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된 보증관행…업계 속 타 / 묻지마 벤처지원만 열올리나
“만약 정부의 정책방향대로 혁신적 중소기업에만 대출보증을 해준다면 과연 영세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신보의 설립목적이 합당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 “대출보증기간 연장을 위해 신보를 방문했었지만 담당직원으로부터 담보를 설정하든지 아니면 아예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되겠다는 식으로 종용받았다”
당초 담보능력이 부족한 영세상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신용보증기금이 편향된 대출보증관행 등으로 원성을 사고 있다. 최근 정치권과 학계에서 부실경영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신보는 중장기적으로 보증지원 축소방침을 천명하는 등 중소제조업체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제조업체들은 외면한 채 묻지마 벤처지원에만 열을 올리다가 결국 기금운용의 부실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 또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현재 정부가 운용하는 5개 신용보증기금은 최근 4년간 대출보증을 해줬다가 최종 손실처리한 금액이 모두 17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정부가 이들 기금의 경영부실을 해소하기 위해 국고에서 지원한 자금만도 5조4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심지어 정부가 운용하는 신용보증기금은 기술력과 경영능력조차 검증되지 않은 벤처업계에게는 사실 눈 먼 돈이라는 소문이 나돌기까지 했었다.
이 같은 편향된 대출보증관행이 여전한 상황에서는 영세상공인과 중소기업에게 제대로 지원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향후 신용보증제도 개선과 함께 신보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거꾸로 가는 보증지원
최근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따라 신보는 최근 혁신적 중소기업 대출보증을 집중지원 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향후 정책자금에 의존한 한계산업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계산업으로 치부되는 일부 제조업분야도 국가경제에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오히려 무분별한 벤처투기 재연을 부추긴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담보가 부족해 외면당하고 신보로부터도 대출보증지원을 받기 힘들어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만약 정부의 정책방향대로 혁신적 중소기업에만 대출보증을 해준다면 과연 영세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신보의 설립목적이 합당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편향된 보증관행으로 인해 우량한 신용도를 보유한 중소기업 가운데도 대출보증 심사과정 최종단계에서 퇴짜를 맞거나 아예 대출보증 자체를 포기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기존 대출보증의 연장을 위해 신보를 찾았던 가구제조 A사는 거래업체와 소송관계 때문에 회사자산 일부에 가압류가 설정돼있어 대출보증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
사실 신보 약관상으로는 보증제한 대상이지만 금융기관 대출에 대한 연체나 신용도에는 별 이상이 없어 대출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심사과정 최종단계에서 퇴짜를 맞았다. A사 관계자는 “50억원대 공장 및 설비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당초 소액의 운영자금이 필요했었지만 이번 대출보증이 안 되는 바람에 난처한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심지어 “대출보증기간 연장을 위해 신보를 방문했었지만 담당직원으로부터 담보를 설정하든지 아니면 아예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되겠다는 식으로 종용받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소건설업체 B사는 기업신용인증을 위해 신보에 신용조사를 의뢰했다가 난처한 경우를 당했는데 금융기관 대출금중 일부가 대차대조표에 누락돼 정상 신용등급을 받지 못했다.
이 회사는 현재 우량등급인 A∼B등급을 받을 수 있는 신용도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부채비율이 낮아야 유리한 하도급거래 편의를 위해 상당부분 채무누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당사자인 B사는 신용조사 과정에서 일부 잘못이 있었음을 시인했었지만 기업신용인증에서 형편없는 평가등급으로 대기업의 하도급업체 선정과정에서 탈락하는 불이익을 당했다.
신보는 사소한 실수로 신용인증시 제 등급을 못 받는 경우가 많지만 소홀한 신용관리에 따른 책임은 회사와 업주에 돌아가는 만큼 그 정도 불이익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신보가 신용인증·대출보증지원에서 일방적이고 편향된 기준만 적용해 오히려 은행권보다 까다로운 대출요건을 제시하는 사례가 상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보에서 대출보증 연장을 거부당하고 최근 모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C사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신보는 신용도에 문제가 있다며 당시 추가담보 설정을 요구했었다. 이와 관련 C사 관계자는 수천만원의 소액 운영자금인데다가 사소한 법적 하자에도 불구, 기존 대출연체도 없는 상태라 신용도에 이상이 없는데 정말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고 말했다.
