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총알 된 ‘주가하락’
죽음의 총알 된 ‘주가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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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자살’소식으로 흉흉한 증권가

‘증권맨’부터 ‘개미투자자’까지 주식투자에 손실 생기자 비관 자살
‘방아쇠 효과’ 정신적으로 힘들 때, 어떤 사건 발생해 ‘자살’ 결심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이 바닥을 치고 있다. ‘반토막’ 나버린 주식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주식투자 실패를 비관한 자살까지 증권가에 잇따르고 있다.

증권사의 영업직원에서부터 보험사 지점장, 대기업 회사원, 병원 원장까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자살 사건에 증권가는 그 어느때보다 뒤숭숭한 모습이다.

소이 말하는 ‘증권맨’에서부터 ‘개미투자자’까지 무엇이 이들을 죽음을 결심할 만큼 힘들게 했는지 짚어봤다.

▲ ‘방아쇠 효과’는 개인이 정신적으로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있는 힘이 약해졌을 때, 어떤 사건 등이 터지면서 이런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지난 11월7일 종합주가지수는 1134.99p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올초 2000p까지 고공행진을 달리던 주가지수가 말그대로 ‘반토막’이 나버린 것이다.

주식시장은 그 나라의 경제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주가하락에 따라 많은 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주식실패 비관 자살 늘어

그래서 일까. 최근에 증권가를 둘러싼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주가하락에 따른 투자 실패로 인해 신변을 비관한 자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증권가를 흉흉하게 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부산 해운대구 모 외과병원 원장 A(68)씨가 5억원이 넘는 돈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자, 이를 비관해 자신의 병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사망하던 당일 사무실 컴퓨터로 주신관련 사이트를 보던 중 심적 고통을 견지도 못하고 죽음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가족들도 최근 A씨가 주식투자에서 큰 손실을 보자 이를 비관해 왔던 것으로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에 앞선 지난 10월31일에는 “주식선물거래를 통해 큰 피해를 봤다. 투자를 권유해 친구들에게도 큰 손해를 끼쳐 미안하다”며 30대 대기업 회사원 B(38)씨가 서울 동작대교 남단에서 투신해 숨지고 말았다.

또 지난 25일에는 종신보험과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 받은 3억7000만원으로 주식에 투자했다가 원금의 60~70% 가량을 손해 본 광주광역시의 40대 남성이 세상을 등지기도 했다.

주식투자 실패 비관 자살은 비단 개미투자자들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10월22일에는 미래에셋생명 금융프라자 연신내점 지점장 C(42)씨가 고객돈 300억원을 주가연계상품 등에 투자했다가 주가가 폭락하자 이를 비관해 목숨을 끊기도 했다.

또 앞서 10월10일에는 교보증권 모 지점 주임 D씨가 주가 폭락에 따른 금전 손실 문제로 고객들에게 시달리다가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인근 한 모텔에서 목을 매 자살하기도 했다.

또 증권가를 둘러싼 자살소식은 최근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에서도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가하락이 ‘방아쇠 효과’ 가져와

이들의 공통점을 고르자면, 30대 C씨를 빼고는 거의가 중년의 직장인 남성이었다는 것이다. 또 모두가 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최근 주가하락에 따라 큰 손실을 봤다.

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는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지만, 이같은 직장인들의 연이은 자살은 어려운 경제상황도 한몫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경제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주가까지 하락하자 가정의 경제상황 등을 책임져야 하는 이들 남성들은 극심한 심적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래도 ‘주가하락’이라는 것이 이들에게 ‘방아쇠 효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방아쇠 효과’는 개인이 정신적으로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있는 힘이 약해졌을 때, 어떤 사건 등이 터지면서 이런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즉, 이들에게 ‘주가하락’이라는 것이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총알’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런 가장 남성들의 자살은 지난 1998년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로 경제상황이 악화됐을 당시에도 문제가 됐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증권사 영업사원의 죽음과 보험사 지점장의 죽음은 비단 영업 손실에 따른 심적 압박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증권산업노조 교보지부는 D씨의 죽음에 “증권영업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매매 스트레스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목숨을 걸고 외줄타기를 하는, 어쩌면 증권영업인만이 간직해야 할 고난의 십자가요 업보 일 수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영업환경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또 일부 증권관계자들은 “증권사들이 다양한 사업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영업직원 및 본사 사업부서 직원들까지 업무가 크게 늘어 나 과도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도 자살의 원인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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