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DJ “다시 한 번 잘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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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DJ 화해 위해 민추협 뛰는 사연

▲ “우리 한때는 친했어”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화해’를 위한 민주화추진협의회 출신 측근들이 움직임이 시선을 모으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두 전 대통령에 대한 것이어서 이들의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이룰 경우 정치권에 적잖은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섣부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숙명의 라이벌인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그간의 앙금을 잊고 손을 맞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여 정치권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두 전 대통령은 서로간 쌓인 감정이 적지 않았다. 서로의 향한 말에도 가시가 돋았다. 그러나 최근 서로에 대한 배려가 “화해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희망 섞인 전망을 부르고 있다. 측근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출신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매달 한자리에 모이기로 한 것. YS로 상징되는 상도동계와 DJ로 상징되는 동교동계가 YS·DJ 두 전직 대통령의 화해를 위해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은 분열했던 한국 민주화 세력의 복원이자 영·호남으로 갈라진 지역감정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될 공산이 크다. 정가 물밑에서 두 전 대통령이 이제는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두 전직 대통령이 화해를 하고 ‘뜨거운 포옹’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84년 만들어져 정치권 내 민주화운동의 산실로 불렸던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은 1987년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이 결별하면서 쪼개졌다. 민추협을 구성하던 인사들도 양김분열 후 각각 YS의 상도동계와 DJ의 동교동계로 나뉘어져 좀처럼 화합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까지는 1년에 한두번 형식적인 전체 모임만을 가져왔을 뿐이다.

“YS·DJ, 두 분이 손잡고…”

그런 민추협 인사들이 지난 7월부터 매달 오찬 모임을 갖고 본격적인 화해모드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종국적인 목적은 말할 것도 없이 양김씨의 화해다. 지난 1일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부친상을 당했을 때 김대중(DJ)전 대통령이 위로 전화를 걸면서 ‘양김의 화해’에 힘이 실렸다.

이날 전화는 의례적인 인사말만 오가고 통화는 20초 정도로 끝났다. 김영삼(YS)전 대통령이 경황이 없었던 탓도 있겠지만 두 사람 관계가 여전히 냉랭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다.

그러나 DJ가 자신의 최측근인 박지원 의원을 보내 ‘성의’를 표한 데다 직접 전화까지 해 의례적이나마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또한 상도동계의 맏형 격인 김무성 의원이 “돌아가시기 전에 두 분이 화해하는 것이 지역감정을 푸는 지름길이다. 두 분이 손잡고 광주 망월동 묘역을 참배하는 것이 내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화해’를 바라는 측근들도 적지 않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티격태격한 지는 오래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독재자’등의 원색적인 발언으로 맹비난하며 DJ를 자극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두 사람은 힘을 합쳤다. 1983년 YS는 DJ에게 연합전선을 제의했고, 당시 미국에 있던 DJ는 이를 수용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민추협이다. 이들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대통령 직선제를 관철시키는 등 정치단체로서의 힘을 보여줬다.


쪼개진 민추협 출신 상도동계·동교동계 인사들 YS·DJ 화해 추진
‘해묵은 감정’은 잊고 자주 만나 본격적인 화해모드 조성 이룬다


그러나 1987년 YS와 DJ가 대선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독자 출마하면서 민추협은 사실상 해체되는 운명을 맞았고 이후 이들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면서 10여 명만이 남아 명을 이어오는 등 초라해졌다.

이런 분위를 반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인물이 김무성 의원이다. 매월 한차례씩 만나 민주화운동을 회고하면서 무의를 다지고 있다. 이들은 회동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양김의 화해’라고 밝히고 있다.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주축이었던 민추협 출신 인사들이 YS, DJ 두 전직 대통령의 화해를 위해 적극 나서게 된 계기는 2005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변화의 물고는 트이기 시작했다.

그해 8월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 증세로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DJ에게 YS가 전화를 한 것이었다. 이를 두고 상도동의 한 관계자는 “쾌유를 기원하며 안부를 묻는 짧은 통화였다”라고 말했다. 이 한통의 전화는 두 사람의 화해를 바라는 상도동계 인사들의 권유에서 비록된 것이었다.

하지만 건강을 회복한 DJ가 이후 호남 방문길에 나서고 YS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했으나 이명박 정권이 탄생하면서 상도동계를 중심으로 ‘YS와 DJ의 화해’가 다시 힘 있게 거론되고 있다.

미운 후배 때문에 단결?

이들은 ‘반노정서’에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9월 노 전 대통령의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에서 “호남의 단결로는 영원히 집권당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자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은 매우 격분했다.

실제 DJ 비서실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에도 ‘호남 사람들이 노무현 좋아서 투표했느냐’, ‘호남 민심이 더 나빠져야 한다’는 등 유독 호남 사람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을 많이 했다”며 “배은망덕한 말일 뿐 아니라 굉장히 불쾌하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을 망친 분은 노 전 대통령이다. 민주당의 정책 공약 지지 세력으로 당선했으면서 당을 분당시키고 자신이 받았던 지지표를 반 토막 내서 한나라당에다 정권을 바쳐 준 꼴 아니냐. 한나라당 공천이면 무조건 당선되는 영남 의원들에게 먼저 말씀을 해야지, 표 찍어준 호남 분들에게 그런 말씀을 하는 것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며 노 전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는 비판의 봇물을 퍼부었다. 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DJ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이에 대해 친노그룹은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바라는 평소의 생각을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YS·DJ 20초 짧은 위로전화의 큰 의미 “그동안 전화통화 안했는데…”
미운 후배 때문에 일치단결?…골 깊은 지역감정 YS·DJ 화해로 푼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전통 지지기반 층을 붙잡는 과정에서 DJ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신 불편한 기색은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민추협은 앞으로 매달 한 번씩 모임을 갖고 공감대를 넓혀가기로 했다. 이들은 벌써 세번째 모임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국정감사가 끝나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 네번째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모임엔 김명윤, 김형광 등 민추협 출신 전직 의원들을 주축으로 계파 구분없이 참석하고, 민추협 출신 한나라당 김무성, 안경률, 정병국 의원과 민주당 이석현 의원 등 여야 의원 13명이 돌아가며 모임을 주최하고 있다.

“우리 만남이 화해의 열쇠”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민추협 모임의 중요성은 YS와 DJ의 화해라고 강조한 것처럼 이들의 모임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둘 다 상대방이 먼저 손을 내밀기를 바랄 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등 두 사람의 경쟁의식이 워낙 강해 급진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변수들이 있다.

이에 대해 동교동의 한 관계자는 “상도동이 문제이지 우리는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상도동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의 상황이 맞아 떨어지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 “떨떠름하네” 이명박 대통령의 즉위식에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모임을 주도한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간의 오랜 감정을 묻고 형식 없는 만남을 강조했다. 그는 “그간 민추협이 1년에 한두번 행사하는 것을 제외하곤 사실상 유명무실 했다”면서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매달 모임을 만들었고, 이제는 상도동도 동교동도 없다는 차원에서 이제까지 맞춰오던 숫자상 균형 원칙도 없앴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또 “우리의 종국적인 목표는 양김씨 화해”라며 “우리끼리 우선 만나 분위기가 조성되면 두 분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가신 그룹부터 손잡으면 두 사람도 불편한 관계를 청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현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들의 만남이 늘어난 것에 대해 둘의 정치적 협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는 조심스런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이들이 과거 아픈 상처를 씻고 화합을 이루어 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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