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구 회장은 직접 해외 공장들을 오가며 현장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 같은 노력에 비해 성과는 ‘글쎄’ 싶다.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서 잇따라 악재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매출 실적도 눈에 띄게 하락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상황도 좋지 않다. 연속된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고, 최근에는 제네시스와 모닝에 대한 자체결함까지 제기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악재에도 불구 현대차는 뾰족한 대책을 마련치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그야말로 요즘 현대차는 ‘굿’이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최근 현대차는 해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원인만해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뾰족한 묘책이 없어 난감한 노릇이다.
현대차 서유럽 시장 후퇴
일단 서유럽 시장에서의 현대차는 정체 상태이다 못해 후퇴하고 있다. 서유럽 시장의 소형차 붐을 타고 현대차의 중대형차가 뒤로 밀린 것. 여기에 현지 정부의 탄소 배출량에 대한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하여 더욱 난처한 입지에 놓였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올들어 8월말까지 서유럽 자동차 잠정 판매량은 총 20만 511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만 364대 보다 2.5% 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동안 해외 시장 전체 판매량이 12.3%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부진한 성적표다.
현대차로서는 난감하기 그지없다. 외부 악재를 개선할 특별한 묘책이 떠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내 상황도 여의치 않다. 현대차가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2000CC미만 소형차인 ‘i30’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 울산 3공장이 수개월째 노사갈등으로 생산차질이 장기화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불리한 현지 영업여건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서유럽 시장에서 활로를 뚫기 위해 체코공장 가동을 앞당길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i30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체코공장은 당초 올해말이나 되어야 본격 가동하려했지만, 현지 상황이 계속해서 현대차에게 불리하게 진행될 경우 불가피하게 조기 가동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해지는 바로는 정몽구 회장 역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 최근 친환경차량 개발과 관련한 임원진 회의에서 체코공장 조기 가동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현대차 측은 “(회장님이)전혀 그렇게 언급한 바 없다”며 “체코공장은 계획대로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해외시장 곳곳마다 암초만나 대책마련 철지부심
현지시장의 불리한 여건, 노조 파업, 리콜 등 악재겹겹이

해외시장 곳곳마다 ‘암초’
현대차의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현대차는 연료펌프에 이상을 보인 엘란트라(아반떼의 미국 수출 명) 6만5000대에 대해 미국 시장에서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다고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 웹사이트에 게재한 서한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자발적 리콜이라는 언론 보도와 달리 이미 엘란트라는 엔진이 갑자기 멈춘다는 미국 소비자들의 신고가 잇따르면서 미국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의 예비조사 대상이었다. 이 뿐만 아니다. 해외 공장의 노조 파업도 문제다. 연평균 30% 성장률을 보이며 해외 공장 6곳 중 가장 호조를 보이던 인도법인은 최근 노노 갈등으로 인한 노사 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
알려진 바에 의하면 정 회장이 2000년 이후 매년 한 차례 이상 방문해 격려할 정도의 주력공장인지라 회사 측은 대책 마련에 철지부심하고 있다.
이 밖에도 기존 중국, 일본 시장에서도 다른 해외 브랜드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 올 상반기 현대차는 중국시장에서 전년 대비 NF쏘나타와 EF쏘나타의 판매량은 각각 31.2%와 12.5%, 엑센트는 3.5% 줄었다. 일본 시장은 이보다 더하다.
일본시장에서는 5년 동안 줄곧 참패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일본에 진출한 현대차는 올해 최악의 판매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현대차의 일본 판매량은 지난 2004년 2524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05년 2295대, 2006년 1651대, 2007년 1223대로 계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실적은 240여대에 불과하다.
국내 소비자는 ‘봉’(?)
최근 국내에서도 현대차는 비상이 걸렸다. 작년 12월 현대차가 출시한 야심작 ‘제네시스’가 가다가 갑자기 멈춰버리는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현대차 측은 적어도 4월 중순 이전 이 결함을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또 소형차 ‘모닝’도 제네시스와 흡사한 제보가 잇따라 국토해양부까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현대차가 해외시장에서 자발적 리콜등 깨끗한 이미지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국내 소비자들은 단순한 ‘봉’으로만 여기고 있다”며 비난을 퍼붓고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홍보실 관계자는 “현대차가 처한 상황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넘어야할 과정으로 생각해 달라”며 “성과란 것이 하루아침에 나타는 것이 아닌 만큼 좀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