C사의 경우 신보에서 대출보증 연장을 거부한 액수보다 더 많은 자금을 시중은행에서 기업 신용대출 받을 수 있었는데 신보가 경직된 심사기준만 일관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 먹고 튀는데도 대출보증 연장
한편 신용보증기금은 최근 사업을 정리하고 해외로 이민간 사업주에 사후확인절차도 없이 보증대출을 연장해줘 수백억원대의 대규모 손실을 입었던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신보는 지난 2003년 4월 캐나다 이민신청을 밟고있던 컴퓨터 유통업자 김모씨에 대해 20억원대의 대출보증을 연장해주고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사후관리상 허점까지 드러냈다.
대출보증을 연장할 당시 주민등록증이나 주민등록등본을 확인하면 간단히 해외이주신고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기금은 사실확인조차 하지 않았으며 대출금은 회수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신보는 보증연장 신청단계에서 이민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고 서류조사와 신용조회과정에서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대출을 연장해줬을 뿐 별 문제는 없었다고 강변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외면적인 서류와 신용조사 일변도 대출관행이 신용보증제도상 허점을 낳았으며 빈발하는 금융사고는 결국 기금자산의 부실운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시중금융기관에서 대출이 어렵고 담보능력이 부족한 영세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돌아가야 할 대출보증을 사기꾼에 가로채여 공공기금 낭비와 부실경영만 초래한다는 여론도 높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신보가 편향되고 경직된 대출심사와 특정분야에만 대출보증을 집중하는 바람에 정작 정책자금이 필요한 중소업체에는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반증하듯 정부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5개 신용보증기금이 최근 4년간 대출보증을 해주고도 최종 손실처리한 규모는 모두 17조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돼 부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더욱이 정부가 이들 기금의 부실운용을 지원하기 위해 국고에서 투입한 자금의 경우 총 5조4900억원에 달해 벤처업계로 편향된 대출보증지원의 폐해가 이제야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신보 관계자는 “혁신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정책방향에 맞춰 기금이 운영되는 만큼 민원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보증심사에서 거부된 회사는 거의 한계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각에서 보증심사가 강화되고 지원규모도 줄었다고 하지만 연 보증규모는 당초보다 3조원 늘어 31조원에 이르며 심사 역시 기존보다 강화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신용보증제도 개혁시급
그러나 신용보증은 기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이 어려워서 담보능력이 떨어지고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이나 영세 사업주들이 금융기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사실 일반 금융권 대출보다 보증사고로 인해 손실에 대한 위험부담이 큰 만큼 정부가 기업에 대해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활용돼왔으며 업계도 낮은 금리의 특혜를 입어왔다.
문제는 신용보증이 편향되고 있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인데 벤처업체들만 지원하기 위해 보증지원을 강화하려면 당초 신보 설립취지마저 훼손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에 비해 보증규모가 GDP(국민총생산)의 6.7%를 차지해 너무 크다는 비판도 있지만 국내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는 현 상황에서 우리경제는 정책자금 지원수요도 크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신용보증규모에 대한 비판은 기업신용대출이 일반화된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고 담보대출관행이 굳어진 국내금융이 바뀌어야 납득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속출하는 보증사고로 인해 최근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현 시점에도 신보의 보증심사는 벤처업계에는 후하고 전통적인 산업분야에는 문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나마 보증심사가 우량기업에만 집중되고 정책자금이 절실한 업체들이 한계기업으로 치부되는 현실에서 형식적인 서면심사도 문제인데 중소기업 실태의 보다 깊은 이해가 절실하다. 한 국내 금융전문가는 “신보의 경우 전문심사인력 부족으로 중소기업 경영실태 현장확인이 불가능하고 보직순환에 따라 업무전문화가 취약한 만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당초 설립취지에 맞도록 영세상공인과 중소기업에게 대출보증지원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신용보증기관을 민영화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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