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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이재오 혈투 폭풍전야

▲ “11월은 새로운 계절” 박근혜 전 대표가 미니홈피에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며 심경의 변화를 적은데 이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표의 변화에서 ‘정국 주도권’을 향한 강한 의지를 읽어내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친이계 핵심 이재오 전 최고위원간 샅바싸움이 벌써부터 시작된 모습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연이어 이명박 정부 비판 발언을 쏟아놓고 있고,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미국에 체류하고 있으면서도 최근 들어 측근정치를 통해 친이계 결속 다지기에 나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벌어지는 두 사람간 미묘한 신경전에 정국은 들썩거리고 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귀국하고 난 이후, 박 전 대표와의 혈투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에 당내 최대 계파를 이끌고 있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귀국하기에 앞서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정치적 움직임을 보일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을 실패한 보수 정권으로 바라보고 있는 박 전 대표로서는 최대한 친이계와 거리두기를 하게 될 것이며, 그러면서 적당한 차별화를 통해 ‘대안 보수’ 이미지를 굳혀 차기 대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나라당 내 친이계 핵심들이 거듭 이재오 전 최고위원 복귀를 강하게 종용하자 당내 친박측의 신경도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 박근혜 전 대표의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고, 그의 지나치는 한 마디에도 정치권은 예사롭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꿈틀대는 박근혜, 11월의 의미는?

박근혜 전 대표는 앞서 당 지도부가 10·29재보선 지원유세를 요청한 데 대해 거절 의사를 드러내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바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朴心이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까지 내놓기도 했었다.
그런 박 전 대표가 지난달 26일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에 글을 남겨, 또 한 번 뉘앙스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朴心이 움직이고 있다’는 일각의 관측에 확실히 탄력을 붙여준 것. 박 전 대표는 미니홈페이지에 남긴 글 서두에서 “가뭄으로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셨는데 다행히도 단비가 내려주었다. 이제 며칠 뒤면 11월이 되어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며 강한 시사점을 뒀다.
‘새로운 계절’, ‘준비’, ‘시작’ 등의 표현은 대게 비유적으로 사용하는 ‘신호탄’ 성격의 단어들로서, 박 전 대표가 사용한 이 같은 표현들이 단순한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에, 박 전 대표가 11월 어떤 형태로든 변화와 움직임을 보이지 않겠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일단은, 분열이라는 부담을 피해 자신의 목소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정국 주도권을 휘어잡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이 외에도 박 전 대표는 10·26, 박정희 전 대통령 29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던 의원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도 최근 경제 위기와 관련해 “경제를 살릴 딱 한 가지 묘약은 바로 신뢰”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경제는 첫째도 신뢰, 둘째도 신뢰인데 걱정”이라며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안 되는데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것 역시 신뢰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침묵하던 박근혜 “현실적 대안도 없이 규제완화부터…선후가 바뀌었다”
경제·부동산·수도권규제완화 등 MB 추진 정책 정면비판으로 돌연 ‘돌변’


특히 박 전 대표는 대통령 시절연설 이후 최근 경제위기와 관련된 가장 민감한 현안인 강만수 경제장관 등 경제팀 교체에 대해 “대통령이 인사권자이시니까 대통령이 알아서 판단하실 문제”라고 사실상 교체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또한 “요즘 아파트 등 부동산이 미분양 사태가 많고, 집값도 떨어져서 걱정”이라고 우려를 더하기도 했다. 사실상 경제·부동산 등 정부정책 전반에 걸쳐 비판을 쏟아낸 것. 대선과 총선을 치르고 난 후, 현안에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쏟아내는 비판 발언 MB와 각 쌓기

