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진그룹이 2006년 말 인수한 유진투자증권(구 서울증권)을 매각을 검토한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진그룹은 그동안 M&A로 급성장한 기업 중 하나. 하지만 이에 대한 대가로 막대한 부채도 끌어안았다는 우려도 받아야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진증권 매각에 대한 것도 결국 ‘현금’이 필요해진 유진그룹의 자구책이었다는 뒷말이 나돌고 있다. 유진그룹의 증권사 매각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하이마트 인수 후 꾸준히 늘어난 부채에 유동성 위기설 물씬
최근 M&A로 성장한 기업들의 부작용을 논하는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기업이 있다. 바로 유진그룹이다. 건빵업체에서 시작해 로젠택배, 서울증권, 하이마트까지 손대는 족족 인수를 성공시킨 유진그룹의 M&A신화는 이미 수년전부터 재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다. 하지만 그 부작용도 속출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심지어 삼킨 기업을 토하기에 이르렀다는 뒷말까지 나돌고 있다.
유진그룹에선 무슨 일이?
유동성 위기에 거론되는 기업 대부분이 그렇듯 유진그룹도 이에 대해 전면 부정하곤 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유진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최근 다시금 부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9월9일 유진증권은 공시를 통해 “지분매각 매각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라는 공시를 내보냈다. 이에 대한 재계의 반응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가 됐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업계에서는 이미 유진증권의 매각을 기정사실로 받아드리는 분위기다.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유진증권을 삼킨지 1년 8개월 만에 매각하리라는 것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인수하고 1년 8개월 만에 매각을 검토하는 것은 M&A로 급성장한 그룹 내부 사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단순히 검토차원에 그칠 사안을 공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M&A가 급격하게 이뤄졌던 만큼 인수 기업들 사이에서 ‘다시 매각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고, ‘먹튀’로 비춰져, 향후 M&A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유진증권의 한 관계자는 “전혀 모르고 있다가 매각 검토라는 말을 듣고 어수선한 분위기”라며 “인수 된지 얼마 안돼 재매각 한다는데, 어디로 가게 될지 착찹하다”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쯤 되자 유창수 부회장이 공시 다음날인 10일 ‘유진투자증권 매각과 관련하여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최근 급변하는 시장환경과 경제상황 변화로 인해 소기의 성과를 이루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부득이 이러한 검토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했다.
하지만 유진그룹 측은 이번 매각 검토가 유동성 위기설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증권사 매각 검토는 유동성과 무관한 결정이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시장이 많이 변한 탓에 당초 계획했던 7대 증권사로 상승하는 것은 힘들다고 판단했다”면서 “이에 따라 경영계획을 수정하면서 매각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유진그룹은 올 상반기 그룹내 자금확보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안을 마련하면서 유진증권을 축으로 하는 금융사업군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이 같은 해명에도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올 초부터 유진그룹의 급격한 M&A는 그에 상응하는 우려를 자아냈다. 특히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고 불리는 하이마트 인수전이 바로 그것. 유진그룹은 하이마트를 삼킨 이후 1조1000억원의 부채가 발생하면서 부채비율이 93%에서 195%까지 치솟아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였다.
이에 유진그룹은 지난 5월 유동성 확보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고, 전국 유휴공장부지와 저수익자산 2250억원, 자기주식 750억원 등을 매각해 올해 안에 3000억원 규모의 현금 마련 계획을 수립하는 등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로서도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지난 8월13일 신용평가회사인 한기평은 유진기업 회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BBB-,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유동성 우려 회복될까
이미 시장에는 이미 유진증권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이 나돌고 있다. 매각 단가가 3000억원이라는 말부터 HSBC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뒷말부터 KB금융지주, 롯데그룹이 넘보고 있다는 추측까지 있다. 현재로서 구체적인 윤곽은 들어나지 않았지만 매각이 이뤄지리라는 분석이 높다.
금융 관계자는 “최근 유동성 위기설이 도는 기업들이 잇따라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난국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유진그룹이 추가 매물을 내놓는 것은 아닌지 우려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