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한 후 끝없는 음악적 시도와 영향력으로 ‘문화 대통령’이라 불리는 서태지가 최근 한국 가수로서는 최초로 오케스트라 협연을 시도했다.
록과 클래식 같이 노래하다
지난 10월24일, 9월27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지 밴드와 클래식계의 거장 톨가 카쉬프,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연 실황이 방송을 탔다. 록과 클래식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던 크로스오버 공연 ‘2008 더 그레이트 서태지 심포니 톨가 카쉬프&로열 필하모닉’의 생생한 현장감뿐 아니라 적절한 해설과 선명한 음질이 공연의 맛을 더했다.
방송은 임진모 음악평론가와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천재 지휘자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 장근석의 오프닝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대화를 통해 100여 분간 이어질 ‘서태지 심포니’의 관람 포인트와 뮤지션 서태지에 대해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한달여 시간 건너 안방 찾은 웅장한 연주 ‘2008 더 그레이트 서태지 심포니’
서태지·톨가 카쉬프·로열 필하모닉 그리고 관객이 함께한 록과 클래식의 만남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파격적 스탠딩으로 느끼는 클래식의 장중함과 록의 열기, 록과 클래식이 어떻게 어울림을 빚어냈나, 서태지의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그의 음악을 다시 느껴볼 수 있는 기회, 서태지의 히트곡을 록과 클래식의 향연으로 들어본다는 것을 ‘서태지 심포니’의 관람 포인트로 잡았으며 장근석은 서태지의 4집 타이틀곡이었던 ‘컴백홈(Come Back Home)’에 대한 특별한 사연 말하며 ‘서태지 심포니’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로 공연 실황 중계가 시작됐다. 로열 필하모닉, BBC 심포니,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겸 ‘퀸 심포니’(2002)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클래식의 거장 톨가 카쉬프(Tolga Kashif)의 지휘로 ‘프롤로그(Prologue)’가 연주되며 공연은 장엄하게 막을 열었다.

지난 7월 발표한 최신 싱글 수록곡인 ‘모아이(Moai)’와 ‘틱탁(T'ik T'ak)’을 비롯해 ‘인터넷 전쟁’ ‘죽음의 늪’ ‘헤피엔드(Heffy End)’ ‘시대유감’ ‘영원’ ‘교실 이데아’ ‘컴백홈(Come Back Home)’ ‘난 알아요’ 등 강렬한 록 사운드를 자랑하는 그의 대표곡들은 관현악 연주에 맞춰 새롭게 편곡 돼 오케스트라의 웅장함과 만났다.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된 록과 클래식의 접목은 새롭게 탄생한 곡과 U2, 엘튼 존, 데이비드 보위 등과 협연을 가진바 있는 톨가 카쉬프의 노련한 지휘, 영국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로열 필하모닉 콘서트 오케스트라 연주자로 구성한 65인조 ‘서태지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훌륭한 연주, ‘교실 이데아’부터 특별 출연한 마스타 우의 랩, ‘T'ik T'ak’부터 폭발하는 코러스를 선사한 혼성 60인조 ‘파주시립합창단’, 서태지 밴드, 그리고 주인공인 서태지와 공연장을 찾은 3만여 명의 관중의 열기로 완성됐다.
방송이라 특별했던 ‘공연’
이번 방송에서 보인 공연 장면은 가히 압권이었다. 한국 록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만남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단독 공연이라는 상징성과 국내 대중 가수와 해외 클래식 거장이 대형 야외무대에서 함께한 첫 공연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웅장한 연주와 화려한 무대로 진행된 것.
이러한 공연 장면을 중계차 8대, 수십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동원돼 잡아냈으며 화면 중간 중간 클로즈업 되는 관중들의 표정과 환호는 방송을 보는 이들에게 공감대를 형성, 현장에서 느낀 공연의 열기를 전달했다.
특히 ‘서태지 심포니’ 방송은 방송 전반에 걸친 적절한 진행과 자막방송이 눈길을 끌었다. 각각의 곡마다 가사를 자막 처리해 서태지의 팬이 아닌 일반 시청자들의 이해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매 곡마다 서태지의 원곡과 클래식 편곡에 대한 해석과 곡에서 두드러지는 클래식 악기, 곡의 감상 포인트를 자막으로 설명했다.

공연 당시 조금은 아쉬웠던 사운드 효과도 한달간의 보완을 걸쳐 훨씬 선명한 음질로 되살아났다.
그러나 방송시간의 제약 상 곡 중간 중간 서태지의 멘트가 모두 편집됐으며 현장에서 가장 큰 호응을 받은 ‘F.M 비즈니스(F.M Business)’가 방송 부적합으로 분류, 방영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방송 마지막에는 방송일 오전 음원이 공개된 8집 앨범 미수록 싱글곡 ‘버뮤다 트라이앵글(Bermuda Triangle)’의 뮤직비디오가 전파를 탔다. 서태지의 런던 리허설 장면과 공연에 앞서 가진 경기장에서의 연습 장면 또한 공개돼 방송에서만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멋진 공연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재방영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또한 서태지 컴퍼니에는 DVD 출시를 요구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전문가들도 이번 공연을 ‘공연 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실험적 공연’이라는 평가했다. 박준흠 대중음악평론가는 ‘서태지 심포니’에 대해 “신선했다”며 “서태지만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작업의 정형을 보인 공연”라고 평 했으며.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록 뮤지션의 꿈이라 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협연을 꽤 근사하게 실현해 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내년 5월까지 “함께해요”
방송일 오전 전격 공개된 ‘버뮤다 트라이앵글’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도 각종 음악포털 사이트와 싸이월드 BGM 차트, Mnet 실시간 급상승 차트 1위로 각종 포털을 점령하는 등 Em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서태지컴퍼니 관계자는 “서태지는 21세기 대중문화의 핫 아이템으로 8집 활동 기간 중 대중 가수로써는 가장 중요한 방송 출연보다 양질의 문화콘텐츠를 생산해 내고자 노력하는 시간을 더 가져왔다”며 “이를 위한 아낌없는 투자로 요란하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의미 있는 몇 번의 행보에 올 가을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새롭게 자리매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십대 카메라 동시촬영으로 생생하게, 보완된 사운드 효과로 선명하게
잊을 수 없는 ‘심포니’의 감동…방송 후 재방영, DVD 출시 요구 잇따라
8집 첫 싱글 ‘아토모 파트 모아이’와 디지털 싱글 ‘버뮤다’를 잇따라 선보인 서태지는 연말 두 번째 싱글 발매 후 대규모 전국투어 콘서트에 돌입한다. 투어가 마무리되는 내년 초 8집 활동의 정수를 담은 정규앨범을 발매, 내년 5월까지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서태지컴퍼니 관계자는 “서태지의 두번째 싱글은 오는 11월과 12월 사이 발매될 예정이며 음악적 콘셉트는 첫번째 싱글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네이처 파운드’란 장르 범주 안에서 새로운 변화가 담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믹싱 등 일반적인 곡 작업은 이미 마친 상태”라며 “서태지는 곡 후반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음반 진행 상황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