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보험사 AIG의 부도위기에 국내 AIG손해·생명보험을 둘러싼 소비자과 업계의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행여나 부도를 맞게 된다면 국내 보험사에 적잖은 풍파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되는 탓이다. 미국정부의 지원책으로 당장은 한숨을 돌린 형국이지만 이 같은 긴급처방이 일시적 미봉책이라는 평가까지 점쳐져, 업계의 우려는 식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정부 구제금융 투입에도‘미봉책’불안,금융빅뱅 오나
올 추석 연휴 전후는 금융권 관계자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게 됐다. 9월 위기설이 사그라지나 했더니 이번에는 금융 위기설이 급부상한 탓이다. 세계 1위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BOA(Bank Of America)에 인수 합병되는가 하면 세계 4위의 투자은행(IB)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다. 현재까지 금융위기의 중심에 시선을 놓인 것은 바로 AIG(American International Group Inc)다. AIG가 유동성 위기로 인해 부도가능성이 그 화두다.
AIG는 우리나라에도 익히 알려져 있는 세계 최대 보험사로 1조500억달러에 이르는 자산과 전세계 130개국에 7400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공룡 금융사다. 실제 9월16일까지는 부도 직전의 상황까지 내몰렸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AIG는 국내에도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의 사업이 진출해 있던 터라 파장도 적지 않다.
AIG위기에 불안감 쇄도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곳은 AIG생명이다.
AIG생명 관계자는 “과연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겠냐는 전화문의가 빗발쳤다”면서 “이에 대해 절대 피해를 볼 수 없다고 소비자를 납득시키는 방향으로 설명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AIG의 본사가 부도내더라도 국내 AIG보험사업은 지급여력비율도 100%이상이며 제도적 장치 등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갈 피해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행여나 피해여파가 미치지 않을지 우려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불안은 더욱 가중됐고 결국 금융감독원까지 출동해 사태를 진화시키기에 나섰을 정도.
AIG생명 관계자는 “이런 설명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납득했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AIG보험의 계약을 해지는 약 600여건으로 평소 세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AIG가 부도를 내게되면 1차적으로 소비자의 보험금을 보상해주거나 타 보험사에 흡수하게 되고, 자산을 채권단에 넘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손해가 없다곤 해도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도 당연한 상황이다.
이런 AIG를 둘러싼 불안이 가까스로 진정된 것은 지난 16일 미국의 8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이 투입되면서 간신히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시적 소강상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AIG의 구체책에 구제대책이 발표된 직후만 해도 이것이 금융시장 진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일었지만 하루 만에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미국 뉴욕 증시는 17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고 은행들은 누가 다음에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 돈 빌려주기를 꺼려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이어갔다.
실제 AIG 구제결정이 내려진 뒤 뉴욕 증시는 다우와 나스닥 S&P 모두 1.3에서 1.7% 정도 반등했지만 하루만인 18일 새벽 미국 증시는 다시 4%가 넘게 대폭락을 했다.
한마디로 850억 달러의 금융 지원 정도로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퍼졌기 때문. AIG는 물론 다른 대형 금융기관들도 추가 파산 위험성은 여전히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2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무려 24% 시티그룹이 11%, AIG는 무려 45%의 주가가 빠졌다. AIG의 1년 전 시가총액은 1780억 달러. 하지만 현재는 100억 달러로 1년 만에 10분의 1수준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 당국이 투입된 자금은 회생이 아닌 일시적 미봉책의 성격이 짙다. 구제금융 조건이 국제기준금리(LIBOR)에 8.5%의 가산금리를 붙인 고금리인 데다, 2년 내 알짜 사업부문을 처분해서 갚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연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계획대로 가면) 순차적으로 AIG가 청산될 가능성이 많다”고 보도했다.
다음 타자는 누구?
이에 따라 AIG는 대부분의 사업을 매각해야할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국내 AIG 법인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향후 국내 AIG보험을 지켜보는 시선도 당분간은 불안감을 씻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당국은 소비자 피해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만에 하나라도 AIG가 무너질 경우 그 파장은 금융권 전반에 미치게 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다음 타자’를 예견하기에 바쁘다. 다음 망하는 은행은 어디가 될지, 파급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금융 불신이 팽배한 것이다. 다음 타자로 AIG가 다시 거론되지 않으리라는 확증도 없는 만큼 ‘금융위기’의 해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