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22범 20대 절도범, 19억 로또 당첨금 유흥·도박으로 모두 탕진
금은방·편의점 등 돌며 ‘ㅇㅇ형님이 와서 계산할거다’ 속여 금품 갈취
‘로또 1등 당첨은 인생 역전이라고?’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수억원의 로또 당첨금을 받고도 인생 역전은커녕 쇠고랑만 찬 20대 절도범의 인생 스토리가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는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써버린 것일까. 또 왜 쇠고랑을 찬 것일까.
로또 당첨자들은 의례 잘 살고 있을 것이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 그의 파란만장했던 ‘로또 인생사’를 뒤따라 가봤다.

지난 9월24일 늦은 밤, 경상남도 진주 시내에서 한 사내가 검문검색 중이던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그는 특수절도 혐의 등으로 수배를 받고 있던 A(28·무직·경남 마산시)씨였다.
그를 검거한 경찰들은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A씨는 벼락을 연달아 맞기보다 어렵다는 로또에 당첨된 행운아(?)였기 때문이다.
A씨는 곧 그를 쫓고 있던 경남 진해경찰서로 인계됐고 그는 창원중구유치장으로 옮겨졌다.
수배 도중 우연히 로또당첨
경남 진해경찰서(형사 2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중순에 사기혐의 등으로 1년 형량을 마치고 만기출소 한 상태였다. 하지만 출소 6개월여 만에 또다시 철창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A씨의 파란만장한 로또 인생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3세살부터 절도 등의 혐의로 7년여 동안 소년원에서 살다시피 한 전과 22범 A씨는 청년이 돼서도 손을 씻지 못하고 PC방, 편의점, 의류 상점 등에서 상습적으로 절도를 행해왔다.
그러던 지난 2005년 7월 우연히 구입한 로또복권이 1등에 당첨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에게도 인생 역전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당시 A씨의 당첨금은 19억원으로, 세금을 떼고 그가 받은 실수령액은 무려 13억9000만원이었다.
하지만 A씨는 로또에 당첨되기 석 달 전 경남 마산의 한 PC방에 들어가 종업원(19)을 마구 때리고 20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당첨이 되기 직전에 마산의 임대아파트에서 어렵게 생활했는데, 잠시 자수를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로또가 당첨되자 마음을 바꿔 자수를 미루고 거액의 당첨금을 쓰면서 도피 생활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흥청망청’ 초호화 도피극
어마어마한 ‘돈벼락’을 맞은 A씨는 도박과 유흥으로 돈을 흥청망청 쓰기 시작했다.
우선 1억3000여만원을 주고 최고급 승용차 BMW 530를 구입했다. 당시 그에겐 유흥업소에 다니는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와 함께 전국의 내노라는 고급 ‘호텔 투어’(?)를 다니기도 했다.
A씨는 또 친구들과 고급 유흥주점에 다니는가 하면 속칭 ‘포커’ 도박에 빠져 4억원을 날리기도 했다.
또 유흥주점 등지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수백만원씩 뿌리는가 하면, 함께 교도소 생활을 했던 친구들에게 수천만원씩을 나눠주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교도소에서 만났던 친구 서너 명에게도 한 사람에 1000만 원 이상씩을 줬고 경기, 서울 등지를 오가며 도박과 유흥비로 4억 원가량을 썼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당첨 초기 아버지에게 3억원을 들여 집을 구입해주고, 개인택시 면허와 차량 구입비로 2억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 그의 형에게도 1억5000만원짜리 성인 PC방을 사주기도 했다.
A씨도 1억2000만원을 들여 유흥주점을 차려 사업을 시도 했었지만, 모두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A씨는 결국 지난 2006년 3월 경찰에 검거됐다. 그의 오랜 초호화 도피극이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씨는 6000만원의 거액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강도 혐의를 공갈로 바꿔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고 그해 11월에 풀려났다. 그러나 이미 A씨는 당첨된 돈을 거의 탕진한 상태였다.
때문에 A씨는 또다시 절도를 결심하게 됐고, 그렇게 지난해 4월 대구지검에서 사기 혐의로 또 구속 기소됐다 올 4월 만기 출소했다.
남은 건 ‘은팔찌’ 뿐
로또 당첨으로 인생 역전을 맛봤던 A씨의 인생은 하루아침에 ‘쪽박’으로 변해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또다시 일확천금을 노리고 로또 구입에 열중하기도 했지만, 행운은 두 번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출소 후에도 예전의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대구, 김해, 양산, 통영 등 경남 일대를 돌아다니며 그의 오랜 소년원 동기 B(27·전과16범)씨와 함께 또는 혼자 절도행각을 벌이기 시작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금은방 등지에 손님으로 가장해 들어간 뒤 귀금속을 구입하는 척하다 주인이 한눈을 팔거나, ‘물건 대금을 나중에 누가 주러 올 것이다’라고 속이며 돈과 귀금속 등을 훔쳐 달아났다.
또 팔과 다리를 덮고 있는 문신과 182Cm가 넘는 건장한 몸으로 자신을 조폭으로 속이며 의류상점, 편의점 종업원들에게 ‘ㅇㅇ형님이 와서 계산할거다’라며 유명 조폭이름을 들먹이며 사기를 쳐 물건을 사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확인 결과 A씨는 조폭과 그 어떤 인맥도 없었다.
결국 A씨의 절도행각은 지난 6월 하순 공범 B씨가 먼저 경찰에 잡히면서 드러났고, A씨는 또다시 경찰에 쫓기는 수배범이 됐다.
그러다 A씨는 지난 9월24일 오후 진주 시내에서 불심검문 중이던 경찰에 걸려 쇠고랑을 차게 됐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그렇게 원하던 로또 1등에 당첨됐는데 이렇게 인생을 살 줄 몰랐다”며 “도박 때문에 돈도 날리고 생활비가 없어 물건을 훔치게 됐다”고 후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로또’ 스토리를 접한 경찰관계자는 “A씨를 만났을 때 정말 허탈했다”며 “A씨는 수배 와중에도 고급 승용차만 렌트해서 타고 다니고, 소형차는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14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2년여 만에 탕진한 20대 절도범 A씨의 사연을 접한 사람들은 ‘결국 쉽게 번 돈은 쉽게 사라지는 것 같다’며 허탈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