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16억땅 매수자는 트럭기사...16억 땅 15억 대출받아 사들여
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논란에 휘말린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재산등록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전에 편법을 할 의도나 생각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편법 시비를 일으킨 데 대해 면구스럽다”고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이 부총재는 부동산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으로 일관했지만 부인인 진진숙 씨(61) 소유의 땅을 매입한 차 씨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중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15억원이나 담보 대출받을 수 있는 땅을 진 여사는 무슨 이유로 고작 16억원에 팔았냐는 점. 게다가 뚜렷한 수익이 없었던 차 씨가 금융기관에서 15억원을 담보대출 받을 수 있었던 이유 등 여러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 이헌재, "국민께 송구스럽다"
부동산 투기의혹에 휩싸인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3일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에서 “물의를 빚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부동산 투기 및 실거래가 은폐 의혹 등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재산등록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들이 불경기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문제가 불거져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부동산 거래와 관련 편법 사실에 대해 “편법을 할 의도나 생각이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편법 시비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면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책임은 저에게 있고 의혹이 남지 않게 처리했어야 했는데 아쉽게 생각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이 부총리는 전면 부인하는 모습이다.
58억원으로 신고한 경기도 광주 땅의 매각가격이 실제 1백억원이 넘었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한점의 차이도 없고 그대로 신고했다”고 부인했다.
그는 또 “거래 내역 등을 밝힐 필요가 있으면 밝히겠으나 현재 실사가 진행중이고 그 과정에서 다 따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밝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시에는 내가 다시 공직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며 “작년 2월부터 부총리 제의를 받았을 때도 오랫동안 받지 않겠다고 하다가 마지막에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79년 당시 처음 땅을 매입했을 때 그 일대는 오지였으며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적이 없었다”며 “그런데 최근 그 일대의 개발이 진행돼 땅의 형질이 변경되면서 계속 매수제의가 들어와 58억원에 팔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광주땅 매입자 모씨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고한 금액보다 높게 샀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그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매각 대금은 직접 금융기관에 구좌로 들어왔으며 그대로 신고했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 진 씨 땅, 트럭기사가 15억 빌려 매입
한편 이 부총리의 대국민 사과 이후 이 부총리의 부인인 진진숙(61)씨 소유의 경기도 광주 소재 전답 5천800평을 16억6000만원에 구입한 사람은 7천만원짜리 전세 아파트에 사는 30대의 덤프차 운전자인 차모 씨(38)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은 4일자 가판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으며 연합뉴스도 3일 저녁 차 씨와 인터뷰를 통해 경향신문의 보도 내용을 뒷받침했다.
이로 인해 앞서 과천정부청사 기자회견에서 이 부총리가 “국민께 송구스럽다”며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부동산 투기 논란이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에 대해 재경부 측은 "보도사실 중 트럭기사 차모씨와 이부총리 부인이 만났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부총리 측은 필요할 경우 법적 조치를 강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들 중 가운데 10년 동안 덤프트럭을 한대를 몰아 온 30대가 무려 16억원의 땅을 매입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땅을 담보로 15억원을 대출 받을 수 있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15억원이나 담보 대출받을 수 있는 땅을 진 여사는 무슨 이유로 고작 16억원에 팔았냐는 점이다.
지난해 2월19일 이 땅을 산 차씨가 금융기관에 제출한 감정평가서만 해도 이 땅의 가치를 26억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직으로 별다른 소득이 없는 차씨에게 거액의 대출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이 감정평가서 때문이었다.
