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보면 이런 글귀가 있어요. ‘노아는 포도원을 가꾸는 첫 농군이 되었는데, 하루는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벌거벗은 채로 천막 안에 누워 있었다(창9:20~21)’ 즉 노아가 와인을 마시고 취해서 벌거벗고 잠이 들어버린 거예요. 이걸 본 노아의 아들이 민망해서 가려야 할 곳에 옷을 덮어주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렇게 까마득한 옛날부터 와인과 인류의 유대가 존재했다는 얘기죠. 와인의 기록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전 1700년경의 함무라비 법전으로, 당시 문명발상지인 바빌로니아 일대를 지배하고 있던 함무라비대왕이 정한 거랍니다. 거기에는 와인의 매매 등에 대해 여러 가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2.
“아와모리는 시마즈 가에서 도쿠가와 막부에 공납품으로 헌상하던 최고급주였어. 저 멀리 남국에서 주문해 들여온 귀중한 술이라, 지배계급 아닌 사람들은 맛도 못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렇게 귀한 술이었단 말인가요? 한잔 더 주세요.”
“왠지 장군이 된 것 같은 기분이네요.”
#3.
“실례지만 술이라기보다 약으로 보이는데요.”
“처음 보니 약으로 보이는 게요. 게다가 본래 역사적으로 봐도 술과 약은 관련이 깊어요.”
“어떤 관련인데요?”
“리큐르 같은 건 술이라기보다 몸에 좋다고 해서 약으로 마셨소. 여러 종류의 약초를 넣은 그 리큐르가 좋은 견본이 아니겠소.”
“과연… 생명의 물이란 말도 있으니까요.”
위스키, 브랜디, 보드카, 코냑에서부터 소주, 맥주, 와인까지 술에 관한 새로운 상식과 교양까지…. ‘스트레이트 온더락’에는 각 술마다 다른 제조방법, 유명상품들의 종류와 라벨에 담긴 이야기, 나에게 맞는 주류 선택법, 맛있게 마시는 법과 보관요령 등 세상 온갖 술 지식이 담겨있다. ‘술의 백과사전’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스트레이트 온더락’은 술처럼 술술 읽히고 그 내용에 쉽사리 취할 수 있다. 술집 ‘레몬하트’를 배경으로 친절하고 성실하면서 술에 관해 해박한 전문가인 Bar 마스터, 역시 대가이면서 ‘레몬하트’의 단골고객인 정체불명의 안경 씨, 술도 연애도 생초보이면서 늘 마스터와 어울리는 노총각 마쓰다 등 애주가들이 풀어놓는 달콤한 술과 멋진 인생, 그리고 따뜻한 웃음과 진한 감동이 가득한 수다를 옴니버스 만화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소개되는 술의 종류도 위스키, 버번, 리큐르, 스피리츠 등 일반적인 양주에 머무르지 않고 와인, 소주, 맥주, 일본술, 중국술 등 다방면의 각종 술들을 다루고 있으며, 각 에피소드마다 인종이나 가족, 역사와 사회적인 주제 등 다채로운 소재를 위트 있게 그려내 이해를 돕는다.
‘스트레이트 온더락’은 일본 후타바샤의 만화잡지 <별책 액션>에서 현재까지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5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1권 ‘환상의 명주’ 편에서는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들이 시작한 맥주제조법, 브랜디와 와인의 공통 재료인 포도 이야기, 데이트할 때 여성을 사로잡기 위한 와인 상식, 스트레이트로 가슴 깊이 화끈하게 올라오는 남자의 맛 위스키 등 술의 기원과 역사 및 종류, 바(Bar) 선택 및 즐기는 방법, 술에 맞는 술잔 고르기 등 상세한 술 관련 팁이 수록돼 있다.
2권 ‘조니 블랙을 마셔라’에서는 ‘돈 있을 땐 좋은 술을 마셔라’라고 외치는 조니 블랙 사나이와 먼 미래 출가할 딸을 위해 20년간 술을 묻어두는 아버지를 만날 수 있으며 건배로 시작해서 건배로 끝나는 중국의 주도(酒道)와 중국술 마시기도 배워볼 수 있다.
3권 ‘술마시기 승부’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독한 술을 마시는 비법을, 4권 ‘생명의 물’에서는 개성에 맞게 취향 따라 술 고르는 법과 세상에서 제일 싼 술과 비싼 술의 정의, 알면 알수록 점점 더 빠져드는 술 마시는 즐거움을 확인할 수 있다.
5권 ‘금단의 비법’에는 빅토리아 여왕이 즐겨 마시던 명품 스카치위스키, 말이 어눌하던 사람도 달변가가 되는 술 아드보카트, 데낄라에 담긴 멕시코 사람들의 끝없는 명랑함과 여유로움의 비밀 등 술 관련 에피소드와 함께 ‘로맨틱한 유혹’ 칵테일 관련 팁이 수록돼 있다.
스트레이트 온더락 / 후루야 미쓰토시 저 / 김영사 / 85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