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29 재보궐 선거 참패 후 민주당 내 위기감이 심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계속된다면 2010년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지방선거에서 뛸 인재를 영입·육성하고 당 내 경쟁과 지원으로 스타급 정치인을 키워 2012년 대선에 뛰어들겠다는 ‘뉴 민주당 플랜’을 세우는 등 준비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잃어버린 ‘신뢰’마저 제대로 얻어 내지 못하게 되면서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과 지지율 정체의 ‘타격’이 당을 흔들고 있는 것. 이 와중에 당 일각에서는 속속 2010년 지방선거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선·총선 패배로 길 잃고 ‘차려준 밥상도 못 먹는’ 민주당의 새 길 찾기
‘대권행 직행티켓’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선거 후보들 벌써부터 시끌시끌
민주당이 대선·총선 패배에 이어 지난 10·29 재보궐 선거에서도 참패한 후 지지율 정체를 뚫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서 자천타천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거론되는 등 2010년 지방선거가 조기 가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 살 길 못 뚫으면 나라도…
인천시장에는 최용규 전 의원, 전남지사에 주승용 의원, 전북지사에 강봉균 의원, 충북지사에 이시종, 노영민, 오제세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 중에서도 ‘치적’을 쌓을 수 있어 대선으로 가는 중간역이라 불리는 경기도지사와 서울시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일찌감치 점찍었고 물밑 선거전에 뛰어든 김진표 최고위원 외에도 이종걸 의원이나 김부겸 의원도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장에도 당 내외 인사들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뉴민주당 플랜’의 구상에서 2010년 지방선거에 대한 의지를 보인바 있는 민주당은 지방선거전략에 따라 지방선거에 뛰어들 수많은 인재들에 대한 발굴과 영입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 내에서는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한덕수 전 총리,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등 인사들을 영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새롭거나 역량있는 인물들로 ‘판갈이’를 해보자는 것.
당 내에서는 사무총장직을 수락할 때부터 서울시장을 염두에 뒀다는 이미경 사무총장과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 인지도가 높은데다 국정감사, 대정부질의 등을 통해 매서운 질타를 쏟아내고 있는 박영선 의원, 박주선 최고위원, 추미애 의원의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선출이 이뤄지면서 줄곧 서울시장을 꿈꿔온 김성순 의원은 “서울시장은 서울시장으로 그쳐야지 대권을 향한 디딤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서울시장 선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평소 서울을 고품격도시로 만드는 꿈을 가지고 있는 이계안 전 의원은 7월21일 미국 보스턴으로 떠나며 자신의 홈페이지에 “다시 돌아온 서울에서 정치인 이계안이 세계 최고의 교육도시라는 보스턴과 경제도시 뉴욕을 경험하며 공부한 지식이 지혜와 함께 소중히 쓰일 수 있기를 감히 바라봅니다”라며 서울시장에 대한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조직만으로는 지지율 상승에 한계가 있다”며 박근혜, 김문수, 정몽준 등 한나라당 ‘트로이카’를 견제할 수 있는 ‘정치스타’를 강조하고 “미국의 오바마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라. 대통령 후보들의 중요법칙중 하나가 ‘하겠다’고 해야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못당한다”며 당 내 인사들의 지방선거 출마를 부추긴 김민석 최고위원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 입장을 굳히는 분위기다.
다른 이들의 출마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등을 떠밀던 김 최고위원이지만 자신의 출마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로 일관했었다. 그러나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0년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질문에 “늘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 그러니까 항상 준비한다”며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늘 대한민국의 이슈 아젠다를 고민하고 서울의 아젠다를 고민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항상 준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선 참패의 책임을 지겠다며 18대 총선에 불출마 후 집필활동하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는 김한길 전 의원, 고건 서울시장 시절 정무부시장을 지낸 신계륜 전 의원과 역시 정무부시장 경험이 있는 박병석 정책위의장, 이상수, 김영춘 전 의원과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내홍 막고 역량 키우고
당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중앙당과 서울시당, 경기도당은 10월부터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를 대상으로 ‘정치아카데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당은 지난달 17일부터 11월19일까지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공동으로 ‘2010 서울 정치아카데미’를 개설하는 등 서울시장 선거를 겨냥한 인재 육성 작업에 들어갔다. 경기도당은 6일 공직선거 출마예정자들의 정치소양 함양을 위해 ‘제1기 정치아카데미’를 운영키로 하고 개강식을 가졌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의 리더십과 2010년 지방선거 구상의 성공 여부에 의문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당은 2010년 지방선거 출마를 강조하며 내홍을 막을 수 있고 출마자들도 당의 지지율 정체 상황에서 약진할 수 있는 기회를 뿌리치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장 자리는 본인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인식도 적잖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지방선거 출마에 대해 시간을 두겠다던 이들도 적극적인 참여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