감정평가보다도 10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할 정도로 진 여사가 땅을 팔아야 했던 원인이 이 부총리가 직무상 취득한 정보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제의 땅이 같은 해 5월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진 여사의 세금 부담이 가중될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의혹은 무려 15억원이나 되는 금액의 대출이 뚜렷한 소득이 밝혀지지 않은 차씨에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차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테크 차원에서 땅을 샀다”며 현재 하고 있는 트럭 배차의 수입과 10년 동안 트럭을 몰며 모아둔 돈으로 대출 이자를 갚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본점에 올라온 대출관련서류에는 소득증명원 등 대출금 상환능력을 입증할 근거자료가 첨부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과정에서도 모종의 압력이 있었을 것이란 의혹도 나온다. 특히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차씨가 은행대출을 신청할 때 진씨가 동행했었다는 보도를 해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차씨와 연합뉴스의 인터뷰 내용.
- 직업과 사는 집은,
“15t 덤프트럭 운전을 하다 지난해 여름 트럭을 처분하고 공사현장에서 트럭 배차일을 하고 있다. 동생명의의 전세 7000만원짜리 광주시내 아파트(31평)에 살고 있다.”
- (광주땅) 계약과정은.
“평소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다. 광주에서 줄곧 살아왔고 트럭을 몰며 광주시내를 돌아다니고 공사를 많이 해 어느 곳이 투자가치가 있는 지 잘 안다. 선.후배들을 통해 좋은 땅 있으면 연락을 해 달라고 했고 아는 부동산업소에서 지난해 2월 연락이 와 계약을 하게 됐다.”
- 땅 파는 사람이 이헌재 부총리의 부인이라는 것을 알았나.
“어떻게 알겠나. 부동산 사무실에서 처음 만났고 언론보도가 나올 때까지 부총리 부인인줄 몰랐다. 내가 알면 계약을 했겠나. 말도 많았을 텐데.”
- 대출과정은.
“지난해 2월 19일 성남의 한 금융기관 지점에서 진씨와 부동산업자, 지점장 등 4명이 함께 만났다. 관련서류가 모두 준비돼 있었고 그날 계약을 해 대출금도 받아 돈(땅값)을 치렀다.”
- 금융기관 기록으로는 3월 29일 본점에 대출신청이 들어와 4월 6일 대출금이 나간것으로 돼 있는데.
“부동산업자가 대부분 일을 처리했다. 2월 19일이 맞는 것같다.”
- 아직 땅을 안 팔았는데 수백만원의 이자는 어떻게 갚아나가고 있나.
“덤프트럭 배차일이 어느 정도 수입이 되고 10년 동안 트럭을 몰며 모아둔 돈도 좀 있다. 한달 연체된 것을 빼면 꼬박꼬박 이자를 내고 있다. 도저히 안되면 땅을 내놓으면 되고.”
- 다른 재산은 없나.
“별거 없다. 예전에 빌라가 있었는데 일이 있어서 동생명의로 바꿨다.”
그러나 이 부총리측은 현재까지 이런 의혹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차씨가 대출을 받는 자리에 이 부총리의 부인이 동행했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면서 “해당 언론사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이 부총리측의 대출압력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개입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재테크를 하고자 했다고 하는 차 씨는 진 씨로부터 매입한 땅 이외에 별다른 재산을 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국 차 씨는 명목상 매입자일 뿐 실제 땅 주인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10.29투기대책 발표되자 서둘러 매각?
또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26일, 재경부측은 "이부총리는 취임이후 부동산 매매를 한 적이 없다"는 공식해명 자료를 내놓았었다. 당시 재경부가 공개한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진씨는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의 임야 1만7천4평과 전답 5천8백평을 2003년 10월30일 58억원에 일괄적으로 파는 계약을 체결했다.[사진설명 : 이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그러나 등기부등본 확인결과, 해명과는 달리 이 부총리 부인 진 씨는 문제의 땅을 부총리 취임직후인 지난해 2월19일(산24의1)과 2월27일(산23의1) 각각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월19일과 3월31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부총리는 지난해 2월10일 부총리에 임명됐다.
