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공기업 취업 조작 덜미잡힌 사연
막가는 공기업 취업 조작 덜미잡힌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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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꼴등한 고위 공직자의 딸 1등 재낀 성공스토리의 비밀

공기업인 전력거래소가 고위 관료 딸을 채용하기 위해 전형기준을 자의적으로 바꾸고 대학별로 차등점수를 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관료의 딸 채용을 위해 채용 1순위마저 잘라냈을 정도. 결국 고위직 공직자의 자녀는 ‘신의 직장’에 발을 딛었지만 이같은 정황은 고스란히 감사원에게 적발되고 말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일반 기업이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공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위 공직자의 딸을 위한 공채 “자격도 요건도 모두 뜯어고쳐라”
인사팀장 인맥타고 낙하산, 인턴 중 업무 수행능력은 최악의 평가

공기업 비리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한국전력거래소(이하 전력거래소)의 취업비리는 단연 돋보인다. 재계 일각에선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무색하다”고 혹평할 정도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접하는 최근인 만큼 전력거래소의 황당한 비리에 세간의 따가운 눈초리가 모아지는 상황이다. 자격이 없는 신입사원을 채용시키기 위해 수차례나 채용기준을 뜯어 고치고, 이도 모자라 채용순위 1등까지 잘라내며 취업시킨 비리가 감사원에 적발 된 것이다.

아빠 덕에 신의 직장으로

지난 10월1일 감사원에 따르면 사건은 인사팀장 A씨와 교육과학기술부 고위공무원인 B씨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같은 대학교 동문으로 대학 재학 당시에는 서로를 알지 못했지만 1989년 한국전력공사에서 파견된 A씨는 다른 업무로 파견된 B씨와 같은 지역에서 우연히 만나 20년 가까운 친분을 쌓았다.

문제는 지난 2005년 B씨의 딸 C양의 취직 때에 A씨가 힘을 썼다는 점이다. 소위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인 전력거래소에 C양을 취업시키고자 했던 것.
A씨는 B씨에게 “학교를 국외에서 다녀서 영어 능력이 원어민 수준으로 탁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침 한국전력거래소 국제회의를 준비 중인데 잘 됐다”고 채용을 마음 먹었다고 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A씨는 2005년 5기 신입직원 공채에 C양을 합격시키고자 채용계획 및 공고를 임의로 변경했다.

당초 채용계획 및 채용공고에는 “일반 직원급 기술직은 전기·전자 분야 전공자로 제한하되 사무직의 경우에는 채용분야와 전공 등에는 제한이 없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A씨는 별도의 서류전형 기준을 기안하고 자신이 서류심사위원장을 참여해, 전형방법을 변경했다. 이는 사실상 전공이 맞지 않던 C씨를 채용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A씨는 C양의 대학전공인 신문방송학을 사무직 채용 분야에 추가했고, C양에게 전공점수 만점 40점을 부여해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난관은 또 있었다. C양이 서류전형 통과 이후 치룬 필기전형에서 꼴등에 가까운 70등을 한 것이다.

A씨는 또다시 신문방송학 등 4개 전공 이외의 응시자들을 모조리 탈락시켰다. 심지어 신문방송 전공자 가운데서도 1위를 비롯한 상위 응시자들까지 대거 탈락시켰다. 결국 필기전형에서 거의 꼴등했던 C양은 1등을 재치고 입사할 수 있었던 셈이다.
감사원에 다르면 전력거래소 측은 이에 대해 “하위 학교나 필요한 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자들이 채용될 가능성이 많아 학교·전공 위주로 서류전형을 했다”며 “성적 이외의 요소를 고려하여 필기전형 합격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적합한 인재,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도 C양의 업무평가에 이르러서는 무색해진다. C양은 신입직원 수습기간 평가에서 사무직 4명 중 중 최하위의 성적을 거뒀고, 기술직까지 포함한 전체 직원 중에서도 최하위권에 맴돌았다. 하지만 C양은 그런 최악의 평가 속에서도 2006년 8월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취업난 시대 특별한 신의 직장

결국 감사원에 이 같은 사연이 백일하에 드러나며 ‘딸 취업’에 목을 맸던 A씨와 B씨의 달콤한 자녀 성공기는 한낮 꿈으로 그치는 모양새다. 인사팀장 A씨는 감사원의 징계 요구에 따라 해임됐으며, 현재 검찰에 감사원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된 상황이다. 교과부 고위공무원 B씨는 올해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보직을 받지 못해 대기발령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파란만 남긴 C양의 취업기는 파탄만 남긴 셈이다.
오일환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1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물의를 일으킨 관계자를 해임조치 했으며, 관계 규정을 정비하겠다”라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취업난의 시대 이런 낙하산을 타고 등장한 인사가 세간에 눈에는 곱게 보일 리도 없다. C양이 이번 전력거래소 징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인사팀장 A씨는 해임조치 됐다”면서도 C양의 거취에 대해서는 “거기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재계는 이 같은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과 채용이 이해 가지 않는다는 투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인재를 뽑기에 혈안이 돼 있는데 어떻게 공기업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면서 “일반 기업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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