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의지부족' vs 한나라, '버티기'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학법 등 이른바 `3대 쟁점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제대로 심의. 토론조차 되지 못한 채 회기(3월2일)를 넘길 전망이다.
우리당의 '의지부족'과 한나라당의 '버티기'가 결합되면서 사실상 물 건너갔다. 작년 말 이들 3대 입법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던 우리당도 다른 민생법안 처리에 미칠 영향을 의식한 때문인 듯 `쟁점화' 자체를 무척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보법
우선 국가보안법 폐지안은 상임위 활동 마지막날인 28일 국회 법사위에서 상정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지만 실제 상정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은 많지 않다.
우리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다룬다"는 작년 말 여야 합의사항에 따라 한나라당측에 정식 상정을 촉구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 여건상 그냥 `촉구'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보법을 놓고 작년말과 같은 대치상황이 재연된다면 모처럼 여야가 진통끝에 합의한 `행정도시 특별법'을 포함, 법사위에 계류중인 주요 민생법안의 처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게 우리당 지도부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열린 우리당 임채정 의장은 지난주 열린 정책연구원 초청 토론회에서 "(쟁점법안을)적절한 시기에 상정해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거쳐 입법화할 것"이라고 말해 회기내 상정유보를 시사했다.
열린우리당 김부겸 부대표는 처리는 고사하고 "2월에 법사위 상정만이라도 하자"고 한나라당에 요구했지만, 남경필 부대표는 "합의처리 명문화"를 요구하며 버텼다.
한나라당내에선 "열린우리당이 국보법을 상정하려는 액션만 한번 취하고 말지 않겠나"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은 3월2일 본회의 직전에 행정수도와 관련한 의원총회를 열뿐, 3대입법 처리 방침에 관한 의원총회는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3대 입법을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과거사법
3대입법 가운데 지난 연말 여야간 처리 직전까지 갔던 과거사법의 경우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장단에, 의장단은 여야 원내대표단에 처리를 미루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사법은 김원기 국회의장이 회기종료를 목전에 두고 25일 장기 해외 순방길에 오르면서 회기내 처리가 사실상 물건너 간 분위기이다.
그렇다고 3월2일 본회의 사회를 맡을 국회부의장(열린우리당 김덕규, 한나라당 박희태)단에서 과거사법의 처리를 강행하지도 않을 분위기다. 김 부의장 측은 26일 "여야 원내대표간의 합의가 있다면 몰라도 부의장이 임의로 직권상정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여야 협의가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해, 사실상 과거사법 처리 불발을 시사했다.
열린우리당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와의 회동을 마친 뒤, "과거사법은 원내대표와 국회의장간의 협의를 거쳐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지난 연말 김원기 국회의장이 '과거사법의 2월처리'를 공언하고 양당간 합의를 이끌어냈던 만큼 과거사법 처리에 대한 책임은 국회의장단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사립학교법
사립학교법은 일찌감치 회기내 처리가 어려운 쪽으로 결론이 났다. 지난해 4대 입법 가운데 국민의 80% 전후가 찬성했고, 특히 세종대-서강대 비리 및 각 사립고의 잇따른 수능비리로 개정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사립학교법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이기는 마찬가지다.
사학법 개정과 관련해선 지난 22일 교육위 차원에서 한 차례 공청회만 열었을 뿐 현재 교육위 소위에 계류중 이어서, 국회 일정상 회기내 처리는 이미 불가능해졌다.
오영식 원내부대표는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야당의 주장에 따라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며 "따라서 회기내 처리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백기'를 든 바 있다. 이에 따라 대표적 개혁입법인 이들 3대 쟁점법안 처리가 4월 임시국회로 이월됐지만 안팎의 여건상 상당기간 처리가 어려워진게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개혁성향의 한 초선의원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개혁입법을 정리하지 못하면 앞으로 상당기간 기다려할지 모른다는 인식이 당내에서 퍼져있다"고 전하고 "4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 과반의석 유지가 어려워진다면 개혁입법의 추진동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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