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가 일각에서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대북관계에 반전을 꾀할 ‘대북특사설’이 떠오르고 있다.
꽉 막힌 대북라인 ‘뚫어라’
이 대통령 취임을 전후로 남북의 대북·대남라인은 교체됐다. 각각의 사정이 있었지만 비둘기파들이 기력을 잃고 매파가 득세하며 경색국면을 이어갔다는 평이다. 게다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은 이러한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후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는 남북관계에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대북특사’와 관련한 여러 제안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 강하게 제기된 ‘박근혜 대북특사설’에 대해 청와대는 “카드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내부적으로 검토해나갈 수 있으나 이 시점에서는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어 당·정 엇박자만 냈을 뿐이다.
청와대가 대북특사의 필요성은 인지하면서도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청와대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진상조사에도 응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특사를 논하는 것은 자칫 우리가 북에 대화를 못해 매달리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지 않겠냐”며 난색을 표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북특사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의 경색은 국제사회의 불안을 이끌어 내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불편한 분위기가 오래될수록 국제사회의 민감한 반응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커진다.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막후조율했던 박지원 의원에게 여러 차례 의견을 묻는 등 대북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건강이상설, 후계구도 드러나 끊겨진 대북라인 복구 적기
김대중 전 대통령·박지원, 남북 대화 위한 ‘대북특사’ 파견 적극적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8월18일 “금강산 사건 이전과 이후에 걸쳐 이 대통령이 대북 특사 문제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김 전 대통령이나 나에게 여러 차례 의견을 구한 적이 있다”고 밝혔으며 청와대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과 박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의 정세분석은 물론 ‘특사’ 파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남북의 화해는 ‘햇볕정책’을 이어가는 것인 데다가 남북의 대화를 계기로 그들의 발언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이 의견을 구할 때 김 전 대통령은 ‘특사파견은 필요하다. 과거 정부에서 이런 경험을 가졌던 임동원 국정원장이나 박지원 비서실장, 또는 실무 책임을 맡았던 서훈 전 국정원 3차장, 이런 분들도 간접적으로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는 조언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으며 자신도 “이 대통령이 북측과 대화하기를 위해서는 특사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北 가는 건 최측근 핵심
정부는 국정원 등을 가동, 북의 정세변화를 민감하게 살피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술을 했으며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으며 북한 내부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 내부 권력투쟁설’을 제기하는 등 후계구도에 대한 전망도 심도있게 제기되고 있다.

‘대북특사’로 나설 수 있는 이는 누가 있을까. 김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특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할 수 있고, 향후 5년간 이 대통령과 일할 수 있는, 일할 사람이 가야 북측에서 신뢰할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이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물망에 오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이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할 수 있는데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는’ 비둘기파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전 부의장은 북한 소식에 빠른 일본측에 친인들을 두고 있어 간접적으로나마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한 이유다.
그러나 박지원 의원은 이 전 부의장에 대해 “이상득 의원을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이 대통령이 심중에 두고 있는 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또 다른 측근이 ‘대북특사’가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5년을 함께 한 최측근’으로는 이재오 전 의원이 꼽힌다. 이 전 의원은 대북특사설이 떠오를 때마다 주목을 받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야전사령관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미국 워싱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6자회담 이후의 극동문제와 남북문제 등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그는 최근 세미나에 참석, 라이스 국무장관이 발표하는 북핵 문제, 중국전문가들이 발표하는 중국국방문제, 아시아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 모델, 북한의 금융제도에 대해 배우고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의 통일정책 전반에 대한 자문·건의를 맡고 있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이기택 수석부의장도 주목할 만한다.
기회노리는 이들 ‘수두룩’
박근혜 전 대표도 ‘대북특사’ 후보에 자주 오르내린다. 박 전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만큼 이 대통령의 측근은 아니어도 ‘대북특사급 정치인’으로서는 충분하다는 평이다.
박 전 대표는 이미 지난 2002년 5월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 시절 3박 4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과 만찬을 함께 하는 등 환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김 위원장과 1시간 동안 독대를 가지기도 했다.
또한 그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역량을 쌓아왔다.
이 대통령과 궤 같이 하는 최측근 핵심인사 이상득·이재오 거론
‘경험있는’ 박근혜 특사설도 모락모락…소장파 “대북리더 우리도”
정치권 한 인사는 “박 전 대표의 의중과는 상관없는 ‘대북특사설’에는 그의 이름이 오르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경색된 남북관계에 실마리를 찾을 수 있고, 이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제안이 있다면 박 전 대표도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강산 사건 후 ‘대북특사설’이 불거졌을 때는 대북특사를 보낸다고 해도 북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김 위원장이 건강 악화를 겪은 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내부 변화와 남북관계 정립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보다는 우호적인 만남을 했던 박 전 대표의 특사 파견을 반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소장파들도 움직이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정두언의 난’ 후 정치행보를 ‘북한 나무심기, 이제 시간이 없다’ 토론회를 통해 재개했으며 남경필 의원은 “식량과 약품이 핵폭탄의 지렛대가 될 수가 없고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도 중요하지만 그 해결 책임을 굶주리는 북한주민에게 묻기는 어렵다”며 “굶주리는 사람에게 식량과 구호품을 주는 것은 결코 ‘퍼주기’가 아니라”고 정부의 조건없는 대북 식량 지원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정치분석가는 “소장파가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깊이 인지하면서도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좁은 국회 벗어나 ‘대북 리더’를 선점하려는 것”이라며 “일부 의원들의 경우 정치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특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전했다.
‘노벨평화상 정상회의’ 참석차 노르웨이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하는 자리에서 “과거 미소, 미중간 냉전 시대 때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개혁개방을 이끌었듯이 대화가 중요하다”며 “남북문제도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김대중 전 대통령. ‘꽉 막힌’ 대북관계의 해법을 찾은 이들은 ‘대북특사설’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