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자의 절규 “내 다리 내놔~”
죽은자의 절규 “내 다리 내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Y대학교병원 절단된 사체 일부 폐기 논란

교통사고 후 치료받던 도중 사망한 10대 환자 유족 ‘다리 없다’ 항의
사체 일부, 적출물 뒤엉켜 ‘적출물 하역장’서 박스 포장 상태로 발견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를 두 번 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통사고로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다 사망한 10대 환자의 사체 일부가 병원의 실수로 폐기물처리장으로 향해 하마터면 폐기될 뻔했기 때문이다.

아들의 사체 일부가 버려졌다는 것을 안 망자의 가족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병원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당시의 사건 현장을 추적해 봤다.

지난 9월27일 경기도 수원의 Y대학교병원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27일 새벽 교통사고로 Y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들어와 치료도중 사망한 A(18)군의 절단된 사체 일부가 폐기되려다, 아들의 사체에 왼쪽 다리가 없어진 것을 안 유족들의 항의에 뒤늦게 되찾아 지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어느날 찾아온 ‘불의사고’

A군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는 지난 9월27일 새벽 0시50분께 수원시 권선구 장지동 44-10번 인근 도로에서 발생했다.

관할 소방서에 따르면 이 도로는 세류역 아래쪽에 위치한 직선코스로, 평소에도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직선코스에 지나다니는 차량수도 적어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이 과속을 자주하기 때문에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A군에게 불행은 한 순간에 찾아왔다. 평소와 같이 44-10번 도로를 지나던 A군의 일행을 마주오던 34루XXXX호 NF소나타가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덮친 것이다.

125cc 오토바이와 50cc 오토바이를 각각 타고 있던 A군과 그의 친구 B군, C군은 충돌과 함께 도로에게 약 15m 떨어진 곳까지 날라가 내동댕이 쳐졌다. 특히 앞서 달리던 A군의 상태는 매우 위독했다.

이 사고로 A군은 왼쪽 다리가 절단되는 등의 중상을 입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응급차에 의해 10여분 후께 B군과 함께 Y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후송됐다.

다행히 어깨와 다리에 경미한 상처를 입은 C군은 나중에 출동한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후송됐다.

문제는 먼저 급히 후송되는 바람에 미쳐 수습하지 못했던 A군의 다리가 사고발생 40여분이 지난 후 C군과 함께 후송되면서 벌어졌다.

당시 출동했던 소방대원에 따르면 사건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당시에는 이미 A군과 B군은 병원 응급차에 의해 응급센터로 후송된 상태였다.

소방대원은 “사고가 난 차량에서 불이 나고 있는 상태라서 이를 수습하려고 보니 찌그러진 채 타고 있는 자동차 앞 본네트에 A군의 다리가 검게 탄 채 끼어 있더라”며 “그래서 급히 수습해 C군과 함께 구급차에 실어 Y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후송했다”고 전했다.

이어 “A군의 절단된 다리는 당시 응급센터에 있던 간호사에게 인계했고, 다른 출동이 있어 바로 병원을 나섰다”고 설명했다.

‘내 아들 다리 내놔’

그동안 병원 안에서 A군은 죽음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A군은 결국 병원후송 3시간만인 27일 새벽 4시께 응급치료를 받던 중 두개골 파열에 의한 중추뇌손상 의증 등의 사인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A군이 사망하고 나서야 뒤늦게 사고 소식을 들은 유가족은 A군의 사망소식에 오열했고, A군은 Y대학교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그런데 이날 오후께 A군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찾은 유가족 중 일부가 A군의 왼쪽 다리가 없어진 것을 발견한 것이다.

아연실색한 A군의 유가족들은 병원측에 ‘절단된 사체 일부를 찾아놓으라’고 항의했고, Y대학교병원측은 다음날인 28일 오전이 돼서야 A군의 다리를 장례식장 지하 적출물 하역장에서 찾아내 유족들에게 인계했다.

병원 적출물은 수술 등에 의해 발생한 피부조직이나 떼어내진 종양 덩어리 등을 말하는 것으로, 당시 A군의 절단된 왼쪽 다리는 의료 폐기물처리장으로 옮겨지기 위해 다른 적출물들과 함께 박스포장까지 돼 있던 상태였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적출물은 특정처리업체에 의해 폐기 처리되기 때문에 이날은 다행히 휴일이라 옮겨지지 않아 A군의 왼쪽 다리는 유가족들에게 인계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날의 사고에 대해 Y대학교병원 관계자는 ‘누구의 과실로 일어난 사고인지’, ‘징계처분은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병원관계자는 “A군이 워낙 위독한 상태여서 수많은 의료진들이 A군의 치료에만 몰두해 응급실 전체가 정신이 없었다”며 “또 A군의 잘려진 다리도 불에 탄 상태라 봉합은 어려운 상태였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끝까지 책임을 지고 잘 처리 했어야 하는데, 유가족 동의 없이 적출물로 처리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한다”며 병원측의 과실은 인정했다.

그는 “하지만 A군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의료진들의 노고도 생각해 달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