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10조가 넘는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인수전이 한창이다. 재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규모의 M&A(인수합병)인 만큼 참가 기업마다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예비입찰이 마무리되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이들 중 최후에 웃는 자는 누구일까. <시시신문>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의 향방을 가릴 관측 포인트를 짚어봤다.
불참 조선업계의 컨소시엄 참여 가능성, 노조 우리사주 변수로
현재 재계에서 가장 굵직한 M&A(인수합병)로 일컬어지는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인수전에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예상가격만 7조원, 세계 3위 조선업체로 자산규모 10조원이라는 유례가 없는 M&A에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지난 9월9일 예비입찰제안서 제출이 마감되며 남은 인수전의 향방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하나, 누구와 손을 잡나
현재 인수전은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포스코를 비롯한 한화그룹, GS그룹, 현대중공업이 각기 한 치의 양보도 보이지 않는 상황. 대우조선에서 제출된 예비입찰제한서를 제출한 기업들은 금액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금융권에서는 약 6~8조원 사이에 맞춰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업계의 시선은 이들의 승부수 좌우하는 향배가 ‘누구와 손잡느냐’에 맞춰지는 모양새다. 인수전 참여 4사를 비롯한 관련업계와 M&A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들은 크게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를 끌어안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상호 복잡한 그림을 그리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대우조선 인수에 은행권에서 투입할 자금은 약 2조원 가량으로 예상되는 상황. 업계에서는 신한은행-포스코 엽합과 국민은행-GS연합 등이 유력하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지만 해당 기업과 은행 측에서는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말에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외환은행도 추석연휴 이후에나 파트너를 정할 계획이다.
금융 컨소시엄 구성과 관련해 최대 관심은 국민연금의 향방이다. 최대 1조5000억원의 투자 의사를 밝힌 국민연금과 손잡을 경우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만큼 기업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둘, 남은 변수에 시선 집중
이 외에도 인수전에 뛰어든 대부분의 업체는 조선업체 또는 해운업체를 놓고 활발한 물밑 접촉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일부 해운업계는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복수의 업체들로부터 거의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너지효과를 통한 상호 ‘윈-윈’이 가능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조합이라는 설명이다. 또 컨소시엄 구성의 완성도는 인수전에서도 적잖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중인 대우조선 우리사주조합도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 참여는 크지 않겠지만 내부 직원들의 지지를 얻는다면 입찰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 9월10일 서울 산업은행 본사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고, 매각 과정에 노조의 목소리를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여기에다 대우조선 직원들로 구성된 우리사주조합은 퇴직금과 금융권 차입 등을 통해 지분을 불린 뒤 인수전 참여기업들에 컨소시엄 구성 등을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금융위원회가 외국 자본 참여를 주문한 것도 막판 변수로 등장했다.
셋, 인수전 4사 약점 극복 여부
현재 인수전 4사에 닥친 과제도 만만치 않다. 이들이 끌어안은 약점을 보완해야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외국인 주주들을 의식, 입찰 때 과감한 배팅을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미 SK에너지와의 컨소시엄 구성으로 시너지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기는 했지만 향후 컨소시엄 구성이 관전 포인트다. 그밖에 노조의 힘이 센 대우조선과 달리, 포스코는 노조와 수차례 마찰로 대립각을 이뤘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노동조합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미 대우조선 노조는 동종업계에서 참여시 퇴출 투쟁을 전개할 것으로 밝힌 바 있어 현대중공업 역시 이런 노조의 등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화그룹의 경우 폭력사건으로 인한 오너의 도덕적인 문제가 넘어야 할 산이다. 한화는 대우조선을 당장 그룹의 최고 중점 사업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점수를 받고 있지만 비상장 계열사를 상장해 3조원 이상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GS홀딩스는 포스코나 현대중공업과 달리 조선산업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식이 부족한 만큼 조선소 운영이나 경영전략부분에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GS칼텍스의 개인정보 유출이 도덕성에 적잖은 악재로 자리 잡는 형국이다.
이들 중 누가 약점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까. 여러 변수 속에서 치러지는 총성 없는 전쟁에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인수전 참여 4사의 대우조선을 바라보는 ‘동상4몽’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