이와 관련, 재경부는 "광주시 모든 임야와 전답은 부총리 취임 전인 2003년 10월30일 일괄적으로 매매계약이 이루어졌다"며 "소유권 등기이전이 취임이후 이루어진 것은 매매계약 이후 일부 매수자가 바뀌고 등기이전 시점에야 잔금을 모두 치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요컨대 판 시점은 2003년 10월이나 거래관행상 잔금을 받은 뒤 이전등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재경부 해명은 이 부총리가 취임후에는 부동산 매매를 한 적이 없으며, 이는 이 부총리의 부동산정책과 부동산 보유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경부가 공개한 매매계약서 일자와 등기부등본의 매매계약서 일자 사이에 무려 석달이나 차이가 난다는 점은 이런 주장의 설득력을 약하게 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2003년 정부가 강도높은 '10.29 부동산투기대책'을 발표하자, 이 부총리측이 20여년간 보유해온 부동산을 서둘러 팔기로 하고 살 사람을 찾는 데 석달이 소요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이 부총리, 부인 땅 특구로 지정 의혹
또한 이 부총리의 처남이 운영하는 전라북도의 '학원농장'이 소재한 일대를 이 부총리가 특구로 지정했다는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미디어다음의 2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0일 이 부총리는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제1회 지역특구위원회를 열고 6개의 지역특구 지정을 의결했다. 지역특구로 지정된 곳은 전북 순창, 전남 순천 등 6개 지역이며 여기에는 이 부총리 부인 명의의 임야와 밭 3만여평이 포함되는 전북 고창 경관농업특구도 포함됐다.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이 부총리는 부인 진 씨 명의로 고창군 공음면 내 선동리에 약 2만7천여평, 인근 용수리에 5천9백여평 등 모두 3만3천여평의 임야와 밭을 갖고 있다.
지역특구는 각종 정부규제를 완화해 지역별로 특화된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지역특구로 지정되면 토지, 환경 등과 관련한 각종 규제가 완화돼 개발이 쉬워지게 되며 지역구안 학교 설립 주체나 의료법인 운영 부대사업 등의 범위도 대폭 확대된다. 또한 경관농업지구 조성을 명분으로 농지 집단화와 청보리 및 복분자 등 경관농업을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농지의 위탁 경영 및 임대, 사용대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특구지정으로 땅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디어다음은 "전북 고창의 경관농업특구는 지역특구 제도가 도입된 뒤 처음 지정된 곳"이라면서 "이 제도를 도입한 뒤 첫 수혜대상이 바로 이 부총리 자신의 땅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다음은 "이 땅에는 현재 진씨의 동생(이 부총리의 처남)이 수년전부터 보리, 메밀 등을 지으며 학원농장을 운영하면서 매년 청보리 축제와 메밀꽃 축제를 열고 있다"면서 "경관농업특구는 바로 이 농장을 중심으로 한 20만평의 청보리밭 등 2백7만평의 땅을 청보리밭 경관지구로 지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사업에는 국비 23억원, 도비 20억원, 군비 42억원, 해당 지역 농가 30억원 등 모두 1백1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09년까지 특구로 조성된다. 사업비는 ▲경관농업지구 조성사업 ▲청정농산물 브랜드화사업 ▲관광안내시설물사업 ▲경관지구 축제활성화 사업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렇듯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이 부총리가 지난 1일 오전 3·1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오후에 국회의원들과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이기 했다.
재경부 한 관계자는 당시 "이 부총리가 지난 1일 국회 재경위 의원들과 골프를 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래전에 잡힌 약속이고, 업무상 회동이어서 빠질 수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기자들이 "이 부총리가 투기의혹이 불거진 이후 공식일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 부
총리는 나름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골프회동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한편 청와대측은 "장차관급에게 3·1절 초청장을 보내기는 하나 참석이 의무적인 것은 아니다"고 밝혀, 이 부총리의 3·1절 참석여부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 한국호의 선장인 이 부총리가 과연 여론의 질타속에서 성공적으로 항해를 마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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