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그 용처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5일 롯데그룹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10월말까지 롯데쇼핑을 비롯한 호텔롯데,호남석유, 롯데제과 등 4개 주력계열사가 발행하는 회사채는 총 9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 9천억원 채권발행 왜?
일단 이들 계열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는 롯데쇼핑은 10월 중순께 약 3천400억원 규모의 변동금리부채권(FRN)을 발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는 29일 일본에서 굿모닝신한증권을 주관사로 약 1천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여기에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가 1천113억원 상당 규모의 3년 만기 외표채를 발행하며, 호남석유화학이 2년 만기 2천125억원 규모의 외표채 발행, 롯데제과도 3년 만기 1천132억원의 외표채를 발행키로 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롯데가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선 배경에 대해 제2롯데월드 건설과 M&A를 위한 실탄 확보 차원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롯데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제2롯데월드 건립이 정부의 긍정적 검토로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이다. 따라서 건축 허가가 날 경우 1조원 이상의 투자될 전망이다.
이에 이번 롯데의 대규모 자금조달이 이를 마련키 위한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것. 하지만 롯데 측은 “아직까지 제2롯데월드에 대해 (정부의)최종 허가 방침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금조달 계획으로 잡아놓지도 않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계열사 잇따라 대규모 회사채 발행해 자금확보 나서
일각, 제2롯데월드 건립과 M&A를 위한 실탄확보 차원 관측
이어 “만일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가 날 경우 1조 이상이 투자되는 사업인 만큼 ‘새로운 차입 계획을 세워 추진한다’는 방침”이라며 “이번 채권발행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또, 최근 미국 월가의 금융위기 여파로 해외 자금줄이 말라 기업들이 애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중으로 국내 M&A시장이 초호황기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를 염두에 둔 M&A를 위한 실탄 확보용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롯데가 금융업계로 진출하려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기존 증권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M&A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도 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M&A를 위한 실탄 확보설은 너무 억측”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증권사 매각 얘기만 나오면 롯데가 언급되곤 하는데 정작 롯데는 증권사 인수에 대해 아직 계획이 없다”며 “롯데마트 경우에도 현재 종합 대형마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에 하이마트 같은 전자마트에도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단순한 자금 확보 그 이상의 목적
하지만 그룹 측의 해명과는 사뭇 다르게 롯데쇼핑의 경우 M&A와 관련해 어느 정도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계열사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롯데쇼핑은 2006년 상장 후 매년 1조4천억 원을 매장 확대 등에 투자해 왔다”고 운을 뗀 뒤 “하반기 경기 동향 전망이 어두워 자금비축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이를 대비하기 위한 용도로 채권을 발행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자금이 경영상 어디에 쓰일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기업합병을 위해 일부 쓰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어느 정도는 ‘M&A 실탄 확보설’과 전혀 무관치 않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재계 일각의 관측대로 롯데가 이번 한 번에 국한되지 않고 올 연말까지 해외 자금조달을 계속할 예정이어서 단순한 운용 자금 확보 이상의 목적을 갖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