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이 손을 맞잡았다. 최근 강기갑 민노당 대표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등에 대한 검찰의 ‘기획수사’가 도를 넘었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야 3당은 대표회동을 갖고 검찰 등 권력기관을 동원한 ‘야당말살’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경제 정책 등 국정운영에 대한 부분에서도 여당의 독주를 막겠다는 ‘연합전선 구축’에 들어갔다.
검찰 사정 칼바람에 ‘벌벌’ 떨던 추위는 그만…연합전선 방어막
‘야당 말살’에 경제 정책 문제서도 손잡은 野, 노림수는 제 각각
소수야당들이 뭉치고 있다. 검찰의 사정수사와 관련한 위기감과 거대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작다고 무시하면 합쳐서 대응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민노당 강기갑 대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대표회동을 갖고 “10년 권력에 굶주린 정치검찰에 의한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이자 구시대 보복정치의 부활이라고 인식을 같이했다”며 검찰의 사정정국에 대한 공동대응을 합의, ‘야당탄압 반대 연합전선’ 구축에 나섰다.
이번 연합전선의 구축에는 기업인 2명으로부터 4억7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 대표와 문 대표의 ‘동질감’이 바탕이 됐다.
정세균 대표는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손을 내밀더니 한편으론 뒤통수를 치고 있다”며 “우리 의원들을 모두 다 뒤지고,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음해하고, 여당 특정인을 위해 야당 당선자들을 선거법으로 옭아매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와 문 대표도 표적수사를 당하고 있고 우리 당에서도 표적사정을 받는 정치인이 여럿 있다”며 “야당을 탄압하고 말살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렇게 표적사정하고 편파수사를 할 수 있느냐”고 소리 높였다.
회동 직후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강기갑 대표 날아가고 이방호 출마하고, 문국현 대표 날아가고 이재오 출마하고, 김민석 최고위원 유죄 받고 홍준표 의원 무죄 받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이방호 전 사무총장의 지역구였던 경남 사천에서, 문 대표는 이재오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은평을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표적수사’ 논란을 받고 있으며 김민석 최고위원은 김귀환 서울시의장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홍준표 원내대표를 고발 해 검찰의 ‘표적수사’ 대상이 됐다는 게 민주당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여 3당의 공동대응, 특히 민주당의 강경 대응 방침에 따라 김민석 최고위원은 예정되어있던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은 대신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불출석 결정을 수용키로 했다”며 “야권에 대한 총체적이고 편파적인 기획사정, 그리고 불구속 수사원칙을 위배하고 무리하게 진행되는 검찰의 구속영장청구 남발에 쐐기를 박고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등포 당사에서 농성에 돌입하고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적극 비판했다.
민주당은 당내에 이미경, 송영길 의원을 공동 위원장으로 하는 투쟁본부를 설치키로 했으며 검찰이 김 최고위원에 대한 강제 구인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의원과 당직자들로 구성된 사수대를 편성했다.
진짜 속내는 따로?
이번 ‘연합전선’의 구축에 대해 정치권은 “각 당이 바라는 속내는 따로 있다”고 보고 있다. 유독 검찰의 ‘표적사정’에 초점을 맞춘 민주당과 정부와 여당의 정책을 저지하는 데 시선을 두고 있는 민노당과 창조한국당의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각 당마다 주판알을 굴리는 소리가 다르다”며 “민주당이 자칫 비리를 옹호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까지 감수하고 강경 행보를 걷는 것은 ‘최근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과 관련 기업들에 대한 수사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당 내 지도부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을 외부에서의 갈등구조를 통해 풀려 하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소수야당’인 민노당과 창조한국당의 승부처를 ‘정책’이라고 못박고 “민노당은 국감을 통해 ‘정책정당’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으나 쌀직불금 국정조사에서 배제되면서 원외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 한계를 절실히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야당 공조는 발언력을 찾으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실제 강 대표는 “이렇게 위기 국면인데 개별 정당의 선거법 문제에 대해 야당들이 목소리를 높여 공조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죄송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며 표적사정 논란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처를 하고 사법부 판단에 기대해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정책에 대한 부분에서는 “야당끼리 입장은 다르지만 반서민경제정책과 투기를 부추기는 정부여당의 행보에 대해 야당의 입장을 하나로 만들어 국민을 대변하는 야당이 돼 손을 맞잡고 단단히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문 대표도 “투기를 조장하는 경제보다는 사람에 투자하고 가치에 투자하는 쪽으로 가도록 야당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경제 정책에 비중을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