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조직 신종 마약 ‘야바’ 밀반입 상습·투약한 태국인 무더기 적발
‘엑스터시’ 등 향정신성의약품 마약류사범 급증해 2007년 80% 차지
국내 마약사범 수 2006년 4985명, 지난해 7134명으로 43.1% 증가
“마약 단순사범 증가는 우리 사회 깊숙이 마약 스며들었다는 방증”
‘야바’를 비롯해 ‘물뽕’, ‘케타민’, ‘펜플루라민(일명 살빼는 약)’까지 신종 마약이 넘쳐나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신종 마약 수만큼 해마다 국내에서 마약을 판매·투약하는 마약사범 수도 늘고 있다.
더욱이 마약의 손길이 가정주부는 물론 농가에까지 뻗치고 있어, ‘한국도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국제우편을 이용하는 등 유통경로까지 다양해지고 있어 관계당국의 단속망을 교묘히 피해 밀반입되는 마약도 증가하고 있다.
또 ‘마약청정국’을 자부했던 한국을 이용해 국제적 마약 유통경유지로 사용한 외국인까지 검거돼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 9월25일 신종 마약 ‘야바’와 필로폰을 밀반입해 판매하고 상습 투약해온 태국인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급증하는 ‘신종 마약’
‘야바’(YABA)는 “말처럼 힘이 솟는다”는 뜻으로 태국어 ‘약(藥)’이라는 뜻의 ‘야’와 ‘바보’, ‘미친’이란 뜻의 ‘바’의 합성어다.
‘야바’는 태국에 근거를 둔 동남아시아의 최대 마약 조직인 ‘쿤사’가 히로뽕 30%, 카페인 60%, 코데인 10%를 합성해 개발한 최신 마약으로, 복용하기 쉽게 개량해 투약이 간편하고 가격이 저렴해 최근 태국인들이 가장 많이 투약하고 있는 마약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공급받은 ‘야바’를 은박지 위에 올려놓고 라이터로 가열해 발생하는 연기를 흡입하거나 물과 함께 복용했다.
‘야바’와 같은 신종 마약들은 90년대로 들어서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부터 ‘필로폰’(일명 히로뽕)과 ‘대마초’ 마약류사범이 가장 많기는 하지만, 근래에는 ‘야바’, ‘엑스터시’(MDMA)를 비롯한 이름을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신종 마약류가 등장해 신종 마약류사범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마약류’란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마약류로서 과거에 있었던 성분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남용사례가 없다가 최근 확산되는 마약류로서 환각이나 흥분효과, 성적 각성능력의 증가, 체중의 감소 등을 목적으로 제조된 성분이며, 사용상의 불편함을 크게 개선시킨 물질로 주로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최근 젊은 층에서 ‘파티 필’(Party Pill)이라 불리며 유흥가 등에서 흥분제 및 오락성 약물로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신종 마약도 이런 향정신성의약품로, 대표적인 약물로 ‘엑스터시’, ‘물뽕’(GHB), ‘LSD’ 등이 있다.
실제 대검이 최근 발간한 ‘2007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에 의한 마약류 사범은 지난 2004년부터 급격히 증가해, 지난 2007년도에는 향정사범이 전체 마약류사범의 80%를 점유해 국내 주종 마약류로 자리 잡았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문제는 현재 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 신종 마약류로 등록되지 않은 의약품도 많아 처벌·단속이 어렵고, 그 종류도 상당히 다양화되어 있어 단속규정을 만들기 힘든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마약확산 외국인도 일조
지난 24일 검거된 태국인 마약류사범들은 대부분 부산과 경남일원의 공단에서 산업연수생으로 일하던 공원들로, 이들은 국제우편물 등을 통해 ‘야바’ 및 대마를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태국산 신종마약 ‘야바’의 확산과 더불어 외국인 마약류사범들도 급증하고 있다.
‘2007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사범으로 단속된 외국인은 28개국 298명으로 지난 2006년(19개국 116명)보다 무려 156% 증가했다.
올해 6월까지 단속한 외국인 사범은 170명에 이르고 있다.
또 지난 2007년도 신종 마약류 밀반입량은 총 1만6090정으로 전년도 대비 400% 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경기지역의 경우 올 들어 적발된 외국인 마약류사범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며 “국적별로는 태국인이 대다수였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태국인 전용 술집과 태국인 고용 공장 기숙사 등을 통해 야바 판매상들이 판로를 개척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투약자들은 밤샘도박이나 작업피로를 덜 목적으로 야바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태국은 ‘황금의 삼각지대’(세계 최대의 아편 및 헤로인 생산지)의 경유국으로, 마약류 중독자가 상당히 많다”며 “최근 태국에서 입국하는 산업연수생들이 많은 만큼 이들에 의한 마약류 밀반입이 많이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중에 있다”고 전했다.
최근 외국인 마약류사범이 늘고 있는 원인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정책에 따라 통관 절차가 간소화되고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체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결국 국내 마약류사범이 늘고 마약 관련 범죄 확산에 외국인들도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깊숙이 파고든 마약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도 지난 9월24일 “해마다 국내 마약사범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발표하며 마약이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마약사범 수는 2006년 4985명에서 지난해 7134명으로 43.1% 증가했으며, 올해는 7월말까지 4662명이 적발됐다.
특히 농업인 마약사범의 수는 지난 2006년 393명에서 올해 7월 말 현재 519명으로 급증, 주부 마약사범 수도 2006년 91명에서 올해 7월 말 현재 115명으로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단순사범의 증가는 우리 사회 깊숙이 마약이 스며들었다는 방증으로 경찰의 마약수사 전담팀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농업인과 주부 등의 마약사범 수 감소를 위해 대상자별로 맞춤형 마약퇴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넘쳐나는 신종 마약과 외국인 마약류사범의 증가, 국내 마약사범 수의 증가는 이미 우리나라도 ‘마약청정국’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신종 마약에 대한 단속 및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마약류사범의 경우 재범률이 높은 만큼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