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전부터 잇따른 말실수로 구설수에 올랐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말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인촌 장관은 140억원의 재산이 공개된 후 “배우 생활을 35년 했는데 그 정도는 벌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배용준을 봐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장관에 임명된 후에는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강제적인 ‘물갈이’로 비판받았다. 정권이 바뀌면 사람도 바뀌기 마련이지만 직접적인 실명을 거론하며 압박, 임기가 남은 이들마저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러설 것을 종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 장관의 ‘공격수’적인 행보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 장관이 입만 열면 일이 난다며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말’만 하면 구설수에 오르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지난 7개월을 짚어봤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 이가 있는가하면 입만 열면 화를 부르는 발언으로 천냥 빚을 얻는 이가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단연 돋보인다.
입만 열면 화(禍)
1974년 MBC의 공채 탤런트 6기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이래 다수의 드라마와 연극에 출연, 연출한 유인촌 장관은 1980년대 말 인기를 끈 KBS ‘야망의 세월’에서 극중 이명박을 연기하며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을 맺었다.
이후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문화재단의 첫 이사장을 맡는 등 문화예술정책에 관한 의견 교류를 수시로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선에서도 이 대통령을 수행했으며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임명됐다.
그러나 정계로 들어선 후 ‘전원일기’에서 김 회장의 둘째 아들로 쌓아온 그의 좋은 이미지는 하나둘 무너지고 있다. 수많은 말실수로 이제는 ‘입만 열면 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인촌 장관은 ‘말실수’는 그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오르기 전부터 있었다. 그는 지난 2월 장관 내정자 재산발표 후 ‘말실수’의 첫 포문을 열었다.
당시 새 정부 장관 내정자들은 부동산을 비롯해 거액의 재산을 소유한 것으로 밝혀지며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이 중에서도 서울 강남 압구정동과 종로구 수송동 등에 아파트 2채, 용인시 기흥에 연립주택 1채를 비롯해 배우자 명의를 포함해 예금 60억원, 골프 회원권 3개와 콘도 회원권 1개 등 140억원이 넘는 재산으로 내각의 평균 재산을 끌어올린 유 장관에게 언론의 시선이 모아졌다.
유 장관은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배우 생활을 35년 했는데 그 정도는 벌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배용준을 봐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도리어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유 장관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언행에 대해 조심하겠다. 반성하겠다”는 사과를 하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당시 야당은 “유 내정자는 재산 140억원을 신고했는데 이렇게 재산이 많은 데 대해 ‘배용준을 봐라’는 식으로 항변한 바 있다”며 “탤런트의 62.8%가 연평균 2000만원도 못 버는데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코드인사 다 나가”
취임 전부터 ‘말’로 곤혹을 치룬 유 장관이지만 ‘말’과 관련한 구설수는 계속해서 그를 따라다녔다.
지난 3월 강연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름의 철학과 이념을 가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새 정권이 들어섰는데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뒤집는 것”이라며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코드인사 자진퇴진론’을 편 것.
문화부 산하 단체장들을 물갈이하겠다는 그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5명을 실명 거론하며 “스스로 물러나는 게 순리”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장관 재산 공개 비판 일자 “배우생활 35년, 그 정도는 벌 수 있다”
전 정권 코드인사 자진사퇴론에 파장 일파만파…사과로 수습한 날들
그러나 이러한 그의 행동은 당사자들과 문화예술계의 반발을 불렀다. 이들이 “임기가 보장된 단체장들에게 장관이 사퇴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나선 것. 때문에 그는 이 발언에 대해 “논란의 대상이 됐던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사과로 수습해야 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관광업계 관련 제도개선과 관련해 “예전 정부였다면 1년이 걸려도 못 해냈을 일을 현 정부는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해냈다”고 말해 전 정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또한 외국인 방문객의 감소 이유를 촛불집회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유 장관은 “6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 6월에 견줘 0.45% 줄었다”며 “두 달 동안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촛불집회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곧 야당의 “유 장관은 무능한 이명박 정부의 엉터리 대변인 노릇은 그만두고 장관 본연의 업무에나 충실하기 바란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끝나지 않는 ‘말’ 퍼레이드
수많은 ‘설화’에도 불구, 유인촌 장관의 말실수는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한 유 장관은 최문순 의원이 정부의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해체와 민영미디어렙 도입 방침에 대한 견해를 묻자 민영미디어렙 도입의 필요성을 밝히며 “종교방송이나 지역방송은 그동안 너무 편하게 해왔다”며 “영화계도 거품이 빠져야 경쟁력을 가지듯 향후 종교방송이나 지역방송사 등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지난달 18일 한나라당 ‘국민통합포럼’초청 토론회에서 “전국의 신문, 방송사가 얼마나 많냐”고 반문하면서 “이들이 시장 경쟁 환경이 오는데도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정부 지원이나 코바코 광고를 통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폭언에 가까운 발언에 종교계는 물론 야권과 지역방송이 그의 사퇴를 주장하며 들고 일어섰다. CBS 비롯한 극동방송, 불교방송, 평화방송, 원음방송 등 5개 종교방송 사장단이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종교탄압이라고 규정하고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
사장단은 설명에서 “정부가 방송의 독과점을 부추길 방송광고 시장의 시장경쟁체제 도입을 강행한다면 종교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기획재정부 장관의 퇴진은 물론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영미디어렙 도입에 “신문·방송사 명맥 유지하는 건 정부지원 때문”
망말 ‘사퇴요구’에 야당 “양촌리 이장 좋은 이미지가 그립다” 쓴소리
민주당과 창조한국당 등 야당들도 그를 히틀러의 최측근인 ‘괴벨스’에 비유하면서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 “유 장관이 연일 실망스러운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도대체 정부여당의 대변자들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사실상 정부를 대변하는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무책임한 발언으로 원성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종교방송, 지역방송들이 편하게 살았다고 얘기하더니, 경쟁력 없는 언론사들이 정부 지원 덕에 난립하고 있다고 망언을 했다. 또 이런 언론이 정부 덕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약을 올리고 폄훼를 했다. 언론마저도 다양성을 말살시키고 시장에 방임시키고자 하는 것은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에 언론을 솎아 넣는 것이다. 이런 발상을 가지고 어떻게 다양하고 공정한 언론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한탄했다.
그는 “아무리 봐도 유인촌 장관은 좋은 인기자인 것은 분명한데 좋은 관료는 아닌 것 같다. 비적성 분야인 것 같다. 양촌리 이장의 좋은 이미지가 그립다”고 말했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못 막아
민영미디어렙 관련 발언으로 인한 사태가 확산되자 유 장관은 9월19일 사태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고심 끝에 나온 대책은 ‘악수’였다.
그는 “종교방송이 너무 편하다고 발언했다 해서 공방이 되고 있는데, 내가 그렇게 얘기할 리 없다”고 발언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미 유 장관의 발언은 국회 속기록에 기록돼 있을 뿐 아니라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많은 이들이 확인한 상태였다. 때문에 ‘사과’로 끝날 일이 ‘거짓말 파문’으로 이어지며 확산일로에 놓이게 됐다.
유인촌은 누구?
출생: 1951년 3월20일
학력: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학·석사
경력:
1974년 MBC탤런트 공채 6기
중앙대 연극영화과 교수
극단 유 대표
유시어터 대표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후보 상근특보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위 상근자문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