박 전 대표는 지난 3일 최근 정치권 핵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과 관련해 “현실적 대안도 없이 규제완화부터 전면적으로 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이라며 작심한 듯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며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한 투자환경 개선 등 현실적 대안을 먼저 내놓고 수도권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고 거듭 정부 정책에 전면 반기를 들었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을 두고, 친이 핵심인 이재오 전 의원이 귀국하기 전 박근혜 전 대표가 확실한 자기 진영 구축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재오 전 의원의 내년 1월 귀국설과 관련해서는 “나랑 관련된 일이 아니다”며 짧게 답하며 관심 두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명박 정부와 거리두기는 박근혜 전 대표만을 통해 보여 지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내 지도부 중 유일한 친박계인 허태열 최고위원도 쌀 직불금 국정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와 관련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혀 관심을 모았던 바 있다. 홍준표 등 당내 친이 주류와 정면 배치되는 입장이어서 여기에 ‘朴心의 영향이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허 최고위원은 이 외에 유인촌 장관의 욕설 파문과 관련해서도 “무슨 말을 하든 잘못된 것이다. 변명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며 “대단히, 대단히 부적절한 언동이었다고 본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들과 맞물리면서 허 최고위원의 발언들까지 다양한 의미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오 조기 복귀, 기정사실화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관련해서는 조기에 복귀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여권 내에서 기정사실화 되어가는 분위기다. 설이긴 하지만, 벌써 내년 1월14일 비행기 티켓을 끊어놓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을 정도다. 여권 지도부까지 나서서 지난 총선 공천 이후, 공천 파동의 책임을 지고 여의도 정치를 떠나 미국 유학길에 오른 이 전 의원의 복귀를 원하고 있는 것은 ‘할 일은 많고, 능력은 없는’ 여당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복귀를 원하는 친이계는 이 전 의원이 돌아와 ‘구심점’ 역할을 해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먼저 이 전 의원에게 공식적으로 ‘SOS’를 친 사람은 홍준표 원내대표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전 최고위원이) 돌아올 필요가 있다”며 “여권 내 지리멸렬한 분위기도 있고 하니까 이재오 선배가 돌아와서 여권의 한 축이 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귀국을 적극 종용했다.
홍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이 전 최고위원이)정계 은퇴를 한 것도 아니고 지금도 여전히 지구당 위원장이다”며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까 돌아와서 당직으로 활동할 수도 있고 정무직으로 할 수도 있고 때가 되면 재보선에 다시 도전해서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의 ‘재보선’ 발언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며 정치권 논란의 핵이 되기도 했던 바 있다.
홍 원내대표에 이어, 공성진 최고위원도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을 거듭 종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 최고위원은 최근 당사에서 가진 기자단담회를 통해 “(이 전 최고위원은)이 정권의 주역 중 한 사람으로서 정권 성패에 운명을 같이할 사람”이라며 “개각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입각설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측근정치 펴는 이재오, 컴백 무대 만들기에 분주한 친이계 ‘복귀 초읽기’
리모컨 든 이재오 “위기일수록 움츠리지 말고 과감한 개혁으로 돌파해야”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공 최고위원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 귀국설이 급부상하던 지난달 25일, 친이재오계를 소집해 여의도 한 식당에서 비밀회동을 가졌던 바 있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금융위기 국면에서 이명박 정부가 위기에 봉착돼 있는 데 어떤 식으로 풀어야하느냐.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 모임에서는 현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에 많은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사실상 이 전 최고위원 복귀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MB 중심으로 똘똘 뭉쳐 위기 돌파하라”

▲ “친이계=친이재오계” 이재오 전 의원의 측근들이 친박계와 충돌하며 ‘혈투’를 암시하고 있다. ‘복귀론’이 돌고 있는 이 전 의원이 돌아올 경우 이러한 충돌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최측근 중 최측근인 진수희 의원은 최근 미국에서 그를 만나고 돌아오기도 했다. 진수희 의원에 따르면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국내 상황과 관련해 “위기일수록 움츠리지 말고 과감한 개혁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각종 추진 정책들에 대해 힘을 실어준 것으로, 박 전 대표와는 정면 배치되는 입장이다.
진수희 의원은 “국내 경제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 중심으로 똘똘 뭉쳐 위기를 돌파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이 전 최고위원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진 의원은 ‘과감한 개혁은 누구를 향해 언급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대통령을 만들었던 우리 모두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답하며 시사점을 두기도 했다.
또, 이 전 최고위원은 진수희 의원에게 ‘그 직위에 있지 않거든 그 자리의 정사를 논하지 말라’는 뜻의 ‘부재위기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謨其政)’이라는 성어와 ‘권력은 멀리하되 일은 가까이 하라’는 메모를 적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정치권에서 자신의 귀국 이후 역할론에 대해 떠들썩한 것과는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이명박 정부의 추진 정책에는 적극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편 진수희 의원은 “재보선 출마설 등 국내 정치상황에 대해서도 전달했지만 이 전 최고위원은 별로 언급을 안 하고 재보선 생각도 별로 염두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덧붙여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전 의원 귀국 시기와 관련해서 “당분간 귀국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도 대변하면서 “연말에는 어려울 것이며 1월에도 여행계획이 있는 것 같던데 5월말까지는 오지 않겠느냐”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의 정치권 복귀 방법은 연말 개각과 또한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문국현 대표의 형 확정 여부에 따라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출마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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