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제13회 베이징장애인올림픽에서 ‘종합 13위’의 성적을 달성했다. 대회 12일간 드라마 같은 인간승리의 열정과 일반선수 못지 않은 실력으로 이룬 성과다.
한국 선수단은 폐막일인 17일 오전 42.195㎞ 코스에서 진행된 남자 마라톤 T54(휠체어를 타고 하는 경기) 종목을 끝으로 메달 결정 종목을 모두 마무리지었다.

13개 종목에 77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한국은 애초 기대했던 금메달 13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목표로 삼았던 종합성적 14위보다 한 단계 높은 순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세계신기록도 3개나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우리 선수단은 현재 종합 13위로 당초 목표한 성적을 무난히 달성했다”며 “선수단 귀국시 올림픽선수단이 귀국했을 때와 동일하게 환영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관련부처에서는 장애인 선수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 조성에 노력해 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 사격 메달 초과 달성…양궁·보치아 금메달 각 2개씩
이번 대회 최고 효자 종목은 목표 메달을 초과 달성해 4개의 금메달을 안긴 사격. 여기에 양궁과 보치아가 각각 금메달 2개씩 수확했고 육상과 탁구도 금메달 1개씩을 보탰다.
사격의 이지석 선수와 한국 선수단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보치아의 박건우 선수는 각각 2관왕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대회 첫 날인 7일 금메달이 유력했던 여자 R 10m 공기소총 SH1에서 한국선수 중 유일하게 결선에 나선 김임연 선수가 7위에 그쳤고, 강력한 금메달 기대주 이주희 선수 역시 남자 P1 10m 공기권총 SH1 결선에서 동메달에 머무르자 당초 금메달 2개를 예상했던 한국 선수단 전체가 술렁였다.
그러나 8일 문애경 선수가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전열을 정비한 사격은 다음 날인 9일 여자 사격 R8 50m 화약소총 3X20-SH1에서 이윤리·김임연 선수가 각각 금, 은메달을 차지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특히 이윤리 선수는 본선-결선합계 676.9점으로 세계신기록을 갱신하면서 금메달을 차지해 더 큰 기쁨을 안겨줬다.
여기에 경기보조원인 부인 박경순 씨의 사랑에 힘입어 사격 2관왕을 달성한 이지석 선수가 2개의 금메달을 추가했고, 남자 사격 P4-50m 자유권총 SH1에서 박세균(세계신기록)·이주희 선수가 금, 은메달을 나눠 가지며 한국사격팀은 금 4, 은 3, 동 2개를 최종 기록했다.
반면, 본래 한국 선수단의 주 종목이던 양궁은 금메달 2개에 만족해야 했다.

예상외로 선전해 눈길을 끈 종목은 단연 보치아다.
단체전 금메달 1개가 목표였던 보치아는 한국 선수단의 ‘막내’ 박건우 선수의 맹활약으로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개의 금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이 외에도 2004년 아테네올림픽 육상에서 휠체어를 타고 100m와 2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홍석만은 이번 대회에서 중거리 선수로 전환해 400m 금메달(세계신기록)을 차지한 후, 400m 계주와 개인 800m T53에서 동메달 2개를 각각 추가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 ‘얼짱 인어’ 신드롬 등 스타 선수 활약도 ‘눈길’
국내에서는 여전히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미미하지만 일부 선수들은 점차 자신의 영역에서 스포츠인으로서 위상을 세워나가면서 스타가 될 가능성도 보여줬다.
올림픽 기간 내내 ‘얼짱 인어’로 인기를 모은 수영의 김지은 선수는 비록 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야무진 말솜씨와 미모로 베이징 국가수영센터를 찾은 관중들과 각국 선수들을 사로잡았다.
장애인올림픽 수영 종목 20년 만에 한국의 확실한 금메달리스트로 관심을 모았던 민병언 선수는 세계기록을 2개나 수립하고도 배영 50m S3에서 은메달에 그쳐 많은 팬들에게 동정을 받으며 ‘마린보이’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했다.
또 장애인 특화종목인 보치아에 출전해 사상 첫 2관왕이 된 박건우 선수는 뇌성마비 1급의 중증장애인임에도 구김살 없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며 관심을 끌었다.
경기보조원인 부인 박경순씨의 사랑에 힘입어 사격 2관왕을 달성한 이지석 선수에게는 두 사람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방송 제의까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베이징 대회를 끝으로 사라지는 스타 선수들도 있다.
역도 56kg급에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한 정금종 선수는 올림픽 7회 연속 메달 획득이라는 놀라운 신화를 창조하고 역도 30년 인생을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화려하게 장식했으며, 후배 역사 박종철 선수도 바벨을 놓고 은퇴를 선언했다.
개최국 중국은 이날 오전 현재 금메달 88개, 은메달 68개, 동메달 52개로 2위 영국(금 42개, 은 29개, 동 31개)을 압도적 격차로 제치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어 이날 오후 열리는 브라질과의 시각축구 결승전과 남자 펜싱 사브레 개인전 결승 두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종합순위 1위를 확정지었다. 2004년 아테네 대회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종합순위 1위다.
베이징장애인올림픽은 이날 오후 9시(한국시간) 주경기장에서 폐막식을 갖고 12일간의 열전을 마감한다. 다음 장애인올림픽은 2012년 런던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