쳐서 방송이 편파 운영되지 않도록 제도적 손질을 가할 필요성이 있다.

- 대권 행보를 걷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조언을 한다면.
▶ 박근혜 전 대표가 국민적 지지와 사랑을 받은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아버지의 후광만으로 얻은 것도 아니다. 박 전 대표는 솔직하고 약속을 천금같이 여긴다. 원칙을 지키며 어긋나지 않는다. 깨끗한 정치인이자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다.
부모님의 좋은 점을 전해 받은 훌륭한 지도자다. 앞으로 초지(初志)나 국가관은 변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장점을 오염시키지 않아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 경영에 필요한 공부를 하며 폭넓은 친화력을 키우고 도덕성을 지켜야 할 것이다.
정치는 현실이다. 현실정치라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 ‘현실정치’라는 말을 했는데, 현재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에게 앞으로 나서달라는 요구가 많다.
▶ 나라가 부분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박 전 대표에게 나와서 도와달라는 생각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어떤 직책이나 역량있는 지위에 있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관여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보다는 그렇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조언 등 도움되는 말은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박 전 대표가) 얘기할 기회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깨끗한 정치인이자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다. 현실정치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 한나라당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당시 전국위원회 의장이었던 김학원 전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언제쯤 정치권으로 돌아올 생각인가. 정치 복귀 시기나 향후 계획이 있나.
▶정치인이라는 것은 국회의원에 당선돼서 국회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쉬면서 여러 가지 공부도 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충전하는 시기다. 14년 가까운 시간동안 뒤돌아볼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충전하려 한다. 정치력을 더 발휘하려면 힘을 보완하고 충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에서 직책을 많으며 아쉬움도 많은데 차곡차곡 부족분을 채워 보강하겠다.

김학원은 누구?

출생: 1947년 10월 15일 충남 청양
학력: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건국대학교대학원 법학 수료
경력:
제15·16·17대 국회의원
제25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 남·북부, 수원, 영월 등 각 법원 판사
법무법인 아시아 대표변호사
국회 내무위·행정자치위·법제사법위·예결위·통일외교통상위·과기정위 및 문화관광위 각 위원
국회 월드컵 등 국제경기대회 지원특위 위원장
국회 한·리투아니아 의원친선협회 회장
백제정책연구소장
자유민주연합 행정수도이전특별위원회 위원장
자유민주연합 대변인, 원내총무
자유민주연합 당 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정치테러 진상조사단장
KBS 정연주사태 진상조사단장
한나라당 태안 기름유출사고 특별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전국위원회 의장 겸 상임전국위원회 의장, 전당대회 의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법무법인 아시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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